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비밀의 숲’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비밀의 숲’ 스틸컷 / 사진=tvN 제공
tvN ‘비밀의 숲’(극본 이수연, 연출 안길호)이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범인은 밝혀졌지만 아직도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우거진 숲은 쉽사리 그 출구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설계된 진실, 동기를 가진 모두가 용의자다’라는 메인 카피처럼 매회 의심스러운 인물이 늘어간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전개다. 뒤통수를 얼얼하게 하는 반전은 다소 느린 전개에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검사들에게 돈, 여자 등을 대주던 검찰 스폰서 박무성(엄효성)의 죽음이 시작이었다. 뇌수술 후유증으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 검사(조승우)는 정의롭고 따뜻한 한여진 형사(배두나)와 함께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황시목은 사건의 중심에 서부지검 차장검사 이창준(유재명)과 그의 장인 이윤범(이경영)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주변을 맴돈다. 그러다 박무성에게 고용돼 고위 관료층에게 성 접대를 했던 김가영(박유나)이 박무성의 집에서 죽기 직전의 상태에서 발견된다. 박무성 살인사건에서 시작된 ‘비밀의 숲’은 미성년자 성매매에 연루된 경찰서장과 검사장, 더 나아가 재벌과 고위 권력자들의 방산 비리까지 사건의 몸집이 커졌다.

황시목은 한여진, 장건(최재웅), 김정본(서동원), 최영(김소라), 윤세원(이규형) 등과 특임팀을 결성해 박무성 살인사건과 검찰 비리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에서는 놀라운 반전이 이뤄졌다. 김가영을 납치한 이가 바로 특임팀의 윤세원으로 밝혀진 것. 윤세원은 2년 전 사고로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만 알려졌던 인물이다. 그가 왜 김가영을 납치해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비밀의 숲’은 우직하다. 박무성 살인사건으로 극을 끌고 나간다. 그 과정에서 모든 인물들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지금껏 한국 수사 드라마에서 본 적 없었던 치밀하고 촘촘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황시목과 한여진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의심을 자아내는 사연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추리력을 발휘하면서 드라마를 볼 수 밖에 없다. 극 속 인물들의 혼잣말이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시청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검찰이라는 거대하고 울창한 숲을 파헤치는 이가 감정이 없다는 것도 흥미롭다. 황시목은 정의와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말이나 행동에 온기가 없다. 늘 무표정하다. 검사로서 ‘팩트’를 찾아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그는 침착하고 냉정하게 비밀의 숲으로 들어간다. 극본을 쓴 이수연 작가는 “감정은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요소지만 감정이 있기에 욕심도 이기심도 생긴다. 그래서 개인의 욕심에 흔들림 없이 진실을 추구하는 감정이 없는 검사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여타 한국 수사 드라마와는 다른 ‘차가운’ 주인공은 ‘비밀의 숲’을 이끄는 힘이다.

지난달 10일 시청률 3.0%(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출발한 드라마는 12회 방송에서 5.5%를 달성했다. 자체 최고 기록이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거나 뜨겁게 치솟지는 않았다. 다만 ‘비밀의 숲’은 드라마 속 인물들이 그러하듯이 차분하고 냉철하게 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비밀의 숲’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비밀의 숲’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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