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배우 장혁/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배우 장혁/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청춘의 반항아’에서 ‘액션 장인’을 거쳐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이렇듯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의 수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배우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에서 악역 규남 역을 맡아 이제는 ‘명품 악역’이라는 수식어까지 추가했다.

어느덧 데뷔 21년 차. 이제는 좀 쉬엄쉬엄해도 되겠다 싶지만 장혁은 어느 작품 어느 캐릭터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두렵다”고 말하며 데뷔 초와 다름없는 열정과 신념을 드러내는 장혁을 만나봤다.

10. 시나리오로 읽었을 때와 완성된 영화로 봤을 때 느낌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땠나?
장혁: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은 똑같지만, 시나리오로 접했을 때와 완성된 화면으로 봤을 때는 느낌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시나리오상에서는 좀 더 묵직함이 있었다면 스크린으로 펼쳐졌을 때는 묵직함 보다는 밝은 부분과 사람 사는 이야기가 좀 더 잘 드러난 것 같다.

10. 얼마 전 VIP 시사회도 마쳤는데,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
장혁: 꾸미지 않아서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영화의 배경이나 장소가 주는 시대적인 느낌이 잘 표현됐고, 이야기가 잘 드러난 것 같아서 좋았다.

10. 영화에서 손현주와 호흡을 맞췄는데, 소감은?
장혁: 손현주 선배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 현주 형을 10년 넘게 봐오고 있는데,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은 사람이다. 일단 형 주변에는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형이 후배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후배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안다.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사람으로서도 내 롤모델이다.

배우 장혁/사진제공=오퍼스픽처스
배우 장혁/사진제공=오퍼스픽처스
10. 규남이라는 역할이 말투도 그렇고 감정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인물이다. 연기를 할 때 어떻게 접근하려고 했나?
장혁: 감독님이 처음 주문하셨던 게 규남이 영화에서 안타고니스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규남은 극 중 자신을 제외한 주인공들을 디펜스하는 인물이다. 그렇다 보니 감정 없는 벽과 같은, 시스템적인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다.

10. 최근 종영한 ‘보이스’에서는 정의로운 형사 역을 맡았는데, ‘보통사람’의 규남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어려움은 없었나?
장혁: ‘보이스’에서는 계속 움직였다. 코드 제로만 터지면 내가 나가야 했다. (웃음) 반면 ‘보통사람’에서 규남은 다섯 걸음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정적인 느낌이다. 굉장히 대조적인 캐릭터들이었는데, 배우로서는 연기적인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10. ‘보통사람’에 액션신이 없어서 조금 아쉽지는 않았나?
장혁: 먼저 액션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다. 액션 장르를 꾸준히 해 온 배우로서 액션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전문적으로 훈련도 해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안다. 액션은 나에게 하나의 장점이 될 수는 있지만 배우로서 내가 액션 배우라는 고정적인 색깔을 가져가야 할 것은 아니다.

배우 장혁/사진제공=오퍼스픽처스
배우 장혁/사진제공=오퍼스픽처스
10. 데뷔 초에는 작품 속 캐릭터의 보여지는 면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캐릭터가 지닌 색깔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장혁: 요즘도 보여지는 모습에 집중한다. (웃음) 그래서 아침마다 꾸준히 운동하고, 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청춘의 반항아’로 불리며 그런 느낌이 나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왔다면 지금은 반항아를 하기에는 나이가 있다 보니 좀 더 색깔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같다.

10. 그래도 외모만큼은 데뷔초와 비교해 변함이 없는 것 같은데?
장혁: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언젠가부터 나이가 들 때 호감적으로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솔직히 생김새는 변하지 않는 것 같고, 나이 들면서 인상이 변하는 것 같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 가고 싶다.

10. ‘보통사람’을 보는 관객들이 어떤 것을 얻어갔으면 좋겠나?
장혁: 어떤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먹먹하고 묵직한 느낌을 관객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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