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괴', 조선시대 버전의 '괴물'...韓 최초 크리처 액션 사극 (종합)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배우 최우식(왼쪽부터), 이혜리,김명민,김인권이 16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물괴’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취라치 방에서 나와 서명문을 향해 달아났다. 서소위 부장의 보고에도 ‘군사들이 또한 그것을 보았는데, 충찬위청 모퉁이에서 소리를 내며 서소위를 향하여 달려왔으므로 모두들 놀라 고함을 질렀다. 취라치 방에는 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고 했다. -중종실록 59권, 중종 22년 6월 17일

조선시대에 괴물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실로 믿기 힘든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 추석을 앞두고 개봉하는 크리처(Creature) 영화 ‘물괴’다.

16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물괴’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김명민, 김인권, 이혜리, 최우식, 허종호 감독과 제작자 정태원 태표가 참석했다.

‘물괴’는 중종 22년, 조선에 나타난 괴이한 짐승 ‘물괴’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사투를 담은 작품이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 시작된 크리처 액션 사극이다.

‘크리처물’은 호러물의 하위 장르 중 하나다. 크리처란 특정한 존재나 괴물을 뜻하는 말로, 크리처물은 주로 사람을 잡아먹거나 살해하는 괴물이 나오는 작품들을 일컫는다.

영화 ‘물괴’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 조준원 기자 wizard333@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는 “몇 년 전 여러 명의 지인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어떤 작가가 조선시대 중종 때 괴물이 나타나서 궁을 옮겼다는 소재로 글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선왕조실록에 관련 이야기가 나와 있다고 했다. 확인 결과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수소문 끝에 작가를 만났고, 여러 차례 설득해서 우리 회사와 계약을 했다”며 ‘물괴’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 대표는 “‘괴물'(2006) 이후에 제대로 된 크리쳐물이 안 나온 것 같았다. 물괴의 형상이 영화의 중요한 ‘키’라고 생각했다. 형상을 만드는 데 많이 고민하고 공을 많이 들였다”며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대로 만들었더니 개 같기도 했고, 말 같기도 했다. 그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었다. 좀 더 연구한 끝에 전설의 동물인 ‘해태’의 형상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크리처물’을 연출하게 된 데 대해 “저는 확신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이 프로젝트가 완성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며 “개봉이 꿈만 같다. 김명민, 김인권, 이혜리, 최우식을 포함한 많은 배우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출연해줘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물괴’에서 수색대장 ‘윤겸’을 맡은 배우 김명민/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명민은 극 중 물괴를 추적하는 수색대장 ‘윤겸’을 맡았다. 그동안 ‘불멸의 이순신’ ‘육룡이 나르샤’ ‘조선명탐정’ 등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사극 장르에서 돋보이는 존재감을 발휘했던 김명민은 “‘물괴’는 내가 했던 사극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극 중 윤겸은 과거를 숨기고 은둔 생활을 하다 왕의 부름을 받고 궁궐을 수비하는 역할이다. 과거를 숨기고 사는 것, 나라에서 배신 당한 것 등이 예전에 했던 사극 캐릭터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독특했다. 허구만이 아니라 팩트를 바탕으로 한 점이 흥미로웠다. 출연진들도 막강하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콤비로 나온 김인권과 딸 역할의 혜리, 선전관 역의 최우식이 모두 한 가족처럼 서로를 위하고 아껴줬다”고 했다.

영화 ‘물괴’에서 호기심 많고 겁 없는 윤겸의 딸 ‘명’ 역을 맡은 이혜리./조준원 기자 wizard333@

‘물괴’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걸스데이 출신 이혜리는 “저 역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좋은 선배님들, 감독님, 스태프들과 함께해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극 중 호기심 많고 겁 없는 윤겸의 딸 ‘명’을 연기했다.

이혜리는 “첫 스크린, 첫 사극, 첫 액션이다. 첫 도전이 많아서 떨렸다.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며 “내가 생각보다 액션은 조금 잘하더라. 재미있었다. 활을 배울 때도 하나씩 쏘다가 금방 두 개씩 쐈다. 어려운 건데”라고 자화자찬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인권은 물괴와 맞서 싸우는 윤겸의 오른팔 ‘성한’을 맡았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또 누군가를 호위하는 무사를 연기한다. 그는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업그레이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거대한 ‘물괴’와 싸워야 하니 갈라진 복근보다 엄청나게 큰 덩치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몸무게를 13kg이나 늘려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개봉한 ‘마녀’를 통해 잔혹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최우식은 ‘물괴’를 통해 반전 매력을 펼쳐 보인다. 극 중 왕의 명을 전하러 온 무관 ‘허 선전관’을 연기한다. 이번에는 눈에 독기를 빼고 ‘한양오빠’로 변신해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영화 ‘물괴’에서 아빠와 딸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명민과 이혜리가 제작발표회에서 칼과 활 시범을 보이고 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물괴’는 추석을 앞둔 오는 9월 13일 개봉 예정이다. 추석 연휴엔 조인성·남주혁·박성웅 등이 출연하는 ‘안시성’, 조승우·지성, 김성균·백윤식·문채원이 출연하는 ‘명당’ 등 사극 영화들과 대결이 불가피하다.

김명민은 “보이지 않는 물괴의 연기가 포인트”라며 “저를 포함해 김인권, 이혜리, 최우식 등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을 것이다. 크리처 액션 사극이라고 해서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장황한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배우들끼리도 드라마의 밀도를 높이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연기했다. 물괴가 없는 상황에서의 연기가 어려웠지만 다들 잘 해줬다. 호흡 소리 하나까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줄 것이다.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이야기가 다른 사극 영화와 차별화 된 우리만의 장점”이라고 자신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