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캡쳐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캡쳐
JTBC ‘미스 함무라비’가 현실을 꼬집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18일 오후 11시 방송된 ‘미스 함무라비’에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의 소송과 양육권 항소 소송이 진행됐다. 두 사건은 가족과 사회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다.

스트레스로 인해 중증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 이영수의 부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영수는 일류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우울증에 시달리다 손목을 그어 자살시도를 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근육을 다쳐 팔을 못 쓰게 되고 모든 의사소통을 거부했다. 이영수의 직장인 우일증권은 “내성적인 성격과 개인 사정으로 생긴 사건”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미지가 실추될까 두려워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조정을 요구했다.

알고보니 회사는 사소한 것도 트집을 잡아 이영수에게 모멸감을 줬다. 회장 앞에서 횃불을 들고 각오를 다지고 낙오자가 없을 때까지 풀코스 마라톤을 뛰게 하는 비정상적인 조직이었다.

아들이 원했던 국문과가 아닌 법대에 진학시킨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독한 사랑도 독이 됐다. 대출 받아서라도 큰 평수로 이사 가길 요구했던 아내는 오피스텔을 몰래 빌린 남편의 외도를 의심했지만 이영수는 그곳에서 시를 쓰고 있었다.

임바른(김명수 분)은 “단 한 번이라도 독립된 한 명의 인간으로 존중해 준 적 있냐?”고 부모와 아내를 질책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이 공범이다. 태어난 대로 살고 싶었을 뿐인데 남들과 같은 모습을 강요했다”면서도 “이영수는 한 번도 거부하지 못한 책임을 스스로 지고 있고 가족들도 함께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회사 측에는 조정이 아닌 재판으로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양육권 항소 소송 역시 마음 아픈 사연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고아로 자랐기에 외톨이로 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돈을 모았지만 정작 가족 곁에 없었다. 결국 외롭게 방치된 아내의 외도로 이혼했다. 원고는 시골로 내려가 마당 넓은 집에서 딸들과 함께 살 미래를 꿈꿨지만 정작 모르는 게 있었다. 벌레를 싫어하고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는 것이 꿈인 딸들을 시골로 데려가는 건 자기 욕심일 뿐이라는 사실.

한세상(성동일 분)은 “아이들은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고 훌쩍 먼저 커버린다”며 “원고는 자신의 고통 때문에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줄 마음의 여유까지 잃은 것 같다. 지금 법이 원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법보다 훨씬 현명한 시간의 힘이 이 가정의 상처를 치유해주길 기도할 뿐”이라며 양육권 항소를 기각했다.

두 사건을 통해 보여준 현실은 씁쓸하지만 공감을 자아냈다. 아이들조차 아파트 가격에 따라 서로의 급을 매길 정도로 1등만을 요구하는 비정한 사회가 어쩌면 모든 민사 사건의 원인일 지도. 그 사회에서 가족도 울타리가 되지 못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의 의견을 묵살하기도 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려 가족들을 외롭게 만들기도 했다.

19일 오후 11시 방송될 ‘미스 함무라비’에서는 법원을 둘러싼 전관예우 문제를 담아낸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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