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희극지왕’ 캡처 / 사진제공=SBS
‘희극지왕’ 캡처 / 사진제공=SBS
SBS 설 파일럿 ‘코미디 서바이벌-희극지왕’이 코미디언들에게 정면 승부의 장을 열었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설 파일럿 ‘코미디 서바이벌-희극지왕(이하 희극지왕)’은 3년 차부터 30년 차까지 방송 3사 공채 출신의 현역 개그맨들이 모여 선 후배 계급장을 떼고 오직 웃음만으로 승부를 겨룬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예능 대부’ 이경규가 MC를 맡고 박미선, 김수용, 윤정수, 김영철, 김대희, 양세형, 장도연, 이상준, 신봉선, 홍윤화, 홍현희, 맹승지, 손헌수, 남호연, 안시우 등 개성 강한 15인의 코미디언들이 출연해 치열한 경연을 펼쳤다.

그동안 각기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감초 역할을 해왔던 코미디언들은 오로지 그들만을 위한 새로운 무대가 펼쳐졌다는 것에 기뻐했지만, ‘희극지왕’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인기 순위를 공개하고 그에 따라 자리를 배치한 것. 2016년에 크게 활약한 양세형이 왕좌에 앉았고, 27년 차 개그맨 김수용은 막내 개그우먼 맹승지와 같은 마지막 줄에 앉아야 했다. 코미디언들은 내 실력으로 자리를 바꿔보겠다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이어진 서바이벌 대결에서는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장기인 콩트를 선택한 코미디언도 있었지만, 캐릭터 분장, 댄스 등의 퍼포먼스를 결합한 웃음도 있었다. 코미디언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갈증을 해소하면서 다양한 웃음의 가능성도 실험할 수 있었다.

한편, 코미디언들은 스스로 코미디 대결의 참가자이자 평가자이기도 했다. 대선배도 후배들 앞에서 똑같이 연기를 펼치는 것뿐 아니라 까마득한 후배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결국, 경력 11년 차의 장도연은 엽기적인 발레를 선보이고 2표를, 경력 19년 차의 김영철은 스탠딩 코미디를 선보이고 단 1표를 얻어 씁쓸함을 맛봤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고 ‘제1대 희극지왕’의 타이틀을 갖게 된 것은 정극 연기에 도전한 신봉선. 신봉선은 김대희와 함께 ‘막장콩트 봉선의 유혹’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였으며 장안의 화제였던 ‘김치 싸대기’ 장면을 완벽 재연해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물했다.

대선배 박미선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미선은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 어떤 날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어떤 날은 나를 버려가면서 애들 많이 쓰셨다”며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 같이 힘을 내요”라고 코미디언들을 위로했다. 이어 윤복희의 ‘여러분’의 노래를 열창하며 음치 개그로 따뜻한 웃음을 선사했다.

이날 ‘희극지왕’의 시청률은 1부 3.7%,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진 2부 5%(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인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페셜’(5.3%)의 뒤를 바짝 쫓았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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