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올봄에도 새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이전과는 결이 다르고 반전을 지닌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복사 및 붙여넣기를 한 듯 뻔한 음악 예능에 질리기 시작했을 때 눈여겨볼 만한 프로그램들이다.

채널A ‘우주를 줄게’ 방송화면 캡처. 연출을 맡은 이성규 PD는 “주입식 자막을 뺀 담백한 화면으로 시청자와의 거리감을 줄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채널A ‘우주를 줄게’ 방송화면 캡처. 연출을 맡은 이성규 PD는 “주입식 자막을 뺀 담백한 화면으로 시청자와의 거리감을 줄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지인들과는 여유롭게 물수제비를 뜬다. 1분 1초 단위로 삶이 돌아가는 현실에서는 아무래도 불가능한 이 풍경이 채널A ‘우주를 줄게’에서 펼쳐진다.

‘우주를 줄게’는 활동 분야도 장르도 제각기 다른 뮤지션들이 별을 보러 가는 프로그램이다. 이동 수단은 전기차다. 출발부터 이색적인 이 프로그램의 여정에는 여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할 법한 것들은 모두 빠져있다. 출연진은 전기차를 타고 가면서 어떠한 쇼맨십도 발휘하지 않는다. 경쟁을 내려놓고 소소한 대화를 나눌 뿐이다. 때로는 이 대화조차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그 빈자리는 숲, 우연히 발견한 도로변의 절경,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 고요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이 채운다.

이 긴장의 결여가 편안함을 준다. 시끄러움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일상을 보여주는 연출은 예능을 보는 것 같기도,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한 매력을 발산한다. 마치 시청률 20%를 가뿐히 뛰어넘었던 노르웨이 공영방송 ‘슬로 티비’를 보는 듯한 반가움이다.

‘우주를 줄게’의 이성규 PD는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 ‘슬로 티비’표 매력을 좀 더 보고 듣기 편안하게 연출했다. 그간 SBS MTV와 Mnet에서 ‘스쿨 어택’ ‘윤도현의 MUST’ ‘아메리칸 허슬라이프’ ‘슈퍼스타K 2016’ 등 다수의 음악 예능을 통해 쌓은 감각을 발휘해 전기차와 음악, 별이 주는 감흥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이 PD가 기획 초기에 떠올린 것은 ‘무공해 예능’이었다. 그는 “연출자인 나조차도 웃음과 감정을 유도하는 주입식 자막과 가공에서 피로감을 느꼈다”며 “지나친 편집에서 자유로운 예능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래서 출연진이 받는 것은 시간 정도만 간단히 적혀있는 대본 뿐이다. 이들의 옷자락이 스치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귓가에 대고 듣는 듯 살아있다. 소음이 없는 전기차는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제격이다.

유세윤, 휘성,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예성, 하이라이트의 손동운, 멜로망스의 김민석, 카더가든 등 남다른 감성을 가진 가수들로 꾸려진 라인업과 이들이 즉석에서 부르는 노래는 ‘우주를 줄게’를 다채롭게 만드는 힘이다. 특히 슈퍼주니어 멤버 중 예능에 처음으로 단독 출연하는 예성은 그간 ‘슈퍼TV’나 기타 단체 예능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역할과 노래 실력을 보여주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 PD는 “쟁쟁한 가수들 사이에서 가창력을 담당해주고 있다”며 “예성이 왜 슈퍼주니어의 메인 보컬인지 다시금 실감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별이 쏟아질 듯 내리는 밤하늘에서 이들의 대화와 감상은 더욱 풍성해진다. 강제성이 없어 시너지는 배가된다. 이 PD는 “휘성의 표현력이 좋은 것은 알았지만 바로 봉인 해제될지는 몰랐다. 카더가든은 장기하, 김민석은 팬들에게 별밤을 본 감상을 그렇게 자랑한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PD는 “‘우주를 줄게’는 목적이 별로 없는 프로그램이다. 별 보고 오는 것이 끝”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출연진의 마음도 편안하게 만든다. 김민석은 별을 보고 온 후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는 후문이다.

경북 안동, 충북 영동 등으로 별 여행을 떠났던 ‘우주를 줄게’는 은하수를 화면에 담아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별지기들이 또 어떤 장소에서 ‘별밤 콘서트’를 펼칠지 기대를 모은다. ‘우주를 줄게’는 매주 수요일 오후 11시 채널A에서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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