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사랑별곡’에 오른 배우 이순재, 손숙/사진제공=스토리피
연극 ‘사랑별곡’에 오른 배우 이순재, 손숙/사진제공=스토리피
이름을 듣기만 해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 두 배우가 만났다. 바로 이순재와 손숙이 그 주인공. 두 사람이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서 만나, 한평생을 같이 보낸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긴 말을 하지 않아도 단연 최고다. 멀뚱히 허공을 바라보며 짓는 잔잔한 미소에서 느껴지는 무게와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전달되는 깊은 울림이 두 사람의 가치를 증명한다.

이순재, 손숙이 이끄는 연극 ‘사랑별곡'(연출 구태환)은 박 씨와 순자의 애틋하면서도 안쓰러운 순애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죽음의 문턱에서 하루하루 미련과 미안함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오랜 세월을 보낸 노부부의 말은 마치 한편의 시(詩)처럼 들린다. 부부싸움에 지친 딸에게 어미는 “괜찮다”고 다독이며 “살다 보면 깎이고 깎여 뭉툭해진다”고 말한다. 죽은 아내의 무덤에 꽃을 잔뜩 심어놓은 남편은 술을 따르며 “내 옹졸한 사랑을 용서하라”고 내뱉는다.

통곡도, 오열도, 흐르는 눈물도 없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에는 가슴을 후비는 씁쓸함이 묻어난다. 이순재와 손숙의 연륜, 관록, 그리고 내공이 빚어낸 마법이다.

이순재/사진제공=스토리피
이순재/사진제공=스토리피
박 씨와 그의 절친한 친구 최씨(배상돈)의 대화도 삶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 절로 귀가 기울여진다. 더불어 고단한 삶에 지친 딸 영순(김성미), 남편과 사별 후 오랜 세월 시부모를 돌봐온 며느리 명숙(황세원)의 인생까지 끄집어내는데, 어느 하나 튀지 않고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작가와 연출의 섬세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대목이다.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익숙한데 웃음이 터지니 참으로 묘하다. 극이 진행된 시간의 곱절 이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가슴 한편은 어느새 따뜻하게 물들어있다.

‘사랑별곡’은 오는 10월 1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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