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해인 인턴기자]
뉴욕타임즈의 티 매거진(T Magazine) 특별호에 실린 박찬욱
뉴욕타임즈의 티 매거진(T Magazine) 특별호에 실린 박찬욱
뉴욕타임즈의 티 매거진(T Magazine)이 지난주 발간된 특별호에서 “박찬욱, 한국 영화를 세상에 알린 남자”라는 제목으로 박찬욱 감독과 그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티 매거진은 뉴욕타임즈가 발행하는 패션, 디자인, 생활, 뷰티, 여행, 문화를 다루는 잡지다. 매년 늦가을에는 한 분야에서 최정상에 있는 인물을 다루는 ‘더 그레잇(The Greats)’이라는 특별호를 발행한다. 그해 선발된 각 분야 정상들의 인터뷰와 함께 각 인물의 표지를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티 매거진은 특별호를 통해 박 감독을 “복수 3부작인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한국 영화를 세계 무대에 알렸다”며 “한국 감독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으로 박찬욱 감독을 꼽고, 스파이크 리 감독은 박 감독의 작품인 ‘올드보이’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고 소개했다.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에 대해 이 잡지는 “이 영화들은 복수라는 공통된 주제 하에 평범한 사람들이 극단으로 몰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어두운 유머와 회화적 구성, 낭자한 유혈을 조합한 영화를 만들지만 그런 폭력성의 이면에는 깊은 휴머니티와 부조리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스터 복수(Mr. Vengeance)’로도 불리는 그의 명성 때문에 작품들이 폭력의 스펙터클일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그가 그리는 선혈이 낭자한 이미지들은 매우 매혹적이어서 관객들을 밀어내는 대신 화면 속으로 끌어당긴다”고 극찬했다. 특히 영화 ‘올드보이’속에서 최민식이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 장면을 언급하며 “일상에 난무하는 폭력으로 인해 인간성이 말살돼 가는 세상에서 절망 너머까지 치달은 인간의 모습이 관객의 감정을 풍성하게 해준다고”고 설명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아가씨’에 대해서는 “박 감독이 관심을 성으로 돌린 작품”이라며 “에로틱한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의 시대적 배경을 1930년대 일제 치하의 한국으로 옮겨오는 데 성공했다. 주요 캐릭터들이 변신을 거듭하며 놀라운 반전을 이어간다”고 평가했다.

특별호에는 박 감독이 영화인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도 담겼다. 박 감독은 어릴 때 제임스 본드의 영화를 본 후 자신만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상상했다. 대학 시절 활동했던 영화 동아리에서 본 외국 영화들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박 감독은 인터뷰에서 “당시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영화 학교에 다녔다면 표현주의 영화를 보여주는 강의를 들었겠지만, 한국에는 당시 체계적인 영화 교육과정이 없었다. 내가 영화에 대해 쌓은 지식들 역시 무계획적이고 산발적이었다. 그래서 내 영화들의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기이한 형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김해인 인턴기자 kimh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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