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기타리스트 이정엽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기타리스트 이정엽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이정엽(JY Lee)은 스스로 듣고 싶은 노래를 만드는 기타리스트다. 그는 자신이 만든 노래를 하루 종일, 한 두 달이고 듣는다고 했다. 아티스트가 곡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믹싱, 마스터링 등의 단계를 거치며 수차례 동일한 곡을 들어야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언제 들어도,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 있는 이정엽의 노래에는 그의 이러한 자신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기타 솔로를 지켜줘’와 ‘유턴 캘리포니아’는 ‘90년대 기타 키드’의 감성이 빚어낸 수작이다. 그런 그가 아홉 번째 싱글 ‘검은 바다에서’를 발표했다. 기타, 베이스, 프렌치 혼 연주부터 브라스 편곡, 믹싱까지 모두 직접 담당했다.

여자의 여린 목소리를 따라가는 기타 연주로 시작해 어느새 프리 재즈처럼 화려하게 마무리되는 ‘검은 바다에서’는 어떻게 출발한 곡인지 궁금했다. 이정엽은 원래부터 악기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발매되는 곡들은 악기 사용이 정형화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쉬워하던 차에 악상이 떠올랐죠. 악기를 풍성하게 넣어서 곡을 만들고 나니 ‘이런 것도 해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하더라고요. ‘나 이만큼이나 잘할 줄 안다고’라는 식으로 세상에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이런 뿌듯함이 좋아요. 이 감정을 다시 느끼려고 곡을 다시 만들죠.”

기타리스트 이정엽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기타리스트 이정엽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이정엽은 ‘못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듣는 사람은 없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가사와 멜로디에서 느껴지는 독창성이 그의 다음 노래를 기대하게 만들고, 다음 노래는 이전 노래와 완전히 다른 장르이거나 다른 매력으로 즐거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검은 바다에서’가 제 열 번 째 작업물이에요. 2012년 첫 정규 앨범 ‘Perfect Sky’ 이후로는 디지털 싱글만 아홉 곡 발매했죠. 음악 작업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아름다운 나의 그때 스케치’처럼 잔잔한 곡을 냈다가도, 그 다음엔 ‘검은 바다에서’처럼 화려한 곡을 작업하게 돼요. 아직까지 지드래곤이나 윤종신처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만약 제 곡이 100곡, 200곡까지 쌓인다면 분명 지금이랑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 등 악기를 좋아해 ‘어쩌면 피아니스트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잉베이 맘스틴이나 메탈리카, 미스터 빅, 건즈 앤 로지즈 등을 접하며 음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국은 하고 싶은 걸 해보자고 마음 먹은 후 발표한 음악들을 들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지금까지도 영감을 받는 뮤지션은 메탈리카, 건즈 앤 로지즈다.

“아담 로저스, 줄리안 라지, 호테이 토모야스와 같은 연주자들에게도 큰 영감을 받아요. 그들의 음악은 어둡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하죠.”

이런 그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재즈부터 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담겨있다.

“트와이스의 ‘TT’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놓고 즐겨 듣는 노래에요.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면서도 정성도 있고 색채도 있어요. ‘음악적인 파이팅’이 있달까요.(웃음) 오마이걸의 ‘윈디 데이’도 마찬가지죠. 저는 그것을 ‘정성이 많다’고 표현해요.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아니고, 더 독창적인 무언가를 담아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여요. 앞으로 저도 그렇게 개성 있는 곡들을 만들고 싶어요.”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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