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홍대광 / 사진제공=MMO엔터테인먼트
홍대광 / 사진제공=MMO엔터테인먼트
2014년, 홍대광의 ‘첫’ 단독 콘서트에서의 일이다. 그가 처음 제 이름을 걸고 연 콘서트에 나타난 깜짝 게스트는 ‘스물다섯 살 홍대광’이었다. 당시 홍대광은 스물다섯 살 시절로 돌아가 빵모자를 쓰고 뿔테 안경을 꼈다. 마이크를 치우고 조명을 끄고, 자작곡 ‘스물다섯’을 불렀다. 어두워진 공연장에 오직 홍대광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만 울려 퍼졌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는 것은 그때, 홍대광의 초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2017년, 데뷔 후 5년이 흘렀다. 홍대광이 내놓은 신보 ‘앤드 유(And You)?’에는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래서일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의 흐름대로 배치해놓은 트랙들을 듣고 있자면 다시, 그 무대가 떠오른다. 그 어떤 꾸밈없이, 숨소리와 작은 떨림마저 노래가 되었던 맨 처음의 홍대광.

10. 2년여 만에 신보 ‘앤드 유’를 내놓았다. 그 사이 프로젝트 싱글 등을 제외하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홍대광: 중간에 한번 나오려고 했는데, 시기가 안 맞아서 좀 미뤄졌다.

10. 전곡 자작곡을 싣고, 프로듀싱까지 도맡았다.
홍대광: 아주 사소한 것까지 다 신경 썼다. 튠, 믹싱, 마스터링… 몇 번씩 갈아엎고 스태프들을 쫓아다니면서 밤새 괴롭히고 편곡도 이것저것 바꾸고.(웃음) 음악은 물론이고 음반 재킷, 뮤직비디오까지 직접 매달렸다.

10. 마침내 완성된 음반을 마주했을 때 감회가 남달랐겠다.
홍대광: 막상 음반을 받았을 때는 어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웃음) 이전의 음반들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저는 제 몫만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반에는 설레고 좋은 기분만 들었는데, 이번에는 ‘무사히 나왔구나’,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10. 음반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다. “시간은 편곡을 따라, 마음은 가사를 따라 흘러가고 사랑의 미묘함을 ‘보라색’으로 표현했다”고.
홍대광: 실제로 제가 음악을 듣는 취향이 있다. 아침, 혹은 일어나서 듣는 음악, 새벽에 듣는 음악이 따로 있다. 그 취향을 반영하고 싶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의 시간을 음반에 담으면, 시간대에 맞춰 트랙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1, 2번 트랙은 아침부터 점심까지, 3, 4번 트랙은 점심부터 저녁까지, 마지막으로 5, 6번 트랙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들으시면 된다.

홍대광 / 사진제공=MMO엔터테인먼트
홍대광 / 사진제공=MMO엔터테인먼트
10. ‘앤드 유?’만의 특징을 꼽아보자면.
홍대광: 슬픈 곡이 없다. 처음부터 기획했다. 메이저하고 밝은 느낌으로 메이킹했다. 그렇다고 너무 사랑의 설렘만 노래하는 느낌은 아니다. 여행에 관한 노래, 별에 대한 노래, 또 새로운 시작에 대한 노래까지, 다양한 테마의 곡을 만들고자 했다.

10. 특히 공들인 부분은 무엇인가.
홍대광: 믹싱과 튠이다. 제가 음색이나 창법이 독특한 편은 아니다. 디테일한 감성들이 튠이나 믹싱 단계에서 많이 사라지는 케이스다. 그래서 이번 음반을 작업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믹싱과 튠을 조절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기사님들이 엄청 고생하셨다.(웃음)

10. ‘비처렁 폴인럽(fall in love)’이 타이틀이 된 이유가 있을까.
홍대광: 1년 반 전에 만든 곡이다. 처음 만들 때부터 다음 음반 타이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음반을 제작하면서 첫 그림과 달라지긴 했다. 밝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곡이었는데, 구름 씨와 같이 편곡하다 보니 마냥 예쁘기만 한 느낌은 아니라 가사를 다시 받아썼다. 조금 더 차분해지고 감성적이 됐다. 여태 고음을 지르는 곡들을 많이 했었는데, ‘비처럼 폴인럽’은 가성이 주가 되는 노래다. 제게 있어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고 또 저도 가성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기도 했다.

10. ‘비처럼 폴인럽’ 발표 당일(5일) 비가 내렸다. 운명인가.(웃음)
홍대광: 신기하다. 그전까지 비가 꽤 오랫동안 안 오다가, 딱 음반을 내는 날 비가 왔다. 하늘이 돕는다고, 이번에 되려나 보다 기대를 많이 했다. 이 비의 버프를 받아 새 도약을 할 수 있는 건가.(일동 웃음) 그런데 다음날부터 안 오더라.(웃음)

10. ‘비의 버프’가 음원 차트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 기대했을 텐데.
홍대광: 사람 욕심이라는 게 잘 됐으면 좋겠는 게 사실이지 않나. 이번 음반은 특히 주변에 음악을 하는 지인들이나 회사 내부에서 평가가 좋았다. 음반을 내놓고도 댓글 반응이 좋아 내심 기대를 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비가 오면 차트에 반짝 하고 올라갔다 사라지더라.(웃음) 대중적인 코드에 완전히 부합하는 곡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무엇보다 제가 열심히 만들었고 뿌듯한 앨범이 나왔기 때문에, 들어주시는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만으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까.

10.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느껴진다.
홍대광: 하고 싶은 것은 다 했다.(웃음) 쉽게 나온 곡이 한 곡도 없다. 이번 음반에는 여섯 곡이 실렸지만 처음 기획하고 만든 곡은 20곡이 넘는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 발표된 곡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다.

홍대광 / 사진제공=MMO엔터테인먼트
홍대광 / 사진제공=MMO엔터테인먼트
10. 그 중에 한 곡 꼽아보자.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트랙.
홍대광: ‘봄의 기적’이다. 거의, 제일 마지막에 쓴 곡이다. 다섯 곡을 우선 싣고, 오후의 쏟아지는 직사광선의 느낌이 나는 곡을 쓰고 싶었다.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문득, 겨울이 가고 봄이 다가온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설레었다. ‘지금은 나뭇가지가 앙상하지만 곧 나뭇잎이 피고 새들도 지저귀며 날아다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대자연의 변화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내 삶도, 또 누구의 삶도, 봄이 주는 기적처럼 새로 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곡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 음반이 제게는 새로 시작하는 의미다. ‘봄의 기적’에 그 염원이 많이 담겼다.

10. ‘새로 시작하는 의미’라면.
홍대광: 사실 들으시는 분들은 모르실 수 있지만, 이번 음반은 전작들과 많은 차이점이 있다. 이전까지는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고민이 곡마다 담겼다. ‘힙합이 뭔데’(2016), ‘잘됐으면 좋겠다’(2015), ‘답이 없었어’(2014), 제목만으로 임팩트가 있다. 반면 이번 음반은 워딩부터 확 남는 건 없다. 귀에 단번에 꽂히지 않더라도, 분위기와 여운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홍대광이 하는 음악에 이런 분위기가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0. 데뷔 후 5년이 흘렀다. 왜 새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나.
홍대광: 그럴 때 있지 않나. 긴 머리를 싹둑 자르듯, 지나간 것들의 끈에 묶여 살기보다 새롭게 살고 싶은 마음. 저의 지난 노래들 중 제가 좋아하는 것도 있고 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한 미련에 치이다 보니 다음으로 나아가기가 버겁더라. 이번 음반에서 전곡 작곡을 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구의 곡을 받고 콘셉트를 잡다 보면 솔직해지지 못할 것 같았다. 결과를 떠나 순수하게 ‘나’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자 했다.

10. 그래서일까. 이번 음반에는 피처링도 없다.
홍대광: 원래 곡에 꼭 필요하지 않다면 피처링을 더하지 않는 편이다. 사실 ‘비처럼 폴인럽’은 듀엣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일단 시간이 부족했고(웃음) 저 스스로도 가성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들어 혼자 부르게 됐다. 최근 ‘홍대광의 소파 라이브’라는 유튜브 콘텐츠로 꽃잠프로젝트 김이지 씨와 ‘비처럼 폴인럽’을 불렀다. 확실히 여자 키로 부르니 안정적이고 듣기 편하더라. 기회가 되면 다음 장마철 때 듀엣으로 편곡해 부르고 싶다. ‘비’ 하면 떠오르는 가수들 있지 않나. 윤하 씨나 김예림 씨… (웃음)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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