[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3일 방송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방송화면 캡처.
지난 3일 방송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방송화면 캡처.
배우 서인국이 새롭게 짜인 수목극 판도를 평정할 매혹으로 돌아왔다. 지난 3일 처음 방송된 tvN 새 수목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연출 유제원, 극본 송혜진, 이하 ‘일억별’)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은 서인국은 강렬한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인국은 작가가 의도한 ‘위험한 남자 무영’ 그 자체였다.

‘고교처세왕”오 나의 귀신님’ 등을 통해 연출력을 입증한 유 감독은 첫 장면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일억별’ 1회는 성공한 정신과 의사가 ‘수요초대석’이라는 코너에 나와 자신이 과거에 만났던 여덟 살 소년과의 만남을 털어놓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굉장히 성공한 듯한 이 정신과 의사는 “그 아이는 운명의 소년이다. 그의 눈빛에 이끌려 호기심에 쫓아다녔다”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진행자가 “그 아이도 벌써 서른이 됐을 텐데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요?”라고 묻자, 카메라는 박사의 인터뷰를 비추던 브라운관에서 TV가 있는 거실로 빠져나와 장면을 전환했다.

화면 밖 세상은 여대생 추락 사건의 현장이었다. 이 때 그곳을 지나가던 유진국 형사(박성웅)는 우연히 트럭을 타고 가던 무영(서인국)을 마주치게 됐고, 무영은 유 형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지나가 긴장감을 일으켰다. 극은 투신 자살을 한 것으로 보이는 이 여대생이 과연 자살을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남긴 채 또 다시 다른 장면으로 바뀌었다.

유 형사의 친동생 유진강(정소민)은 친구이자 유복하게 자란 도예가 백승아(서은수)의 전시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큰 행사 겸 파티인 터라 승아는 기뻐해야 했으나 진강에게 “죽고싶다”고 할 뿐이었다. 알고 보니 승아의 남자친구 장우상(도상우)이 일방적으로 전시회를 준비한 데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도 승아의 전시작에 녹여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승아는 기자들과 대담하는 ‘아티스트톡’이 준비된 것을 행사 당일에 알았고 우상에게 취소를 요구했다. 수제 맥주회사 직원으로서 물품을 살펴보던 무영은 이를 우연히 듣게 됐다. 우상은 비밀을 지키라는 약속을 담은 돈을 무영에게 건네고 떠났다. 하지만 무영은 승아 앞에서 돈을 찢어버리며 “안 지키려구요, 약속 같은 거. 하지 마요. 아티스트톡”이라고 말했다. 승아가 당황하자 무영은 “왜요? 사실은 하고 싶구나. 그럴 수 있겠다”라며 승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승아가 눈물을 보이게 만들었다.

반전은 무영이 승아의 도자기를 깨버리며 일어났다. 덕분에 승아는 아티스트톡을 하지 않아도 됐다. 이후 무영은 아무렇지 않게 진강이 찾던 수제 맥주를 기억해 건네며 진강에게도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

승아는 무영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었다. 무영은 예측불가능한 설렘 그 자체였다. 자신을 구해준 무영을 급히 찾으러 나선 승아를 미리 기다리고 있었고, 승아의 손목을 이끌고 차 뒤에 숨어 밤의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남자친구의 전화는 대신 거절했다. 자신의 팔찌를 빼서는 “생일이니까. 선물”이라며 승아의 손목에 걸어주고선, 승아가 실수로 팔찌를 떨어뜨리자 장식을 한 알 한 알 정확히 이어줬다.

이 정확성이 무영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무영은 스무 개도 넘는 팔찌의 장식을 정확한 순서로 꿰 맞춰 승아를 놀라게 했다. 이는 앞서 유 형사가 발견한 여대생 사건 현장에서의 의문점과도 연결됐다. 여대생의 집에 있었던 수많은 스노우볼도 사건 당시 쏟아졌다가 정확한 순서로 다시 재배치됐다는 것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무영은 오해를 품은 승아가 강가에 날려버린 수십 장의 지폐들을 다시 가져오며 “여덟장은 못 찾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영은 정확했지만, 거침없었다. 승아를 집에 데려다줄 때 승아가 “내가 좋아해도 돼요?”라고 묻자, “남자친구도 있으면서”라고 한 후 키스를 했다. 말도 없이 승아의 돈을 찾으러 강에 뛰어드는가 하면, 승아가 자신이 준 팔찌를 차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며 “버렸네. 나쁜 놈이 준 거라서 버렸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승아가 버리지 않았다며 팔찌를 가져오고, 배열의 순서가 같다며 놀라워하자 말없이 자신의 다리에 승아를 앉혔다. 승아는 무영에게 “내 남친”이라고 돌발 발언을 했고, 무영은 “남친?”이라고 되묻기만 할 뿐이었다. 2회에서는 진강과 무영이 좀 더 얽혀들며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서인국은 적은 말수에도 오묘한 눈빛과 표정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오묘한 눈빛은 여러 종류였다. 서은수를 한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도 금세 따뜻함을 싹 거두고 무심한 눈으로 돌아가곤 했다. 정소민을 대할 때는 또 달랐다. 일말의 호기심을 심드렁함으로 감춘 얼굴이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장점을 극대화시켜 완성한 듯한 서인국의 무영은 지금까지 그가 맡았던 역할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전망이다.

극 중 무영과 같은 수제 맥주회사 직원으로 나오는 홍빈 또한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룹 빅스의 멤버 홍빈은 전작보다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정소민과 서인국의 호흡도 매력적이었다. 어떤 역이든 자신의 것으로 자연스레 흡수하는 장점이 있는 정소민은 유 형사가 아끼는 막내 동생이자 밝은 디자이너 역을 생기있게 표현했다. 또한한 서인국과의 신에서는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박성웅의 ‘만년 유과장’은 ‘일억별’의 작지만 확실한 반전 중 하나였다. 박성웅은 기존의 카리스마있는 이미지는 잠시 내려놓고 동생 앞에서만은 ‘베테랑 형사’인 푼수를 재치있게 보여줬다. 그러나 경찰서 안에서는 팀장의 노골적인 무시를 견디는 상황으로, 유 형사의 이야기가 앞으로 전개될 ‘일억별’에 색다른 재미를 안길 예정이다.

‘일억별’은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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