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엄태구: 엄청 부담이 컸다.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게 됐고, 게다가 김지운 감독님 작품이었으니까. 나보다 훨씬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날 믿어주시고 캐스팅해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걱정이 됐다. 송강호 선배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도 걱정되고, 일본어도 유창하게 해야 된다는 걱정이 있었다. 일부러 살을 뺀 것이 아닌데 살이 저절로 쭉쭉 빠졌다.(웃음)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다. 아직도 포스터에 내 모습이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10. 김지운 감독과는 두 번째 만남이다. 김 감독의 전작 ‘악마를 보았다’에서 형사4 역으로 출연했었던데?
엄태구: 6년 만에 다시 감독님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고, 감사했고, 뿌듯했다. ‘악마를 보았다’를 찍을 때 날 ‘형사4’로 부르지 않고 “태구야”라고 불러주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원래부터 김지운 감독님의 팬이었다. 당시 감독님께 사인을 받았었다. 배우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사인을 받았던 것이 그 때였다.
10. ‘밀정’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기억나는가?
엄태구: 회사에서 밀정 오디션이 잡혔다고 얘기했을 때, 아무 역할이라도 좋으니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김지운 감독님 작품에 또 출연하게 되는 것이고, 게다가 송강호 선배의 연기를 근처에서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시모토랑 의열단원, 상해 정보원 역할을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오디션을 보러 들어가려는데 딸꾹질이 엄청 났다.
10. 오디션 장에 들어가고 나서도 딸꾹질이 났었는지?
엄태구: 다행히 들어가기 전에 딸꾹질이 멈췄다. 오디션을 보러 들어가니까 의자 2개만 놓여있고, 감독님의 지시대로 연기를 선보이면 됐었다. 감독님께서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연기 한 번 해보자’하시는데 정말 신나게 오디션을 봤다.
10. 간절히 출연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으니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기뻤겠다.
엄태구: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정말 좋았다. 딱 2초만 좋았다.(웃음) 막상 캐스팅이 되니 도망가고 싶더라. 너무 중요한 배역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좋은 만큼 두려움도 생겼다. 내가 이걸 어떻게 하지?
10. 걱정이 정말 많았던 것 같은데, 하시모토란 캐릭터를 잡을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엄태구: 매 사진을 많이 봤다. 의열단을 찾기 위해 기차를 수색하는 장면에서 하시모토의 눈빛은 먹잇감을 발견하기만 하면 바로 낚아채려는 매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진심으로 진실 되게 하시모토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10. 송강호가 여러 인터뷰에서 바로 그 ‘매의 눈빛’을 칭찬했더라. 대선배 송강호와 연기한 소감이 궁금하다.
엄태구: 엄청 부담됐다. 똑바로 송강호 선배 눈을 못 쳐다봤다. 지금도 쉽게 못 쳐다본다. 대본 리딩을 했을 때도 고개 숙이고 있다가 잠깐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그리고 첫 장면 첫 리허설을 하면서 송강호 선배의 눈을 처음으로 마주쳤다. 정신이 핑 돌고 어지러움을 느꼈다. 잘못했으면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따로 얘기한 적도 없는데 송강호 선배는 내가 긴장했다는 걸 알고, 계속 배려해주셨다. 까마득한 후배한테 이것저것 하고 싶은 연기를 시도해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정말 감사했다. 선배 덕분에 내 장점이 많이 부각된 것 같다. 진짜 송강호 선배는 정말 후배 배우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선배였다.
10. 송강호와 함께 했던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엄태구: 송강호 선배의 눈빛을 보고 기절할 뻔 했던 첫 촬영과 식당 칸에서 김우진(공유)·이정출(송강호)과 만나는 장면이다. 기차 신을 찍을 때는 내가 송강호-공유 선배 사이에서 긴장감을 만들어야 했다. 부담이 많이 됐다. 내가 헤매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친절하게 디렉션을 주셨다. 언제까지 두 사람을 쳐다봐야 하는지, 언제쯤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모두 감독님이 다 잡아주셨다.
10. 언제 처음 완성된 영화를 봤나?
엄태구: 기술 시사에서 처음 봤었다. 그때는 계속 내 부족한 점만 찾다보니까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언론시사회에서 두 번째로 영화를 볼 때 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영화를 보니까 재미있더라. 그래서 VIP 시사회 때 또 봤다. 한 번 더 볼 예정이다.(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배우 엄태구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기억한 것은 2012년 단편 스릴러 ‘숲’(감독 엄태화)에서였다. ‘숲’에서 그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관객들을 단숨에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엄태구라는 배우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듬해 엄태구는 그의 형 엄태화 감독의 장편 독립영화 ‘잉투기’에도 출연, 다시 한 번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10. ‘밀정’에서 하시모토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제2의 류승완, 류승범’으로 형 엄태화 감독과 함께 충무로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엄태구가 드디어 일을 냈다.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에서 송강호와 대립하는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아 송강호에 밀리지 않는 압도적인 아우라로 관객들에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역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엄태구: 엄청 부담이 컸다.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게 됐고, 게다가 김지운 감독님 작품이었으니까. 나보다 훨씬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날 믿어주시고 캐스팅해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걱정이 됐다. 송강호 선배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도 걱정되고, 일본어도 유창하게 해야 된다는 걱정이 있었다. 일부러 살을 뺀 것이 아닌데 살이 저절로 쭉쭉 빠졌다.(웃음)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다. 아직도 포스터에 내 모습이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10. 김지운 감독과는 두 번째 만남이다. 김 감독의 전작 ‘악마를 보았다’에서 형사4 역으로 출연했었던데?
엄태구: 6년 만에 다시 감독님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고, 감사했고, 뿌듯했다. ‘악마를 보았다’를 찍을 때 날 ‘형사4’로 부르지 않고 “태구야”라고 불러주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원래부터 김지운 감독님의 팬이었다. 당시 감독님께 사인을 받았었다. 배우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사인을 받았던 것이 그 때였다.
엄태구: 회사에서 밀정 오디션이 잡혔다고 얘기했을 때, 아무 역할이라도 좋으니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김지운 감독님 작품에 또 출연하게 되는 것이고, 게다가 송강호 선배의 연기를 근처에서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시모토랑 의열단원, 상해 정보원 역할을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오디션을 보러 들어가려는데 딸꾹질이 엄청 났다.
10. 오디션 장에 들어가고 나서도 딸꾹질이 났었는지?
엄태구: 다행히 들어가기 전에 딸꾹질이 멈췄다. 오디션을 보러 들어가니까 의자 2개만 놓여있고, 감독님의 지시대로 연기를 선보이면 됐었다. 감독님께서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연기 한 번 해보자’하시는데 정말 신나게 오디션을 봤다.
10. 간절히 출연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으니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기뻤겠다.
엄태구: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정말 좋았다. 딱 2초만 좋았다.(웃음) 막상 캐스팅이 되니 도망가고 싶더라. 너무 중요한 배역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좋은 만큼 두려움도 생겼다. 내가 이걸 어떻게 하지?
10. 걱정이 정말 많았던 것 같은데, 하시모토란 캐릭터를 잡을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엄태구: 매 사진을 많이 봤다. 의열단을 찾기 위해 기차를 수색하는 장면에서 하시모토의 눈빛은 먹잇감을 발견하기만 하면 바로 낚아채려는 매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진심으로 진실 되게 하시모토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엄태구: 엄청 부담됐다. 똑바로 송강호 선배 눈을 못 쳐다봤다. 지금도 쉽게 못 쳐다본다. 대본 리딩을 했을 때도 고개 숙이고 있다가 잠깐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그리고 첫 장면 첫 리허설을 하면서 송강호 선배의 눈을 처음으로 마주쳤다. 정신이 핑 돌고 어지러움을 느꼈다. 잘못했으면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따로 얘기한 적도 없는데 송강호 선배는 내가 긴장했다는 걸 알고, 계속 배려해주셨다. 까마득한 후배한테 이것저것 하고 싶은 연기를 시도해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정말 감사했다. 선배 덕분에 내 장점이 많이 부각된 것 같다. 진짜 송강호 선배는 정말 후배 배우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선배였다.
10. 송강호와 함께 했던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엄태구: 송강호 선배의 눈빛을 보고 기절할 뻔 했던 첫 촬영과 식당 칸에서 김우진(공유)·이정출(송강호)과 만나는 장면이다. 기차 신을 찍을 때는 내가 송강호-공유 선배 사이에서 긴장감을 만들어야 했다. 부담이 많이 됐다. 내가 헤매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친절하게 디렉션을 주셨다. 언제까지 두 사람을 쳐다봐야 하는지, 언제쯤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모두 감독님이 다 잡아주셨다.
10. 언제 처음 완성된 영화를 봤나?
엄태구: 기술 시사에서 처음 봤었다. 그때는 계속 내 부족한 점만 찾다보니까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언론시사회에서 두 번째로 영화를 볼 때 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영화를 보니까 재미있더라. 그래서 VIP 시사회 때 또 봤다. 한 번 더 볼 예정이다.(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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