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청순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 온 배우 한지민이 데뷔 이후 가장 강렬한 캐릭터를 만났다. 거친 피부, 짧은 탈색 머리, 짙은 립스틱, 가죽 재킷, 딱 붙는 스커트 등 외형적인 변화는 물론 담배를 입에 물고 거침 없는 말투까지 내뱉는다. 파격적인 변신을 선언한 한지민이 6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꿰찬 아역 김시아와 만났다. 아동 학대를 다룬 영화 ‘미쓰백’에서다.
11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미쓰백’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한지민, 이희준, 김시아, 이지원 감독이 참석했다.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미쓰백'(한지민)이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오랫동안 준비하던 작품이 있었는데 여의치 않아 할 수 없게 됐다. 그때 쯤 매일 아파트 옆집에서 석연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어느날 옆집 아이를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나를 좀 어떻게 해달라’는 눈빛이었다.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 자신도 작품을 못해서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보니 이사를 갔더라. 어떻게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이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 때문인지 한 달만에 완성했다”고 밝혔다.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로 사랑받고 있는 한지민은 ‘미쓰백’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외모부터 연기까지 180도 변신했다. 극 중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백상아(미쓰백)를 맡았다.
한지민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보다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백상아는 기존에 했던 캐릭터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나에게는 도전이다. 용기를 내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시나리오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이어 “기존의 이미지가 있어서 많은 분들이 변신이라는 말을 붙여주는 거 같은데 배우로서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감사할 뿐이다. 두려움 보다는 설레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희준은 백상아의 과거를 알고 있는 형사 장섭 역을 맡았다. 그는 “상투적이지만 시나리오가 좋았다. 마치 굵은 붓으로 세게 획을 그은 느낌이었고, 그런 힘이 느껴졌다”며 “상대 역이 한지민이기도 해서 출연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감독은 한지민, 이희준 등 주요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배우들이 저와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특히 한지민과의 첫만남부터 함께하게 된 에피소드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에 담긴 미쓰백(백상아) 캐릭터는 관객들이 알고 있는 한지민 씨와는 극과 극이다. 맨처음에 선뜻 떠올리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어떤 술집에서 한지민 씨를 만났다. VIP 시사회 뒷풀이 자리였던 것 같은데 내가 알려지지 않은, 이제 알려지기 시작한 영화인이지만 자존심이 있어서 배우들을 쳐다보지 않는다. 지민 씨가 지나가는데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갔다. 첫 눈에 이성한테 반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위 아래, 검은 옷을 입고 클러치백을 옆에 끼고 지나가는데 그게 일수 가방인 줄 알았다. 눈에 면도칼이 있는 듯 했다. 포스가 있는 사람이더라. 미쳐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또 “그때부터 한지민 씨에게 관심이 가서 2~3일 동안 검색했다. 신기하게도 2~3일 만에 한지민 씨가 먼저 작품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이런 것이 운명 아닌가?”라고 했다.
한지민은 “해외일정을 갔다와서 시차 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 4시 쯤에 깨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바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왜 이런 역할을 나한테 주지?’ 라는 의문은 들었다. 보통은 잘 안 들어오는 캐릭터이기 때문이었다”며 “나중에 들은 얘긴데, 캐스팅 리스트에 내 이름이 있었을 때만 해도 감독님이 ‘됐다 그래’ 라고 했다더라”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한지민과 관련해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꺼냈다. 그는 “한지민 씨가 예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예쁠 줄을 몰랐다. 촬영 때 모니터를 보면서 너무 예뻐 깜짝 놀랐다. 지구인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았다”며 “원래 여배우들에게는 반사판을 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지민 씨의 미모를 죽여야 했다. 그래서 검은 판을 댄 적도 있다. 그래도 미모가 죽지 않았다. 여배우로서 모든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아역 김시아는 6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은’ 역을 차지했다. 극 중 지은은 백상아의 이름을 부르고, 그녀의 손을 잡게 된다.
이 감독은 “그동안의 아동학대 사례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분석해서 만든 캐릭터다. 아이가 처한 환경이 실제처럼 보이길 원했다.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아이를 뽑아야 했다”며 “시아는 600명을 만났을 때 눈에 딱 들어오는 아이는 아니었다. 요즘 친구들이 다 쌍커풀이 있고 예쁜데 시아에게는 분위기가 있었다. 실제로 마주칠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눈빛을 보면서 지은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렉션을 던져주면 바로 알아듣고 연기하는 면모까지 갖추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한지민도 “소화하기 힘든 역할이었다. 어린 친구가 하기에는 감정 조절도 쉽지 않았을 텐데 시아는 정말 지은이 같았다. 묘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 고독함이 있고 슬픔도 있다”며 “연기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오히려 순수함을 갖고 진심으로 해주니 그게 큰 힘이 됐다”고 거들었다.
김시아는 “지민 이모가 친 조카처럼 잘해주셨다”며 웃었다.
한지민은 “영화계에 여성 캐릭터를 중점으로 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영화 작품을 고를때는 분량에 상관없이 새로운 캐릭터에 흥미를 갖게 된다. ‘미쓰백’은 사회적인 메시지도 있다. 시나리오 자체가 좋았다”며 “개봉을 앞두니까 무게감과 부담감이 뒤늦게 몰려왔다. 촬영은 이미 마쳤는데 개봉이 많이 늦춰진 건 사실이다. 여성 영화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어두운 소재의 영화가 상영 되기 까지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적인 문제다. 얼마나 많은 관객이 보실 지 모르겠지만 제가 바라는 한가지는 외면받고 소외된 아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여성영화가 많지 않은 한국영화계에서 이런 영역들이 넓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 영화가 희망이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통해서 잠깐 이나마 지은이 같은 친구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여성 영화, 여성 원톱 주연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만들었다. 백상아가 남성 캐릭터에 휩쓸리는 것을 배제했다. 능동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11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미쓰백’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한지민, 이희준, 김시아, 이지원 감독이 참석했다.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미쓰백'(한지민)이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오랫동안 준비하던 작품이 있었는데 여의치 않아 할 수 없게 됐다. 그때 쯤 매일 아파트 옆집에서 석연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어느날 옆집 아이를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나를 좀 어떻게 해달라’는 눈빛이었다.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 자신도 작품을 못해서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보니 이사를 갔더라. 어떻게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이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 때문인지 한 달만에 완성했다”고 밝혔다.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로 사랑받고 있는 한지민은 ‘미쓰백’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외모부터 연기까지 180도 변신했다. 극 중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백상아(미쓰백)를 맡았다.
한지민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보다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백상아는 기존에 했던 캐릭터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나에게는 도전이다. 용기를 내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시나리오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이어 “기존의 이미지가 있어서 많은 분들이 변신이라는 말을 붙여주는 거 같은데 배우로서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감사할 뿐이다. 두려움 보다는 설레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한지민, 이희준 등 주요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배우들이 저와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특히 한지민과의 첫만남부터 함께하게 된 에피소드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에 담긴 미쓰백(백상아) 캐릭터는 관객들이 알고 있는 한지민 씨와는 극과 극이다. 맨처음에 선뜻 떠올리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어떤 술집에서 한지민 씨를 만났다. VIP 시사회 뒷풀이 자리였던 것 같은데 내가 알려지지 않은, 이제 알려지기 시작한 영화인이지만 자존심이 있어서 배우들을 쳐다보지 않는다. 지민 씨가 지나가는데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갔다. 첫 눈에 이성한테 반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위 아래, 검은 옷을 입고 클러치백을 옆에 끼고 지나가는데 그게 일수 가방인 줄 알았다. 눈에 면도칼이 있는 듯 했다. 포스가 있는 사람이더라. 미쳐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또 “그때부터 한지민 씨에게 관심이 가서 2~3일 동안 검색했다. 신기하게도 2~3일 만에 한지민 씨가 먼저 작품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이런 것이 운명 아닌가?”라고 했다.
한지민은 “해외일정을 갔다와서 시차 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 4시 쯤에 깨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바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왜 이런 역할을 나한테 주지?’ 라는 의문은 들었다. 보통은 잘 안 들어오는 캐릭터이기 때문이었다”며 “나중에 들은 얘긴데, 캐스팅 리스트에 내 이름이 있었을 때만 해도 감독님이 ‘됐다 그래’ 라고 했다더라”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한지민과 관련해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꺼냈다. 그는 “한지민 씨가 예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예쁠 줄을 몰랐다. 촬영 때 모니터를 보면서 너무 예뻐 깜짝 놀랐다. 지구인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았다”며 “원래 여배우들에게는 반사판을 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지민 씨의 미모를 죽여야 했다. 그래서 검은 판을 댄 적도 있다. 그래도 미모가 죽지 않았다. 여배우로서 모든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아역 김시아는 6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은’ 역을 차지했다. 극 중 지은은 백상아의 이름을 부르고, 그녀의 손을 잡게 된다.
이어 “디렉션을 던져주면 바로 알아듣고 연기하는 면모까지 갖추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한지민도 “소화하기 힘든 역할이었다. 어린 친구가 하기에는 감정 조절도 쉽지 않았을 텐데 시아는 정말 지은이 같았다. 묘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 고독함이 있고 슬픔도 있다”며 “연기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오히려 순수함을 갖고 진심으로 해주니 그게 큰 힘이 됐다”고 거들었다.
김시아는 “지민 이모가 친 조카처럼 잘해주셨다”며 웃었다.
한지민은 “영화계에 여성 캐릭터를 중점으로 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영화 작품을 고를때는 분량에 상관없이 새로운 캐릭터에 흥미를 갖게 된다. ‘미쓰백’은 사회적인 메시지도 있다. 시나리오 자체가 좋았다”며 “개봉을 앞두니까 무게감과 부담감이 뒤늦게 몰려왔다. 촬영은 이미 마쳤는데 개봉이 많이 늦춰진 건 사실이다. 여성 영화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어두운 소재의 영화가 상영 되기 까지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적인 문제다. 얼마나 많은 관객이 보실 지 모르겠지만 제가 바라는 한가지는 외면받고 소외된 아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여성영화가 많지 않은 한국영화계에서 이런 영역들이 넓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 영화가 희망이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통해서 잠깐 이나마 지은이 같은 친구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여성 영화, 여성 원톱 주연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만들었다. 백상아가 남성 캐릭터에 휩쓸리는 것을 배제했다. 능동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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