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불한당’ 포스터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불한당’ 포스터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시작은 같아도 방향은 다르다.”

또 누아르다. 이와 같은 지적에 배우 설경구가 답했다. 실제로 뚜껑을 연 ‘불한당’은 우리가 알던 ‘그 누아르’가 아니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감독 변성현)이 17일 개봉했다. 극은 범죄조직 일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범죄액션드라마다.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 설경구와 연기돌 수식어마저 지우고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임시완의 조합이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불한당’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을 확정 지으며 더욱 화제의 중심에 섰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86개국 선판매를 기록했고 프랑스, 대만 등에선 오는 6월 개봉도 앞두고 있다.

감각적 색채에 신선한 카메라 워킹차별점은 연출

남성 배우를 투톱으로 하는 누아르 장르의 극은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심심치 않게 쏟아지고 있다. 시작은 같았지만 ‘불한당’은 독자 노선을 택했다. 피비린내가 나는 듯한 리얼한 그림 대신 한 편의 코믹북을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연출로 신선함을 더한 것.

액션신도 그저 처절하지만은 않다. 거구의 상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현수의 모습은 세계적 히어로들을 떠올리게 만들고, 이들의 싸움을 담아내는 기묘한 카메라 워킹은 극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눈길을 사로잡는 컬러풀한 색감 역시 극의 개성을 표현해준다.

설경구는 “베테랑 스태프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콘티를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콘티 안에 모든 장면이 녹아있었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까지 설명이 돼있었다. 내가 걸어가는 방향에 따른 카메라 움직임까지 담겼다”고 설명했다. 철저히 계산된 연출이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브로맨스와 로맨스의 경계자꾸 보고 싶은 은밀한 관계

극은 두 남자의 믿음과 배신에 대한 이야기다. 교도소에서 만난 재호(설경구)와 현수(임시완)가 결정적 사건을 계기로 가까워지고 의리와 의심을 나누게 되는 것.

단순 브로맨스로 치부하기엔 조금 더 끈끈하다는 점이 극의 색다른 포인트다. 공식석상에서 극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이 “누아르 장르보단 멜로를 보며 떠올린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고백했듯, 사람을 믿어본 적 없는 재호와 감싸주고 싶은 현수가 서로를 향해 한 발짝씩 다가서는 모습이 묘한 설렘을 자극한다.

특히 어떠한 행동 없이도 진한 눈빛으로 이를 설명하는 설경구·임시완의 호흡이 극을 단단하게 이끈다.

이런 언더커버 영화, 본 적 있나요?

보통 언더커버(잠입경찰) 소재가 가지는 힘은 정체를 숨긴 주인공이 신분을 들킬 위기에 놓이며 생겨나는 긴장감에서 온다. 때문에 끝까지 신분을 숨기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된다.

‘불한당’은 다르다. 극 초반부에 신분을 화끈하게 노출시키는 것. 때문에 극은 현수(임시완)가 가진 신분의 비밀보단 그가 맺고 끊는 인간관계에 더욱 집중한다. 덕분에 관객들 역시 불필요한 긴장감 대신 시시각각 변하는 현수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다.

변성현 감독은 “‘정체를 들킬까 말까’라는 고민 자체를 빼버렸다. 오로지 감정을 쌓고 파괴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불한당’은 개봉 당일인 17일 예매율 1위를 달리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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