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너의 등짝에 스매싱’ 김병욱-박영규/ 사진제공=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 김병욱-박영규/ 사진제공=TV조선
‘순풍 산부인과’를 통해 시트콤 시대의 막을 열었던 김병욱-박영규가 20년 만에 뭉쳤다. TV조선 일일 드라마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통해서다.

20일 서울 중구 씨스퀘어 빌딩 라온홀에서 ‘너의 등짝에 스매싱’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병욱 크리에이터와 배우 박영규가 참석했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해마다 80만 명의 자영업자가 폐업하는 불황 속 몰락한 가장의 ‘사돈집 살이’와 ‘창업 재도전기’를 그린 드라마로, 박영규, 박해미, 권오중, 장도연, 김나영, 황우슬혜, 줄리안, 엄현경, 이현진, 윤서현, 송재화, 한지완 등이 출연한다.

일일드라마 속 흔한 가족 이야기에서 벗어나 불황 속 자영업자, 취업난, 안전불감증 등 현 시대를 반영하는 스토리와 ‘김병욱 사단’ 특유의 개그 코드를 더해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욱 크리에이터와 박영규는 ‘순풍 산부인과’ 이후20여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김병욱 크리에이터는 “박 선배(박영규)가 시트콤에 대한 갈증이 많으셨다”며 “선배가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고, 그래서 이야기 만들기도 편했다. 굉장히 익숙하고 좋았다”고 박영규와 함께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영규는 “지난 6월에 김 감독(김병욱)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빈소로 향했다. 사실 그 전부터 김 감독을 만나야 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나이 먹고 시트콤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갑작스럽게 만나게 된 것”이라며 “보통 부모님들은 마지막 순간에 자식을 위해 남겨 주시는 게 있다. 아버님께서 ‘김감독 박영규를 만나봐라’ 라며 만남을 이끌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욱 크리에이터는 “2014년에 인생 처음으로 계약이 끝났다. 제 삶이 중요하다 생각해서 주변 지인들에게 은퇴하겠다고 얘기했다. 더이상 방송을 하고 싶지 않았다. 조용하게 아무것도 안하는 삶, 그것도 행복하고 좋았다”며 “그러던 중 이야기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더라. 시트콤을 하자고 했을 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16부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중간에 그만두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끝까지 50부작까지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병욱 크리에이터는 일일드라마를 50부작으로 편성한 이유에 대해서는 “9월에 기획을 했다. 스튜디오 카메라가 아닌 ENG로만 찍기 때문에 촬영 속도에 한계가 있다. 또 대본 속도도 맞추기 힘들다”며 “사실 은퇴 이유에 건강 문제도 있다. 체력의 한계가 느껴져서 자신감이 없다”고 털어놨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 티저 포스터/ 사진제공=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 티저 포스터/ 사진제공=TV조선
이에 박영규는 “2004년에 22년을 키운 아들을 잃었다. 그 22년 간의 추억이 저를 많이 힘들게 하더라. 그래서 7년간 방송을 안 했다”며 “‘순풍산부인과’를 끝내고 20년을 지내면서도 시트콤을 통해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다른 곳에서 시트콤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 작품이라는 게 감독과 작가와 배우가 함께 하는 작업이지 않나. 다른 작품 제의를 받았을 때 자신 없었던 건 믿음과 신뢰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과거에 아들이 ‘순풍 산부인과’에 나오는 아버지 박영규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친구들이 좋아하고 칭찬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때 쯤, 2011년도부터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회장 등 시트콤과 상반된, 비교적 진중한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본능적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코미디 기질이나 감성이 남아 있더라. 김 감독과의 만남으로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영규는 “김 감독 아버님이 특별히 만나게 해주셨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일본군을 맞설 때 얼마나 두려웠겠냐. 두려움에서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나오지 않나. 죽고자 하면 살리라 하는 확신과 신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김병욱 크리에이터에게 힘을 실었다.

김병욱 크리에이터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예능 드라마’에 대해 “최근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서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도 옛날 ‘하이킥’이나 ‘순풍산부인과’ 영상 클립 이 돌아다닌다고 하더라. 그것들은 이미 옛날 것이지 않나. 새롭고 좋은 클립을 만들 수 있게 양질의 좋은 유머를 구사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또 “과거 ‘순풍’이나 ‘하이킥’에서의 개그 코드를 좋아하는 분들도 만족하게끔 우리 팀의 고유한 색깔을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영규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요즘은 좋은 컨텐츠가 있으면 찾아보는 시대다. 오히려 시트콤이 침체된 상황에서 김감독이 만든 책 자체를 배우들이 소화만 잘 시켜준다면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감동을 주는 드라마를 하는 사람이 자신이 없으면 능력이 없는거다. 악조건에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진짜이지 않겠나”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병욱 크리에이터는 “‘시트콤’이라고 하면 ‘웃기겠다’ 하고 들어가는 것과 똑같아서 불리한 면이 있는 것 같더라. 실제로 웃을 수 없는 내용도 많다. 그래서 일일극이라고 했다. 일일극인데 일일극 같지 않은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시트콤이 아닌 일일극으로 분류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오는 12월 4일 첫 방송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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