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박혁권 / 사진=SBS ‘초인가족’ 홈페이지
박혁권 / 사진=SBS ‘초인가족’ 홈페이지
“사람은 누구나 1등이었던 적이 있단다. 너도 내 5만 마리 정자 중 1등이었어.”

성적도 외모도 중간이라며 울상인 딸에게 건넨 박혁권의 위로가 제대로 웃음을 안겼다. 만년 과장 아빠로 분한 박혁권의 밝은 코믹 연기가 안방을 훈훈하게 물들이며 또 하나의 캐릭터 탄생을 알렸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SBS 미니드라마 ‘초인가족 2017′(이하 초인가족)에서는 세상 평범한 보통가족 나천일(박혁권), 맹라연(박선영), 나익희(김지민) 가족이 소개됐다. 나천일은 도레미 주류 2팀의 과장이며 맹라연은 왕년 바지락 아가씨 출신의 보통 아줌마다. 나익희는 질풍노도의 시기 속 중2병을 앓고 있는 까칠한 외동딸로 등장했다.

‘초인가족’의 분위기는 나천일이 이끌었다. 그는 배경도, 연줄도 없어 늘 승진에 실패하는 ‘만년 과장’으로 이날 방송에서는 월차를 낸 나천일이 집에서 쉬고 있으면서도 직장 내 자신의 존재감을 걱정하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자신의 빈자리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웃음을 주는 한편 현실적인 내용으로 공감을 안기며 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습과 달리 편히 쉬지 못하던 그는 아내와 딸의 눈치까지 살펴야 했다. 특히 나천일 캐릭터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이 아닌 다정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그 애잔함은 배가 됐다. 나천일은 아내에게 잘 보이려 노력해도 섬세하지 못해 구박을 받기 일쑤였고, 딸에게는 친구처럼 친근하지만 그 도를 넘었다는 이유로 ‘극혐’이란 말을 들어야 하는 불쌍한 가장이었다.

다음화 예고에서는 딸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신조어를 배우는 박혁권의 모습이 그려졌다. 신조어 배우기에 나선 그는 모든 말을 신조어로 바꿔 말하는가 하면 직장 내에서도 신조어를 대거 사용하는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폭소를 안겼다.

왠지 응원하게 되는 나천일 캐릭터는 배우 박혁권을 만나 유쾌함을 더했다. 지난해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길태미 역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한 그가 ‘초인가족’에선 카리스마를 벗고 제대로 망가졌다. 그는 매순간 불쌍한 표정과 능청스러운 코믹 대사로 시청자들에 큰 웃음을 안기며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앞으로 도레미 주류 팀내에서 보여줄 활약도 기대되고 있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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