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JTBC ‘믹스나인’으로 세 번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한 래퍼 우태운. / 사진제공=JTBC
JTBC ‘믹스나인’으로 세 번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한 래퍼 우태운. / 사진제공=JTBC
래퍼 우태운이 또 한 번 큰 산을 넘었다. 지난달 종영한 JTBC ‘믹스나인’을 통해서다. ‘믹스나인’은 Mnet ‘프로듀스101’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시리즈를 만든 한동철 PD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의기투합해 만든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우태운은 이 프로그램에서 파이널 경연 직전에 아쉽게 탈락했다. 그러나 경연마다 수준급 랩 실력을 선보여 호평 받았다. 우태운은 ‘믹스나인’에 앞서 ‘쇼미더머니’ 시즌4(2015)와 시즌5(2016)에 도전했다. 한 번도 힘들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무려 세 번이나 거쳤다. 덕분에 실력도, 마음가짐도 한층 더 성숙해졌다.

10. ‘믹스나인’을 마친 뒤 어떻게 지냈나?
우태운: 푹 쉬었다. ‘믹스나인’의 일정이 워낙 빡빡했던 터라 에너지를 보충했다.

10. 세 번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마친 소감은?
우태운: 시원섭섭함이 제일 크다. 아쉬운 것도 있지만 의미가 있다. 파이널 경연 직전까지 올라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회였다. 여러 가지 감정이 남는다.

10. 주위에서 ‘믹스나인’ 출연에 반대했다던데 도전한 이유는?
우태운: 2013년부터 2년 동안 스피드라는 그룹으로 활동했다. 해체하고도 멤버들과 연락을 유지했다. 그 중 몇 명이 ‘믹스나인’에 같이 나가보자고 제안했다. 스피드 활동 당시 보여주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뜻을 모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예선에서 나만 붙게 됐다. 또 다른 이유는 나의 첫 걸음이 아이돌이었기 때문이다. ‘믹스나인’을 통해 아이돌에 도전한다는 자체가 나에게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10. 2016년 솔로 활동이 “진짜 내 모습”이라는 말을 했다. ‘믹스나인’은 솔로가수가 아니라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태운: 내가 ‘믹스나인’에 나가서 이루고자 한 최종 목표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 그를 토대로 나의 팬덤을 만들고 싶었다.

10. 목표를 이뤘나?
우태운: 만족스럽다. 촬영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덕분에 굳은살이 생긴 느낌이다. 나를 좋게 보는 사람도 늘었다. 물론 모든 팬들의 의견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10. 주위의 반응에 신경 쓰는 편인가?
우태운: (반응을) 많이 찾아본다. ‘믹스나인’을 하면서도 찾아봤다. 랩을 잘한다는 칭찬도 있었고 나이가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웃음) 그런데 나이가 많은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받아들였다. 사실 내가 ‘유리 멘탈’이다. 안 좋은 반응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그래도 장점은 칭찬으로 듣고 단점은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10. ‘믹스나인’ 참가자 중 최고령자였는데.
우태운: 처음에는 동생들이 불편해했다. 한 친구는 합숙을 시작하면서 방을 배정받는데 나랑 같은 방이라는 말을 듣고 “방을 바꿔 달라”고 했다고 고백했다.(웃음) 초반에는 나를 무섭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럴까봐 나도 오히려 더 편하게 해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생들이 잘 따라줘서 고마웠다. 거의 모든 동생들과 친해졌는데 최근에는 온앤오프의 박민균, 바나나컬쳐의 채창현, 하이포로 활동했던 임영준과 연락을 자주 한다.

10. 동생들에게 어떤 형이었나?
우태운: ‘믹스나인’에서 정신적 지주를 뽑는 투표가 있었는데 내가 1등이었다.(웃음) 동생들에게는 내가 나이와 경험이 많으니 그것 자체에 의지하는 것 같았다. 실질적인 조언을 해준 적은… 나는 남의 조언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결국 그 방향대로 가게 마련이지 않나. ‘믹스나인’에서도 동생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원하는 것을) 해보라고 격려해주는 정도였다. 어차피 다 자기들 마음대로 한다.(웃음)

10. 동생들에게서 힘을 얻은 적은?
우태운: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힘이 됐다. 내가 동생들의 나이일 때 데뷔했다. 고생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 친구들이 얼마나 힘들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힘을 냈다.

10. 가장 기억에 남는 경연은?
우태운: 포지션 배틀에서 위너 송민호와 블락비 지코의 ‘Okey Dokey’를 불렀을 때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랩이다. 그 랩을 보여줄 수 있는 경연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민호가 왔다. 그 친구와는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크루 활동을 했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우여곡절이 많은 친구인 것을 아는데, 그런 민호가 심사위원으로 나를 지켜본다는 사실에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

‘믹스나인’ 기획사 평가 당시의 우태운 / 사진제공=JTBC 방송화면
‘믹스나인’ 기획사 평가 당시의 우태운 / 사진제공=JTBC 방송화면
10. 기억에 남는 심사평이 있다면?
우태운: 기획사 오디션 때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회장님에게 랩을 잘한다고 칭찬을 들었을 때다. 처음에 회장님이 나를 안 좋아할 것 같아 걱정됐다. 그런데 예상 외의 좋은 평을 들어서 기분이 좋았고,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회장님에게 랩에 대한 칭찬을 받음으로써 내가 검증받은 래퍼가 된 것 같았다.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

10. 포메이션 배틀 당시, 연습 중 구토를 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왔는데.
우태운: 경연을 준비하면서 세월의 벽이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연습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밤을 새울 때도 있었고 겨우 2시간을 자고 버티기도 했다. 내가 나이가 있다 보니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지쳤다. 그런데 다른 동생들이 너무 열심히 하니까, 나는 그 아이들보다 배로 열심히 해야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10. ‘믹스나인’ 이전에 ‘쇼미더머니’ 시즌4와 시즌5에 출연한 경험도 있는데.
우태운: ‘믹스나인’은 못할 짓이다. ‘쇼미더머니’와는 비교가 안 된다.(웃음) ‘쇼미더머니’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상당하고 ‘믹스나인’은 육체적인 고통이 심하다.

10. ‘믹스나인’이 자신에게 득(得)이었나, 실(失)이었나?
우태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동안 시청자들의 반응, 주위의 반응을 보며 느꼈다. 출연하기를 잘했다고. 여러 방면에서 득이었다고 생각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면 누구든 ‘각성’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실력도 성장하고 마음가짐도 성숙해진다. ‘믹스나인’을 통해 랩은 물론 춤도 늘었다. 한층 성장한 계기가 됐다.

10. ‘믹스나인’에 다시 출연하라고 하면?
우태운: 두 번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힘든 프로그램은 처음이다.(웃음)

10. 자신에게 ‘쇼미더머니’ 시즌4와 시즌5, ‘믹스나인’은 어떤 의미인가?
우태운: 어렵다. 음… ‘쇼미더머니’ 시즌4는 현실의 벽을 알게 해줬다. 당시의 나는 자신감인지 자만심인지 모를 것에 차 있었다. 나를 표현하는 데 굉장히 열심이었다. 그러나 그게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 나의 현실을 깨달았다. ‘쇼미더머니’ 시즌5로 현실의 벽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믹스나인’은… 나, 우태운이라는 사람을 보여주고자 한 곳이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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