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송용진 : 수정 작업이 꽤 진행돼 대사도 많이 바뀌었고, 이전에는 없었던 장면도 생겼다. 음악이 추가도 되고 또 빠지기도 했다. X역할이 나뉘면서 캐릭터와 구조가 많이 변했다.
10. 초연을 했지만 변화가 많아서 당황하지는 않았나.
송용진 : 당연히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지나 연출과 작업도 오래해서 스타일도 알고 있었다. 또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 많은 창작 뮤지컬들이 있는데 ‘더 데빌’은 전형적인 뮤지컬 어법과 다른 작품이다. 첫 연습 후에도 이지나 연출에게 ‘이걸 뮤지컬이라고 하면 안 되지’라고 했을 정도였다. 흔히 생각하던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되겠더라. 록 오페라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간 브로드웨이의 진보적인 공연을 많이 보면서 왜 우리나라엔 많이 없을까 했는데, ‘더 데빌’이 딱 그런 어법이라 초연부터 정말 좋았다.
10.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송용진 : 정말 좋았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하다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드라마가 아닌 이미지로 보여주는 공연인데, 그간 한국 정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이번 역시 새로운 작품이라는 연장선이 될 것 같다. 강렬한 장면은 순화되고 바뀌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콘셉트는 유지하고 있다. 이 작품이 좋은 레퍼토리로 꾸준히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 공연계가 많이 다양해졌는데, 이 같은 작품도 잘 돼야 한다.
10. 흔히 보던 것과 다른, 독특한 작품이라 더 애틋한 것 같다. 관객들에게 외면받을 확률이 높으니까.
송용진 : 아픈 손가락 같은, 정말 애정하는 작품이다. 사실 재연이 안될 줄 알았다. 많은 분들이 큰 결단을 하셔서 속으로 정말 감사했다. 초연이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지만 제작자, 창작진도 모두 애정을 가진 작품이라 살려보자고 다들 뭉쳤다.
10. 애정이 깊은 만큼 잘해야 한다는 욕심도 크고, 또 그만큼 기대도 되겠다.
송용진 : 더 잘해야 한다. 초연 때는 트리플 캐스팅이었는데, 이번에는 더블 캐스팅을 요청했다. 회차가 적어지면 자연스럽게 감이 줄어든다. 좀 더 집중해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요청했고,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 출연 배우 중 가장 나이가 많아서 동생들과 힘내서 살려내겠다는 각오다.
10. 출연자를 넘어서 제작자의 마음인 것 같다.(웃음)
송용진 : ‘더데빌’은 사실 외국에서 더 주목받을 작품인 것 같다. 음악이 정말 좋다.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지한 작품인 만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잘 수정하고 열심히 하는 중이다.
10. 아무래도 직접 극본을 쓰기도 하니, 마음가짐이 처음과 다른 게 아닐까.
송용진 : 달라진다. 연출은 숲을 보고, 배우들은 나무밖에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역할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니까. 나 역시도 배우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지 못했다. 이젠 나이도 먹었고 경험도 쌓이다 보니 숲을 보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나를 중심으로 숲이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면, 이젠 위에 올라서서 살핀 뒤 어디에 있어야 할까라고 의문을 갖는 시야로 바뀌었다. 고집을 피워서 어떻게든 내가 잘 보여야 하는 것 말고, 작품을 위해 양보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배우의 욕심보다 연출가의 큰 그림에 맞춰야 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좋은 욕심은 부리되,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버리려고 한다.
10. 어느덧 데뷔 18년째,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나.
송용진 : 지금도 적응이 안되는건 오디션이다.(웃음) 오디션에 취약하고 아직도 떨린다. 무대 외의 공간에서 이상하게 떤다. 오히려 무대에 나가서 조명을 받으면 편해진다. 오디션장은 지금도 그렇게 떨고.(웃음) 대본을 빨리 못 외우기로 유명한데, 공연 올라가는 날 내내 대본을 봐야 하고 공연 전엔 무조건 시작부터 끝까지 해봐야 한다.
10. 오랜 경력만큼 다양한 무대에 올랐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그래도 삐긋거리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무대 위는 매일이 생방송이니까.
송용진 : 스스로와 싸우는 거다. 공연이 잘 되거나, 혹 못될 때도 사람들에겐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연습하고 개발하는 것, 그게 배우의 숙명인 것 같다. 어떠한 평도 이겨내는 것이 배우의 길이다. ‘못한다’ 소리도 많이 들었고, 스스로 느낄 때도 있다. 관객들이 시간을 내서 보러 오시는데 배우로서 충분히 만족감을 드려야 하지 않나. 믿음을 준 분에게 뒤통수를 치는 건 아니니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계속 노력한다. 어른들이 그러지 않나. 배우는 계속 배워야 한다고, 그래서 ‘배우’라고.
10. 가라앉는 순간이 있어도 가족이 큰 힘이 되겠지.
송용진 : 아무래도 안정감이 생겼다.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되니 또 달라진다. 참을성도 좀 생기고, 심적인 안정감이 생기니까 좋다. 작품 연습에 들어가서 전보다 오래 못 보니까 그건 좀 아쉽다. 확실히 결혼을 하고 나니 더 좋다.(웃음)
10. ‘딸바보’ 아닌가.(웃음)
송용진 : 연애를 오래 하다 결혼을 해서 사실 크게 느끼지 못하다가, 아이가 생기니까 확실히 다르다. 아이가 깨서 우리 둘 사이에 누워있는데, 정말 행복하더라. 아이가 생기면서 삶이 달라졌고, 많이 행복하다.
10. 일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는 어떻게 이겨내나. 다양한 방법들이 있더라.
송용진 : 여행! 삶의 목적이 여행이다. 여행이 삶의 큰 기쁨이라고 할 정도로. 골목의 구석까지 걸어 다니며 그 나라의 색깔과 분위기를 느낀다. 작품이 끝나면 꼭 여행을 가려고 한다. 사실 일정이 불규칙하니까 급박하게 가기도 하는데 짧은 여행이라도 좋다.
10. 곧 ‘더데빌’이 막을 올리니 여행은 그 이후겠다.(웃음)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은가.
송용진 : ‘더데빌’은 기존의 뮤지컬 어법과 다른 작품이다. 그동안은 이 같은 시도가 많지 않았고, 이 작품이 잘 성공해서 앞으로의 창작 뮤지컬이 빛을 봤으면 좋겠다. 정말 자신 있게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배우들에겐 힘든 공연인데, 모두 한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1999년 뮤지컬 ‘록햄릿’으로 데뷔한 송용진. 때로는 밝고, 또 어느 날은 어두운 인물로 관객을 만나길 올해로 18년째에 접어들었다. 어느새 후배들이 우러러보는 선배가 됐으며, 한가지 일을 10년 넘게 했으니 베테랑이란 소리도 듣는다. 숱하게 오른 무대 중 유독 그를 빛나게 했던 작품이 있는데, 바로 ‘헤드윅’이다. 1대 헤드윅으로 캐릭터를 멋들어지게 소화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10. 초연에 이어 한 번 더 ‘더 데빌’로 관객들을 만난다. 준비과정은 어떻게 되고 있나.
특유의 중저음과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이 매력적이었던 ‘송드윅’ 송용진이 자신만의 색깔을 한번 더 진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돌아온다. 오는 17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더데빌'(연출 이지나)이 그것이다. 지난 2014년 초연 이후 이 작품을 선택한 송용진은 누구보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욕망과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 파우스트로 분하는 그의 강렬함을 느낄 생각에 벌써 설렌다.
송용진 : 수정 작업이 꽤 진행돼 대사도 많이 바뀌었고, 이전에는 없었던 장면도 생겼다. 음악이 추가도 되고 또 빠지기도 했다. X역할이 나뉘면서 캐릭터와 구조가 많이 변했다.
10. 초연을 했지만 변화가 많아서 당황하지는 않았나.
송용진 : 당연히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지나 연출과 작업도 오래해서 스타일도 알고 있었다. 또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 많은 창작 뮤지컬들이 있는데 ‘더 데빌’은 전형적인 뮤지컬 어법과 다른 작품이다. 첫 연습 후에도 이지나 연출에게 ‘이걸 뮤지컬이라고 하면 안 되지’라고 했을 정도였다. 흔히 생각하던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되겠더라. 록 오페라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간 브로드웨이의 진보적인 공연을 많이 보면서 왜 우리나라엔 많이 없을까 했는데, ‘더 데빌’이 딱 그런 어법이라 초연부터 정말 좋았다.
10.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송용진 : 정말 좋았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하다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드라마가 아닌 이미지로 보여주는 공연인데, 그간 한국 정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이번 역시 새로운 작품이라는 연장선이 될 것 같다. 강렬한 장면은 순화되고 바뀌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콘셉트는 유지하고 있다. 이 작품이 좋은 레퍼토리로 꾸준히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 공연계가 많이 다양해졌는데, 이 같은 작품도 잘 돼야 한다.
10. 흔히 보던 것과 다른, 독특한 작품이라 더 애틋한 것 같다. 관객들에게 외면받을 확률이 높으니까.
송용진 : 아픈 손가락 같은, 정말 애정하는 작품이다. 사실 재연이 안될 줄 알았다. 많은 분들이 큰 결단을 하셔서 속으로 정말 감사했다. 초연이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지만 제작자, 창작진도 모두 애정을 가진 작품이라 살려보자고 다들 뭉쳤다.
10. 애정이 깊은 만큼 잘해야 한다는 욕심도 크고, 또 그만큼 기대도 되겠다.
송용진 : 더 잘해야 한다. 초연 때는 트리플 캐스팅이었는데, 이번에는 더블 캐스팅을 요청했다. 회차가 적어지면 자연스럽게 감이 줄어든다. 좀 더 집중해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요청했고,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 출연 배우 중 가장 나이가 많아서 동생들과 힘내서 살려내겠다는 각오다.
10. 출연자를 넘어서 제작자의 마음인 것 같다.(웃음)
송용진 : ‘더데빌’은 사실 외국에서 더 주목받을 작품인 것 같다. 음악이 정말 좋다.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지한 작품인 만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잘 수정하고 열심히 하는 중이다.
10. 아무래도 직접 극본을 쓰기도 하니, 마음가짐이 처음과 다른 게 아닐까.
송용진 : 달라진다. 연출은 숲을 보고, 배우들은 나무밖에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역할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니까. 나 역시도 배우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지 못했다. 이젠 나이도 먹었고 경험도 쌓이다 보니 숲을 보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나를 중심으로 숲이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면, 이젠 위에 올라서서 살핀 뒤 어디에 있어야 할까라고 의문을 갖는 시야로 바뀌었다. 고집을 피워서 어떻게든 내가 잘 보여야 하는 것 말고, 작품을 위해 양보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배우의 욕심보다 연출가의 큰 그림에 맞춰야 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좋은 욕심은 부리되,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버리려고 한다.
송용진 : 지금도 적응이 안되는건 오디션이다.(웃음) 오디션에 취약하고 아직도 떨린다. 무대 외의 공간에서 이상하게 떤다. 오히려 무대에 나가서 조명을 받으면 편해진다. 오디션장은 지금도 그렇게 떨고.(웃음) 대본을 빨리 못 외우기로 유명한데, 공연 올라가는 날 내내 대본을 봐야 하고 공연 전엔 무조건 시작부터 끝까지 해봐야 한다.
10. 오랜 경력만큼 다양한 무대에 올랐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그래도 삐긋거리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무대 위는 매일이 생방송이니까.
송용진 : 스스로와 싸우는 거다. 공연이 잘 되거나, 혹 못될 때도 사람들에겐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연습하고 개발하는 것, 그게 배우의 숙명인 것 같다. 어떠한 평도 이겨내는 것이 배우의 길이다. ‘못한다’ 소리도 많이 들었고, 스스로 느낄 때도 있다. 관객들이 시간을 내서 보러 오시는데 배우로서 충분히 만족감을 드려야 하지 않나. 믿음을 준 분에게 뒤통수를 치는 건 아니니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계속 노력한다. 어른들이 그러지 않나. 배우는 계속 배워야 한다고, 그래서 ‘배우’라고.
10. 가라앉는 순간이 있어도 가족이 큰 힘이 되겠지.
송용진 : 아무래도 안정감이 생겼다.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되니 또 달라진다. 참을성도 좀 생기고, 심적인 안정감이 생기니까 좋다. 작품 연습에 들어가서 전보다 오래 못 보니까 그건 좀 아쉽다. 확실히 결혼을 하고 나니 더 좋다.(웃음)
10. ‘딸바보’ 아닌가.(웃음)
송용진 : 연애를 오래 하다 결혼을 해서 사실 크게 느끼지 못하다가, 아이가 생기니까 확실히 다르다. 아이가 깨서 우리 둘 사이에 누워있는데, 정말 행복하더라. 아이가 생기면서 삶이 달라졌고, 많이 행복하다.
10. 일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는 어떻게 이겨내나. 다양한 방법들이 있더라.
송용진 : 여행! 삶의 목적이 여행이다. 여행이 삶의 큰 기쁨이라고 할 정도로. 골목의 구석까지 걸어 다니며 그 나라의 색깔과 분위기를 느낀다. 작품이 끝나면 꼭 여행을 가려고 한다. 사실 일정이 불규칙하니까 급박하게 가기도 하는데 짧은 여행이라도 좋다.
10. 곧 ‘더데빌’이 막을 올리니 여행은 그 이후겠다.(웃음)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은가.
송용진 : ‘더데빌’은 기존의 뮤지컬 어법과 다른 작품이다. 그동안은 이 같은 시도가 많지 않았고, 이 작품이 잘 성공해서 앞으로의 창작 뮤지컬이 빛을 봤으면 좋겠다. 정말 자신 있게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배우들에겐 힘든 공연인데, 모두 한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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