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알쓸신잡’ 양정우 PD / 사진=tvN 제공
‘알쓸신잡’ 양정우 PD / 사진=tvN 제공
유시민부터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까지. 이 낯설지만 신선한 조합은 어떻게 탄생된 걸까?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의 양정우 PD는 “시작은 유시민 선생님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유시민 선생님이 방송하는 걸 보고 새로운 걸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야가 다르지만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물들을 만나고 다녔어요. 아무래도 면식이 있고 친분 관계가 있으면 더욱 활발하게 대화가 오가지 않을까 싶었죠.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거나 모임을 가지고 있는 분들 위주로 캐스팅했습니다. 유시민 선생님과 황교익 선생님만 뵌 적이 없었고 나머지 세 분은 교류가 있었죠.”

‘알쓸신잡’은 유시민 작가,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김영하 작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MC 유희열이 국내를 여행한 뒤 한 곳에 모여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이다. 특별한 형식이 있는 건 아니다. 혼자 혹은 여럿이 여행을 한 뒤 그곳에서 느꼈던 걸 공유하고 일정한 주제에 대해 수다를 떤다. 수다는 음식·문학·역사·과학·음악 등 다채롭다.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은 ‘잡학박사’라는 별명답게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지식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유시민 선생님은 박학다식해요.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을 섭외할 때 대부분 ‘유시민 선생님과 함께라면 나도 하겠다’고 하셨죠. 잡학사전에서 캡틴을 맡고 있어요. 사실 처음부터 캐스팅이 된 건 아니었어요. 출판 계획이 있는데 시간을 너무 빼앗길까봐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본인이 연예인도 아닌데 고정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도 고민이 되셨던 것 같아요. 다행히 함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유시민과 황교익은 ‘알쓸신잡’을 통해 처음 만났다. 그러나 두 사람은 프로그램에서 티격태격하면서 ‘톰과 제리’ 같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양 PD는 “두 분은 공통점이 많다. 황 선생님은 요리 전문가고 유 선생님은 음식을 좋아한다. 첫 만남부터 낚시로 대동단결했다. 낚시를 하러 두 분이서 많이 돌아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양 PD는 김영하 작가에 대해서는 처음에 어떤 인물인지 잘 몰라서 출연 제의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반신반의했다고 털어놓았다. ‘오빠가 돌아왔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퀴즈쇼’ ‘너의 목소리가 들려’ ‘살인자의 기억법’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쓴 소설가를 잘 몰랐다니 좀 뜻밖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김영하 작가님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더라고요. 어떤 분인지 잘 몰랐죠. 처음 만났는데 굉장히 젠틀하고 가정적이더라고요. 키도 크고 목소리도 좋고 외모도 훌륭하잖아요. 두세 번 미팅을 하니까 무슨 주제가 나와도 이야기를 하실 만큼 잡학에 능한 분이라는 걸 느꼈죠.”

정재승에 대해서는 “이분이 ‘알쓸신잡’ 같은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양 PD는 “‘과학콘서트’ 같은 책을 비롯해 사회, 영화 등의 분야를 과학과 엮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알쓸신잡’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밝혔다.

‘알쓸신잡’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알쓸신잡’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면 의견이 대립하거나 충돌하기도 한다. ‘알쓸신잡’의 한 회 방송 분량은 1시간 30분가량이지만 녹화 시간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이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언성을 높이거나 다툼이 있지는 않았을까? 양 PD는 “싸운 적은 전혀 없다”고 손을 저었다. 토론에 익숙한 이들이 모인 만큼 불필요한 감정 낭비는 없다는 것. 대신 합의점과 차이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다. “배려심이 깊다. 서로 존중한다는 마음이 깊숙이 깔려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MC 유희열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출연자 중 유일한 연예인인 그는 어려운 이야기가 나오면 설명을 요구하거나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유희열씨는 다리를 놔주는 인물이에요. 선생님들의 대화가 구성 없이 뻗어나가면 보는 분들이 어지럽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잖아요. 이때 유희열씨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서 조정을 해줍니다.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죠.”

‘알쓸신잡’은 본편 8회로 끝날 예정이었으나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최근 감독판 1회를 추가 편성해 오는 28일 종영한다. 벌써부터 시즌2를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양 PD는 “이 프로그램은 길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알쓸신잡’은 어느 한 명의 스타에게 의존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유시민 선생님이 책에서 손을 놓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잘 가꿔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웃음) 시청자들의 의견을 늘 새겨듣고 있어요. 여자판이나 세계로 나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아직 프로그램이 끝나지 않은 만큼 방송을 잘 마무리한 뒤 하나씩 검토할 예정입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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