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박광현 감독(이하 박광현) : 설레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다 끝나고 나니까 공허함도 있다. 물론 다음 작품을 하면 되긴 하는데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다.
10. ‘조작된 도시’ 속 사회에서는 정보를 움켜쥔 이가 마음껏 사건을 조작한다. 평범한 권유가 너무나도 쉽게 살인자로 조작된다.
박광현 : 스마트 기기들이 생겨난 뒤 개인의 정보들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을 것 같고, 내 정보들이 누군가에 의해 읽혀질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는 것이 두려웠다. 고발까지는 아니지만 이 시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었다.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안이한 면이 있다. 영화적 즐거움도 공유하면서 위험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
10. 왜 게임을 소재로 했나.
박광현 : 젊은 친구가 사건에 연류 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영화 속에서 젊은이들의 모습은 천편일률적이다. 과거적인 분석을 계속 쓰고 있다.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데 바꾸지 않고 사용하는 느낌이다. 요즘 젊은 세대와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다. ‘포켓몬GO’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로운 게임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고 적극적이다. 게임 산업은 이미 영화 산업을 압도한다. 엄청난 유저들이 있다. 게임을 가상세계로 생각하는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가짜가 아니다. 나는 그 세계 안에 자기신 희생되더라도 팀원들을 구하려는 근사한 주인공을 만들었다. 요즘 게임의 특징은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그런 감각을 통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했다.
10. 초반 대규모 도심 전투신은 압도적이었다.
박광현 : 한국에서 도심전을 찍는 것 자체가 무모한 시도로 여겨진다. 감독들이나 제작자들은 자기 검열을 한다. 어렵고 힘들고 오래 찍어야 하니까. 그래서 찍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새로운 세계의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 그 정도는 해야 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시가 전투를 하는데, 그 신을 통해 용맹스럽고 부하를 사랑하고 임금에게 충성하는 멋진 명장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처럼 권유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팀원들을 구해내는 영웅심을 표현하고 싶었다. 여수엑스포에서 도시를 세팅하고 촬영했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찍어내고 부상의 위험 등 여러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찍게 해준 고마움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거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10. 권유라는 인물을 정말 나락까지 떨어뜨린다.
박광현 : 처음부터 사회 밑바닥까지 제대로 떨어뜨릴 작정이었다. 낭만적으로 넘어갈 수 없었다. 주인공을 지옥에 떨어뜨려야 어딘가를 향해 나갈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했다. 우리 사회가 진짜 고통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거 같다. 나는 삼포세대나 오포세대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결혼도 안하고 애도 안 낳겠다는 건 엄청 무서운 이야기인데, 별 거 아닌 것처럼 여기지 않나. 경쟁으로 상황을 더 나빠지게 한다. 심각한 걸 심각하게 못 느끼고 괜찮다고 여긴다.
10.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한 고충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박광현 : 스태프들도 다 힘들게 산다. 옥탑방에 사는데 여름에는 선풍기가 없고 겨울에는 보일러가 없다. 많이 듣는 얘기다. 신인감독은 입봉하기도 어렵다. 그들의 고통을 계속해서 듣다보면 나 때는 운이 좋았던 거 같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된지 모르겠다. 모두가 안전을 외치니 도전이나 모험을 하지 않는다. 검증된 사람만 가지고 가겠다는 거다. 물론 비즈니스니까 위험하면 안 된다. 그렇지만 이 사회가 풍부해지고 다양해지려면 어쩔 수 없이 도전은 필요한데 원천적으로 봉쇄가 됐다. 이러다 우리 사회가 정말 큰일이 나지 않을까. 방송이나 기사, 내 주변에서 하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거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10.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박광현 :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쉬었지만 다시 돌아오면 내 스스로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다. 똑같은 게 더 나오면 변함이 없다. 다시 나올 때 의미가 있었으면 했다. 내가 느끼고 있는 결핍과 불안함을 영화로 얘기하고자 했다. 물론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경각심을 주되 유희를 바탕으로 했다. 해피엔딩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패배적인 청춘들에게 적어도 힘을 합하면 이길지도 모른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줘야한다는 의무감, 책임감 같은 게 컸다.
10. 홍진영이 부른 트로트 ‘사랑한다 안한다’가 영화의 OST다.
박광현 : 극 속 흑인 부부가 트는 음악으로 홍진영의 신곡을 사용했다. 영화에서 이들은 신랑각지 열쇠고리를 하고 트로트를 듣는 한국을 굉장히 사랑하는 인물들이다. 아이돌 노래를 틀을 수도 있었는데 트로트를 들음으로써 이들이 더욱더 사랑스러웠다.
10. 홍진영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냈다고 들었다.
박광현 : 홍진영을 좋아한다. 나는 팬심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웃음) 홍진영이 노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회사를 찾아갔다. 기존 곡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신곡으로 작업을 했다. 함께 하자고 했더니 ‘해보고 싶었다’면서 임했다. 재미있는 건 나는 항상 무엇인가를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모두가 준비가 돼 있다는 거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곡이 나왔다. 영화 스토리 때문에 필요해서 시도를 했고, 색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10. 지창욱의 주연 출연을 고집했다고 들었다.
박광현 : 지창욱은 이 영화와 너무나도 잘 맞을 것 같은 외모와 (연기) 성향을 지녔다. 지창욱이 영화를 안 해서 검증이 안 됐다는 제작진의 반대도 있었다. 지창욱 쪽도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다. 다행히 양쪽의 허락을 받아서 촬영을 하고 개봉까지 하게 됐다.
10. 공백기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웰컴 투 동막골’ 이후, ‘권법’이 무산되고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박광현 : 주류 세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일은 하면 되지만 내 스스로 점점 밀려나고 있다고 느껴졌다. 대중들도 잊고 영화계에서도 옛날 사람이 되 가고 있더라. 어떤 지인은 내가 제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있다고 전해주더라. 이 악물고 고맙다고 했다.(웃음) 그런데 작업을 준비할 때는 거기에 집중하고 몰입하기 때문에 즐거움이 있다. 수많은 캐릭터와 싸우고 노는 게 녹록치 않고 힘들지만 성취감도 크다. 긴 공백기를 보냈는데, 사전 작업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10. 공백기를 보내고 진두지휘했던 영화 작업 현장은 어땠나.
박광현 : 역시 현장이 주는 행복함이 있다.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는 감독이 레디 액션을 했는데 조감독이 하는 걸로 바뀌었더라. 노인이 된 느낌이었다.(웃음)
10. ‘웰컴 투 동막골’의 팬들은 전혀 다른 장르로 와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박광현 : 다행히도 내 전작을 사랑해주는 분들이 계셨다. 사랑 받는 건 좋은데 단점을 나를 특정한 장르의 감독으로 고착화시킨다는 거다. 온통 그런 종류의 시나리오만 들어왔다. 나는 다른 장르를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서 다른 걸 선택했다. ‘웰컴 투 동막골’은 휴식과 치유가 중점이 된 영화고 ‘조작된 도시’는 쫓고 쫓기는 범죄가 등장하는 영화다. 산골짜기에서 도시로 넘어오기도 했다. 영화의 세계관이나 인물을 그리는 방식 같은 걸 봐주면 되지 않을까한다.
10. 천상병 시인의 시 ‘나무’를 굳이 두 번이나 내레이션으로 넣은 이유는?
박광현 : 영화를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이 시에 들어가 있다.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어른들은 청춘들을 한심하게 여기고 섞은 나무 취급을 한다. 그런데 그들은 무럭무럭 가지를 뻗어가는 나무다. 섞은 나무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 영화를 압축하라고 하면 ‘나무’인 것 같아서 앞뒤로 넣게 됐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웰컴 투 동막골’(2005) 이후 오래도 걸렸다. 제작하려는 작품이 무산되기도 했다. 주류 세계에서 멀어진다는 불안함도 있었다. 그러나 돌아왔다. 무려 12년이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박광현 감독이 영화 ‘조작된 도시’를 지난 9일 선보였다. 게임세계에서 완벽한 리더가 단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다. 그는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다. 게임 세계와 현실을 오가는 독창적 비주얼과 만화적 상상력으로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10. 오랜 만에 스크린에 걸린 작품을 보니 기분이 어떤가.
‘조작된 도시’는 희망을 말한다. 주연을 맡은 지창욱은 천상병 시인의 ‘나무’를 두 차례나 내레이션으로 읊조린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라는 시구는 영화의 메시지와 맞닿는다. 박광현 감독은 극 속 인물인 권유(지창욱)를 밑바닥까지 처참하게 몰아붙인다. 고통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시대를 향한 항변이다. 그리고 말한다. 패배자처럼 보이는 청춘들은 실제로는 섞은 나무가 아니라는 것을.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나는 나무라는 것을.
박광현 감독(이하 박광현) : 설레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다 끝나고 나니까 공허함도 있다. 물론 다음 작품을 하면 되긴 하는데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다.
10. ‘조작된 도시’ 속 사회에서는 정보를 움켜쥔 이가 마음껏 사건을 조작한다. 평범한 권유가 너무나도 쉽게 살인자로 조작된다.
박광현 : 스마트 기기들이 생겨난 뒤 개인의 정보들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을 것 같고, 내 정보들이 누군가에 의해 읽혀질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는 것이 두려웠다. 고발까지는 아니지만 이 시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었다.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안이한 면이 있다. 영화적 즐거움도 공유하면서 위험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
10. 왜 게임을 소재로 했나.
박광현 : 젊은 친구가 사건에 연류 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영화 속에서 젊은이들의 모습은 천편일률적이다. 과거적인 분석을 계속 쓰고 있다.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데 바꾸지 않고 사용하는 느낌이다. 요즘 젊은 세대와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다. ‘포켓몬GO’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로운 게임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고 적극적이다. 게임 산업은 이미 영화 산업을 압도한다. 엄청난 유저들이 있다. 게임을 가상세계로 생각하는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가짜가 아니다. 나는 그 세계 안에 자기신 희생되더라도 팀원들을 구하려는 근사한 주인공을 만들었다. 요즘 게임의 특징은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그런 감각을 통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했다.
박광현 : 한국에서 도심전을 찍는 것 자체가 무모한 시도로 여겨진다. 감독들이나 제작자들은 자기 검열을 한다. 어렵고 힘들고 오래 찍어야 하니까. 그래서 찍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새로운 세계의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 그 정도는 해야 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시가 전투를 하는데, 그 신을 통해 용맹스럽고 부하를 사랑하고 임금에게 충성하는 멋진 명장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처럼 권유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팀원들을 구해내는 영웅심을 표현하고 싶었다. 여수엑스포에서 도시를 세팅하고 촬영했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찍어내고 부상의 위험 등 여러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찍게 해준 고마움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거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10. 권유라는 인물을 정말 나락까지 떨어뜨린다.
박광현 : 처음부터 사회 밑바닥까지 제대로 떨어뜨릴 작정이었다. 낭만적으로 넘어갈 수 없었다. 주인공을 지옥에 떨어뜨려야 어딘가를 향해 나갈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했다. 우리 사회가 진짜 고통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거 같다. 나는 삼포세대나 오포세대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결혼도 안하고 애도 안 낳겠다는 건 엄청 무서운 이야기인데, 별 거 아닌 것처럼 여기지 않나. 경쟁으로 상황을 더 나빠지게 한다. 심각한 걸 심각하게 못 느끼고 괜찮다고 여긴다.
박광현 : 스태프들도 다 힘들게 산다. 옥탑방에 사는데 여름에는 선풍기가 없고 겨울에는 보일러가 없다. 많이 듣는 얘기다. 신인감독은 입봉하기도 어렵다. 그들의 고통을 계속해서 듣다보면 나 때는 운이 좋았던 거 같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된지 모르겠다. 모두가 안전을 외치니 도전이나 모험을 하지 않는다. 검증된 사람만 가지고 가겠다는 거다. 물론 비즈니스니까 위험하면 안 된다. 그렇지만 이 사회가 풍부해지고 다양해지려면 어쩔 수 없이 도전은 필요한데 원천적으로 봉쇄가 됐다. 이러다 우리 사회가 정말 큰일이 나지 않을까. 방송이나 기사, 내 주변에서 하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거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10.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박광현 :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쉬었지만 다시 돌아오면 내 스스로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다. 똑같은 게 더 나오면 변함이 없다. 다시 나올 때 의미가 있었으면 했다. 내가 느끼고 있는 결핍과 불안함을 영화로 얘기하고자 했다. 물론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경각심을 주되 유희를 바탕으로 했다. 해피엔딩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패배적인 청춘들에게 적어도 힘을 합하면 이길지도 모른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줘야한다는 의무감, 책임감 같은 게 컸다.
10. 홍진영이 부른 트로트 ‘사랑한다 안한다’가 영화의 OST다.
박광현 : 극 속 흑인 부부가 트는 음악으로 홍진영의 신곡을 사용했다. 영화에서 이들은 신랑각지 열쇠고리를 하고 트로트를 듣는 한국을 굉장히 사랑하는 인물들이다. 아이돌 노래를 틀을 수도 있었는데 트로트를 들음으로써 이들이 더욱더 사랑스러웠다.
박광현 : 홍진영을 좋아한다. 나는 팬심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웃음) 홍진영이 노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회사를 찾아갔다. 기존 곡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신곡으로 작업을 했다. 함께 하자고 했더니 ‘해보고 싶었다’면서 임했다. 재미있는 건 나는 항상 무엇인가를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모두가 준비가 돼 있다는 거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곡이 나왔다. 영화 스토리 때문에 필요해서 시도를 했고, 색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10. 지창욱의 주연 출연을 고집했다고 들었다.
박광현 : 지창욱은 이 영화와 너무나도 잘 맞을 것 같은 외모와 (연기) 성향을 지녔다. 지창욱이 영화를 안 해서 검증이 안 됐다는 제작진의 반대도 있었다. 지창욱 쪽도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다. 다행히 양쪽의 허락을 받아서 촬영을 하고 개봉까지 하게 됐다.
10. 공백기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웰컴 투 동막골’ 이후, ‘권법’이 무산되고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박광현 : 주류 세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일은 하면 되지만 내 스스로 점점 밀려나고 있다고 느껴졌다. 대중들도 잊고 영화계에서도 옛날 사람이 되 가고 있더라. 어떤 지인은 내가 제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있다고 전해주더라. 이 악물고 고맙다고 했다.(웃음) 그런데 작업을 준비할 때는 거기에 집중하고 몰입하기 때문에 즐거움이 있다. 수많은 캐릭터와 싸우고 노는 게 녹록치 않고 힘들지만 성취감도 크다. 긴 공백기를 보냈는데, 사전 작업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박광현 : 역시 현장이 주는 행복함이 있다.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는 감독이 레디 액션을 했는데 조감독이 하는 걸로 바뀌었더라. 노인이 된 느낌이었다.(웃음)
10. ‘웰컴 투 동막골’의 팬들은 전혀 다른 장르로 와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박광현 : 다행히도 내 전작을 사랑해주는 분들이 계셨다. 사랑 받는 건 좋은데 단점을 나를 특정한 장르의 감독으로 고착화시킨다는 거다. 온통 그런 종류의 시나리오만 들어왔다. 나는 다른 장르를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서 다른 걸 선택했다. ‘웰컴 투 동막골’은 휴식과 치유가 중점이 된 영화고 ‘조작된 도시’는 쫓고 쫓기는 범죄가 등장하는 영화다. 산골짜기에서 도시로 넘어오기도 했다. 영화의 세계관이나 인물을 그리는 방식 같은 걸 봐주면 되지 않을까한다.
10. 천상병 시인의 시 ‘나무’를 굳이 두 번이나 내레이션으로 넣은 이유는?
박광현 : 영화를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이 시에 들어가 있다.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어른들은 청춘들을 한심하게 여기고 섞은 나무 취급을 한다. 그런데 그들은 무럭무럭 가지를 뻗어가는 나무다. 섞은 나무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 영화를 압축하라고 하면 ‘나무’인 것 같아서 앞뒤로 넣게 됐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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