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김소현: 추운 겨울에 촬영을 시작해서 3개월 동안 다 같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다들 지쳤는데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밝고 예쁜 드라마로 스무 살을 시작해 다행이에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10. 본격적인 로맨스 연기에 도전한 소감은 어떤가요?
김소현: 많이 부족했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 묘한 설렘을 느끼는 상황을 연기하는 게 어려웠어요. 촬영 감독님한테 많이 혼났어요. 좋아하는 느낌이 안 나서요.(웃음) 로맨스를 겉핥기식으로 표현한 것 같아 아쉽네요.
10. 상대 역을 맡은 하이라이트 윤두준과의 호흡은 어땠습니까?
김소현: 점점 친해진 덕분에 나중에는 오그라들거나 쑥스러운 장면도 편하게 웃으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수호를 연기하는 게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드러내야 했으니까요. 지켜보는 저도 ‘저걸 어떻게 표현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고 오빠의 눈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고, 진짜 수호 같더라고요. 어떻게 연기할지 계산할 필요 없이, 오빠가 나타내는 수호의 감정이 이해됐어요. 정말 마음이 아파서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처음 들었어요.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배려심도 깊은 성격이라 촬영하는 동안 감사했습니다.
10. 실제로 10살 차이가 나는데,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은 없나요?
김소현: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함께 출연한 (곽)동연 오빠도 윤박 오빠보다 10살 어린데 서로 굉장히 친했어요. 저도 오빠들과 금방 친해졌고요. 특히 박이 오빠가 순수하고 독특해요. 개그 코드도 남다르고. 어린 저에게 맞춰주느라 오빠가 더 힘들었을 거예요.(웃음)
10. 최근 만난 걸스데이 유라(진태리 역)가 그림과 태리의 워맨스 부재를 아쉬워하던데요.
김소현: 원래는 워맨스가 그려질 거라고 들었거든요. 중반부에 제가 언니에게 팬이라면서 셀카를 찍자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저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그림이 태리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웃음) 약간 당황했지만, 이제부터 우리의 워맨스가 시작이라는 생각에 좋았죠. 그런데 결국 없어졌어요. 아쉬워요. 언니와 오랜만에 만나서 화내고 뺨 때리는 장면만 찍어서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워맨스가 나오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여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0. 라디오 작가 송그림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김소현: 송그림은 밝고 긍정적인 아이예요. 초반에는 낙천적인 성격 때문에 시청자들이 그림이를 생각 없는 아이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대한 담백하게 연기하되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했죠. 라디오 작가라는 직업은 낯설었어요.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실제 작가님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공부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 라디오 작가의 현실을 완벽히 담지 못한 것 같아서요. 그래도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라디오 작가로서 열심히 일하자는 마음이었어요.
10. 평소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김소현: 본방송을 챙겨 듣는 것은 없고요. 위로받고 싶을 때 KBS 쿨FM ‘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를 듣습니다.
10. 극 중 음주 장면이 있었는데, 술 마시는 연기는 데뷔 후 처음이었죠?
김소현: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제가 술병을 들고 술(폭탄주)을 마는 그 상황이요.(웃음) 민망했지만, 극 중 그림이는 몇 년 동안 술을 말아온 친구니까 눈 딱 감고 철판 깔았어요. 잔을 톡 쳐서 다른 잔에 들어가게 하는 방법은 매니저님에게 배웠어요. 하하. 술병을 흔드는 것은 현장에 도와주러 오신 바텐더들에게 배웠어요. 새롭고 재밌었어요.
10. 실제로 술을 마셔봤나요?
김소현: 1월에 촬영을 쉬는 날이 있었어요. 엄마랑 맥주를 마셨죠. 한 컵 반 정도? 조금씩 마셨는데 괜찮았어요. 아직 주량을 알 만큼 마시지는 않았어요.(웃음)
10. 스무 살이 돼서 달라진 게 있나요?
김소현: 별로 없어요. 주위에서 하도 스무 살 돼도 똑같다고 해서 크게 기대 안 했는데, 그 말이 맞더라고요. ‘라디오 로맨스’를 촬영하느라 바빠서 더 그런 것 같아요.
10.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새내기가 됐죠.
김소현: 이제 수업 들으러 다녀야 해요. 제게 학교는 너무 낯선 공간이라 걱정이 많아요. 고등학교에 다니는 대신 홈스쿨링을 했거든요. 그래도 학과 동기들이 좋아서 재밌을 것 같아요. 팀플레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카페에 모여서 노트북 놓고 회의하고 이런 거요.(웃음) 조별 과제는 다 힘들다고 하던데 그래도 경험해보고 싶어요.
10. 연애에 대한 로망이나 계획은 없나요?
김소현: 계획을 세운다고 될지는 모르겠네요.(웃음) 연애 경험이 없어서 ‘라디오 로맨스’를 촬영할 때 애를 먹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빨리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마음이 안 들어요. 자연스럽게 오지 않을까요?
10. 이상형이 있다면요?
김소현: 외모에 대한 바람은 없고요. 저를 많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연기하면서 느낀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것보다 상대가 저를 좋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제가 촬영장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착하고 밝은 사람이 제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거만하거나 거드름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10. 지난해 MBC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을 마친 뒤 “지금이 과도기”라고 했는데요. 과도기에서 벗어났나요?
김소현: 글쎄요. 완전히 벗어났다기보다는… 아직도 (과도기가 끝나는 날이) 언제일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군주’를 촬영하는 동안 특히 힘들었어요. 연기하는 인물의 감정이 점점 무거워지니까 감당하기 벅차더라고요.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속상하고 화도 났어요. 스무 살이 얼마 남지 않았던 시기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라디오 로맨스’ 촬영이 시작됐어요. 작품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너무 겁이 났죠. ‘내가 다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악성 댓글과 혹평도 두려웠어요. 그때 제 곁을 오래 지켜주신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너의 역량이 있고, 지금의 네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편하게 해라.” 그 말씀을 듣고 마음을 잡았습니다. 어떻게 되든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죠. 그림이에 집중해서 연기했고, 촬영장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면서 과도기에 대한 불안감을 자연스럽게 잊은 것 같아요. 힘든 것을 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라디오 로맨스’에 감사해요.
10.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김소현: 프로필에 연도별로 출연작이 나오는데, 그걸 가끔 봐요. 제가 출연한 건데도 ‘이런 작품이 있었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성장했다는 느낌도 받아요.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도 다잡고요. 아! SBS ‘수상한 가정부’(2013)에서 제 동생 역을 맡았던 (남)다름이가 ‘라디오 로맨스’에서 수호의 아역을 연기했어요. 그 사이에 키가 크고 목소리도 달라졌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사람들이 저를 볼 때의 기분도 이렇겠구나 싶었죠.(웃음)
10. 2008년 데뷔해 인생의 절반을 배우로 살았으니 출연작이 곧 ‘김소현의 성장 비디오’라는 생각도 듭니다.
김소현: 그렇네요. 하하. 어릴 때 출연한 작품을 보면 창피해요. 가끔 SNS에 클립 영상이 올라오더라고요. 보면 연기도 너무 못하고, ‘왜 저렇게 했을까’ 싶어요.(웃음) 쉬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던 데 감사해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저는 작품마다 항상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어요.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요. 모든 것을 현장에서 배웠죠. 그래서 현장을 떠나면 불안했을 정도예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지난 10년은 운으로 만들어진 시간이에요. 앞으로의 10년은 제가 노력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시간이고요.
10. 자신의 성장 과정을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데서 오는 부담감도 있을 텐데요.
김소현: 의도한 건 아닌데 저에게 모범생 이미지가 생겼어요. 그 이미지를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은 없지만,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드는 것은 걱정돼요.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행동을 더욱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10. 출연작 중 ‘인생 작품’을 꼽아본다면요?
김소현: KBS2 ‘후아유-학교 2015′(이하 ‘후아유’)가 아닐까요? 처음 주연을 맡은 작품인 데다 1인 2역에도 도전했으니까요. ‘후아유’로 저를 알게 된 분들도 많고요. ‘후아유’를 촬영한 2015년에 사춘기를 겪었어요. 그 해에 다섯 작품 정도를 촬영했는데, 많이 느꼈어요. 스무 살이 점점 다가오면서 생기는 변화에 대한 것을요. 혼란스러웠고 힘들었죠.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극복했어요. 원래 고민을 속에 쌓아두는 성격인데, 한 번 털어놓으니 계속하게 되더라고요.(웃음)
10. 대개는 또래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데요.
김소현: 중학교 친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다만 저는 엄마가 가장 가까이에 계시니까 더 자주 이야기하게 되죠. 또래 배우 (김)유정이나 (진)지희, (김)새론이와도 친해요. 배우는 아닌데 레드벨벳 예리와도 친해졌어요. 제가 모임을 잘 나가는 성격이 아니긴 한데, 이제 스무 살 됐으니 외출이 자유로워진 만큼 더 자주 만날 것 같아요.(웃음)
10. ‘집순이’인가요?
김소현: 운동하러 나가거나 가족끼리 바람 쐬러 가는 게 아니면 외출을 안 해요. 집에서 온종일 웹툰을 보거나 영화를 보죠. 컬러링 북처럼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웃음) 최근에는 미니어처를 만들었는데 재밌고 뿌듯하더라고요. 앞으로 계속해보려고요.
10. 일탈해본 경험은 없습니까?
김소현: 아마 앞으로의 대학 생활이 가장 큰 일탈이 될 것 같아요.(웃음) 집이나 촬영 현장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거잖아요. 저를 보호해주는 사람 없이 혼자 해나가야 하죠.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에요.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돼요.
10. 남은 스무 살,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김소현: 차기작은 아직 모르겠고,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김소현, 학교 안 나온다더라’는 이야기 안 나오게요.(웃음) 이제 스무 살이잖아요. 급하지 않게 가고 싶어요. 저는 보여드릴 게 많은데, 대중이 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여유롭게 천천히,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려고 합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김소현이라면 그 과정이 어떻든 반드시 좋은 배우,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10. 스무 살 첫 작품인 ‘라디오 로맨스’를 마친 소감이 궁금합니다.
2년 전, 김소현과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적은 문장이다. 당시 열여덟 살이었던 김소현은 “남을 아낄 줄 알고 자신도 아낄 줄 아는, 따뜻한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그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아가기 시작했다면서.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스무 살 첫 작품 KBS2 ‘라디오 로맨스’를 마친 김소현을 다시 만났다. 극 중 라디오 작가 송그림 역을 맡은 김소현은 데뷔 후 처음으로 20대 캐릭터를 연기했다. 윤두준(지수호 역)과 로맨스도 선보였다. 작품성을 시청률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성적은 아쉬웠다. 중후반부터 2~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소현도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흥행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좋은 시청률로 보답하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란다. 그는 ‘라디오 로맨스’를 촬영하며 한계를 인정하고, 대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웠다.
스무 살의 문턱을 넘으며 ‘과도기’를 겪었다는 김소현. 덕분에 아역이 아니라 성인 연기자로, 한 작품을 이끄는 주연 배우로서 책임져야 할 것들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김소현: 추운 겨울에 촬영을 시작해서 3개월 동안 다 같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다들 지쳤는데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밝고 예쁜 드라마로 스무 살을 시작해 다행이에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10. 본격적인 로맨스 연기에 도전한 소감은 어떤가요?
김소현: 많이 부족했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 묘한 설렘을 느끼는 상황을 연기하는 게 어려웠어요. 촬영 감독님한테 많이 혼났어요. 좋아하는 느낌이 안 나서요.(웃음) 로맨스를 겉핥기식으로 표현한 것 같아 아쉽네요.
10. 상대 역을 맡은 하이라이트 윤두준과의 호흡은 어땠습니까?
김소현: 점점 친해진 덕분에 나중에는 오그라들거나 쑥스러운 장면도 편하게 웃으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수호를 연기하는 게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드러내야 했으니까요. 지켜보는 저도 ‘저걸 어떻게 표현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고 오빠의 눈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고, 진짜 수호 같더라고요. 어떻게 연기할지 계산할 필요 없이, 오빠가 나타내는 수호의 감정이 이해됐어요. 정말 마음이 아파서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처음 들었어요.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배려심도 깊은 성격이라 촬영하는 동안 감사했습니다.
10. 실제로 10살 차이가 나는데,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은 없나요?
김소현: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함께 출연한 (곽)동연 오빠도 윤박 오빠보다 10살 어린데 서로 굉장히 친했어요. 저도 오빠들과 금방 친해졌고요. 특히 박이 오빠가 순수하고 독특해요. 개그 코드도 남다르고. 어린 저에게 맞춰주느라 오빠가 더 힘들었을 거예요.(웃음)
10. 최근 만난 걸스데이 유라(진태리 역)가 그림과 태리의 워맨스 부재를 아쉬워하던데요.
김소현: 원래는 워맨스가 그려질 거라고 들었거든요. 중반부에 제가 언니에게 팬이라면서 셀카를 찍자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저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그림이 태리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웃음) 약간 당황했지만, 이제부터 우리의 워맨스가 시작이라는 생각에 좋았죠. 그런데 결국 없어졌어요. 아쉬워요. 언니와 오랜만에 만나서 화내고 뺨 때리는 장면만 찍어서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워맨스가 나오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여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0. 라디오 작가 송그림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김소현: 송그림은 밝고 긍정적인 아이예요. 초반에는 낙천적인 성격 때문에 시청자들이 그림이를 생각 없는 아이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대한 담백하게 연기하되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했죠. 라디오 작가라는 직업은 낯설었어요.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실제 작가님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공부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 라디오 작가의 현실을 완벽히 담지 못한 것 같아서요. 그래도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라디오 작가로서 열심히 일하자는 마음이었어요.
김소현: 본방송을 챙겨 듣는 것은 없고요. 위로받고 싶을 때 KBS 쿨FM ‘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를 듣습니다.
10. 극 중 음주 장면이 있었는데, 술 마시는 연기는 데뷔 후 처음이었죠?
김소현: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제가 술병을 들고 술(폭탄주)을 마는 그 상황이요.(웃음) 민망했지만, 극 중 그림이는 몇 년 동안 술을 말아온 친구니까 눈 딱 감고 철판 깔았어요. 잔을 톡 쳐서 다른 잔에 들어가게 하는 방법은 매니저님에게 배웠어요. 하하. 술병을 흔드는 것은 현장에 도와주러 오신 바텐더들에게 배웠어요. 새롭고 재밌었어요.
10. 실제로 술을 마셔봤나요?
김소현: 1월에 촬영을 쉬는 날이 있었어요. 엄마랑 맥주를 마셨죠. 한 컵 반 정도? 조금씩 마셨는데 괜찮았어요. 아직 주량을 알 만큼 마시지는 않았어요.(웃음)
10. 스무 살이 돼서 달라진 게 있나요?
김소현: 별로 없어요. 주위에서 하도 스무 살 돼도 똑같다고 해서 크게 기대 안 했는데, 그 말이 맞더라고요. ‘라디오 로맨스’를 촬영하느라 바빠서 더 그런 것 같아요.
10.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새내기가 됐죠.
김소현: 이제 수업 들으러 다녀야 해요. 제게 학교는 너무 낯선 공간이라 걱정이 많아요. 고등학교에 다니는 대신 홈스쿨링을 했거든요. 그래도 학과 동기들이 좋아서 재밌을 것 같아요. 팀플레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카페에 모여서 노트북 놓고 회의하고 이런 거요.(웃음) 조별 과제는 다 힘들다고 하던데 그래도 경험해보고 싶어요.
10. 연애에 대한 로망이나 계획은 없나요?
김소현: 계획을 세운다고 될지는 모르겠네요.(웃음) 연애 경험이 없어서 ‘라디오 로맨스’를 촬영할 때 애를 먹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빨리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마음이 안 들어요. 자연스럽게 오지 않을까요?
10. 이상형이 있다면요?
김소현: 외모에 대한 바람은 없고요. 저를 많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연기하면서 느낀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것보다 상대가 저를 좋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제가 촬영장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착하고 밝은 사람이 제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거만하거나 거드름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10. 지난해 MBC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을 마친 뒤 “지금이 과도기”라고 했는데요. 과도기에서 벗어났나요?
김소현: 글쎄요. 완전히 벗어났다기보다는… 아직도 (과도기가 끝나는 날이) 언제일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군주’를 촬영하는 동안 특히 힘들었어요. 연기하는 인물의 감정이 점점 무거워지니까 감당하기 벅차더라고요.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속상하고 화도 났어요. 스무 살이 얼마 남지 않았던 시기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라디오 로맨스’ 촬영이 시작됐어요. 작품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너무 겁이 났죠. ‘내가 다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악성 댓글과 혹평도 두려웠어요. 그때 제 곁을 오래 지켜주신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너의 역량이 있고, 지금의 네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편하게 해라.” 그 말씀을 듣고 마음을 잡았습니다. 어떻게 되든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죠. 그림이에 집중해서 연기했고, 촬영장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면서 과도기에 대한 불안감을 자연스럽게 잊은 것 같아요. 힘든 것을 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라디오 로맨스’에 감사해요.
10.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김소현: 프로필에 연도별로 출연작이 나오는데, 그걸 가끔 봐요. 제가 출연한 건데도 ‘이런 작품이 있었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성장했다는 느낌도 받아요.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도 다잡고요. 아! SBS ‘수상한 가정부’(2013)에서 제 동생 역을 맡았던 (남)다름이가 ‘라디오 로맨스’에서 수호의 아역을 연기했어요. 그 사이에 키가 크고 목소리도 달라졌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사람들이 저를 볼 때의 기분도 이렇겠구나 싶었죠.(웃음)
10. 2008년 데뷔해 인생의 절반을 배우로 살았으니 출연작이 곧 ‘김소현의 성장 비디오’라는 생각도 듭니다.
김소현: 그렇네요. 하하. 어릴 때 출연한 작품을 보면 창피해요. 가끔 SNS에 클립 영상이 올라오더라고요. 보면 연기도 너무 못하고, ‘왜 저렇게 했을까’ 싶어요.(웃음) 쉬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던 데 감사해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저는 작품마다 항상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어요.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요. 모든 것을 현장에서 배웠죠. 그래서 현장을 떠나면 불안했을 정도예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지난 10년은 운으로 만들어진 시간이에요. 앞으로의 10년은 제가 노력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시간이고요.
10. 자신의 성장 과정을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데서 오는 부담감도 있을 텐데요.
김소현: 의도한 건 아닌데 저에게 모범생 이미지가 생겼어요. 그 이미지를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은 없지만,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드는 것은 걱정돼요.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행동을 더욱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김소현: KBS2 ‘후아유-학교 2015′(이하 ‘후아유’)가 아닐까요? 처음 주연을 맡은 작품인 데다 1인 2역에도 도전했으니까요. ‘후아유’로 저를 알게 된 분들도 많고요. ‘후아유’를 촬영한 2015년에 사춘기를 겪었어요. 그 해에 다섯 작품 정도를 촬영했는데, 많이 느꼈어요. 스무 살이 점점 다가오면서 생기는 변화에 대한 것을요. 혼란스러웠고 힘들었죠.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극복했어요. 원래 고민을 속에 쌓아두는 성격인데, 한 번 털어놓으니 계속하게 되더라고요.(웃음)
10. 대개는 또래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데요.
김소현: 중학교 친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다만 저는 엄마가 가장 가까이에 계시니까 더 자주 이야기하게 되죠. 또래 배우 (김)유정이나 (진)지희, (김)새론이와도 친해요. 배우는 아닌데 레드벨벳 예리와도 친해졌어요. 제가 모임을 잘 나가는 성격이 아니긴 한데, 이제 스무 살 됐으니 외출이 자유로워진 만큼 더 자주 만날 것 같아요.(웃음)
10. ‘집순이’인가요?
김소현: 운동하러 나가거나 가족끼리 바람 쐬러 가는 게 아니면 외출을 안 해요. 집에서 온종일 웹툰을 보거나 영화를 보죠. 컬러링 북처럼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웃음) 최근에는 미니어처를 만들었는데 재밌고 뿌듯하더라고요. 앞으로 계속해보려고요.
10. 일탈해본 경험은 없습니까?
김소현: 아마 앞으로의 대학 생활이 가장 큰 일탈이 될 것 같아요.(웃음) 집이나 촬영 현장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거잖아요. 저를 보호해주는 사람 없이 혼자 해나가야 하죠.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에요.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돼요.
10. 남은 스무 살,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김소현: 차기작은 아직 모르겠고,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김소현, 학교 안 나온다더라’는 이야기 안 나오게요.(웃음) 이제 스무 살이잖아요. 급하지 않게 가고 싶어요. 저는 보여드릴 게 많은데, 대중이 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여유롭게 천천히,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려고 합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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