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이성민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성민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명불허전 ‘연기 신(神)’이다. 시청자들과 관객들을 순식간에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남다른 아우라가 있다. 어떤 때는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다가도 어느 순간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뽐낸다. 배우 이성민의 얘기다.
85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이성민은 2001년 전국 연극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할 정도로 활약했다. 이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출연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포문을 열었다. 장르 불문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연기력을 뽐냈고, 그의 노력은 2012년 MBC ‘골든타임’에서 빛을 발했다. 주연급 최인혁 역을 맡으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것. 이후로 계속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2014년 tvN ‘미생’에서 오상식 역으로 화제를 모았고, 해당 작품으로 2016년 tvN10 어워즈에서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영화계에서도 입지를 쌓았다.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놀랄만한 연기력을 뽐냈다. 지난해 1월 개봉한 ‘로봇, 소리’에서는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10년 동안 전국을 헤매는 아버지 해관 역으로 극을 이끌었다. 규모가 작은 영화임에도 감동 스토리로 47만 관객을 극장가로 모았다. 하지만 이성민은 ‘로봇, 소리’ 이후 주·조연의 위치에 대해 고민했다.
“주연은 내가 할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신 주연작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죠. 내가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연으로 극에 참여할 땐 나 하나만 생각하면 됐는데, 주연이 가지는 무게감이 상상 이상이더라고요.”

그렇게 고민했지만 이성민은 신작 ‘보안관’에서 또 다시 주연으로 활약했다. ‘보안관’은 오지랖 넓은 토박이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을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컬수사극이다. 이성민은 처절한 맨몸 액션부터 코미디까지 섭렵하며 극을 이끌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예고편이 오히려 재미가 덜했죠. 만듦새가 좋았어요. 깔끔하고 담백한 된장 맛의 영화였어요. 대놓고 코미디를 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최근 일반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터무니없이 많이 웃어주더라고요. 촬영을 하면서도 예상치 못했던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는 걸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직 형사를 연기한 만큼, 이성민의 다부진 몸매가 눈길을 끌었다. 아재 향기가 물씬 풍기는 쫄티에 금목걸이를 했어도 감출 수 없는 몸매였다.

“연기 자체가 어렵진 않았지만 몸을 만드는 게 귀찮았죠. 덜 먹으면서 운동도 해야 했고, 태닝도 필요했어요. 부산 촬영 전 한 달 반 정도 액션스쿨에 다니며 준비를 했는데, 부산에 내려가면서 다 무너졌어요. 주변에서 ‘뭐 먹을까요, 형님~’이러는데 ‘난 고구마 먹을게’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하하. 운동을 할 땐, 목표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어요. 그 형님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다들 섹시하다고 하잖아요. ‘아재’라고 하지도 않고. 심지어 우리 딸도 팬이래요. 그래서 라이벌로 생각하며 운동했죠.”

외형만큼이나 캐릭터 자체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극에서 이성민이 연기한 대호는 마을 사람들 모두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종진이 등장하자 점차 처절하게 변해갔다.
“대호라는 캐릭터는 천성이 그래요.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그들에게 칭찬받는 게 행복이죠. 대호가 종진을 의심하고 쫓는 건, 전직 형사로서의 직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남자의 자존심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과거 구질구질했던 놈이 좋은 차를 끌고 비서까지 두고 금의환향을 하니 질투가 났던 거죠.”

극 중 대호는 오지라퍼다. 실제 이성민과는 얼마나 닮았을까. 그는 “요즘은 주변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과거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주변에 관심이 없어 이기적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과거엔 나 살기도 바빴어요. 연극할 땐 특히 심했죠. 집도 없이 연극에만 몰두했어요. 나를 보호하려고 눈에도 힘을 팍 주고 다녔죠. 연기적 변화요? 크게 있죠. 그땐 천지모르고 연기했으니 얼마나 어리숙했게요.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계속해서 스스로를 낮추는 이성민은 “스스로에게 냉정한 잣대를 대는 편이다”라고 고백했다. 그런 그에게 ‘보안관’은 의미가 깊은 작품이라고.

“제 연기요? 늘 창피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이 중요해요. 연기 인생에 대해 불안감도 있고 위기의식도 느끼고 있어요. ‘보안관’을 계기로 뭔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배우 이성민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성민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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