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이준호와 원진아는 과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 19일 방송된 ‘그냥 사랑하는 사이’ (극본 류보라, 연출 김진원 / 이하 ‘그사이’) 4회에서는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점점 가까워지는 강두(이준호)와 문수(원진아)의 모습과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생생한 상처와 트라우마가 대비를 이루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강두는 12년 전 사고 당시 문수와 함께 있었음을 “불독맨션”이라는 답으로 전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기억을 부분적으로 잃은 문수는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질문을 이어가는 문수를 향해 강두는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원하는 대답 나올 때까지 사람 들쑤시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라며 “남의 불행은 아무렇지 않게 취급하면서 자기 궁금한 것 못 참겠다? 나쁜 사람이네”라고 일침했다. 강두의 눈빛에서 상처를 읽고 미안해진 문수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에 강두는 “돌에 이름 석 자 새겨두고 기억하라고 하는 것 같아서 같잖았다”고 추모비를 부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비록 기억은 달랐지만 같은 상흔을 지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공감하며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강두는 주원(이기우)을 찾아가 문수와 함께 추모비 재건립을 진행하겠다고 요청했다. 강두와 문수는 추모비 재건립을 위해 찾은 석공에게서 “죽은 사람만 기리자고 세우는 게 아니다. 남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마음껏 슬퍼하라고 만든 게 추모비”라는 말을 듣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다시 한 발 나아가는 듯했지만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짙었다. 강두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 강두는 대타로 야간 근무를 서다 현장을 순찰하기 위해 빗속으로 들어갔다. 문득 멈춰선 강두와 그가 걱정돼 현장을 찾은 문수의 긴장감 어린 표정이 교차되는 위로 “엿 같은 상황은 언제든 다시 돌아온다”는 강두의 내레이션이 불안감을 자아내며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 궁금증을 높였다.
이처럼 강두와 문수가 서로에게 이끌려 평범하게 일상을 나누는 모습과 함께 여전히 사고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픔이 동시에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강두는 환청과 환영에 시달렸고 문수는 당시의 기억을 온전히 찾지 못했다. 문수에게 시선이 이끌릴 때마다 강두의 환영은 더 선명해졌다. “살만한가보다. 연애라도 하게?”라는 조소어린 목소리는 그를 더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강두가 보는 환영 속 소년의 정체가 무엇일지 조각난 기억과 환영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종 추측이 오가고 있다.
또 ‘그사이’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대사들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네가 그 속을 어떻게 아니. 우는 소리 크다고 더 아픈 거 아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순 없다. 다만 내가 동생을 잃은 슬픔보다 자식을 잃은 엄마의 슬픔이 더 클 거라고 짐작만 할 뿐” “뻔한 게 좋은 거야. 그런 뻔하고 단순한 것도 안 지켜지니까 이 세상이 거지 같은 거고” “남은 사람들, 소중한 사람 보내고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마음껏 슬퍼하라고 만드는 게 추모비야. 우리도 잊지 않았다고 돌덩이 하나로 위로해주는 거라고” 등 깊이 있는 성찰과 고민이 담겨있는 대사들은 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아픔의 무게를 담아내며 먹먹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최정민 인턴기자 mmm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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