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도리안 그레이’ 스틸컷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도리안 그레이’ 스틸컷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각색했고, 소재 역시 파격적이다. 게다가 총 18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에 국내에서 초연된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의 이야기다.

‘도리안 그레이'(연출 이지나)는 지난 3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사실 이 작품은 공개 전부터 주목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연출에 이지나가, 각본에 조용신이 참여했고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JYJ 김준수를 비롯해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다진 박은태, 최재웅의 만남이 그 이유다. 라인업만으로도 눈길을 끌만하다.

마침내 무대에 오른 ‘도리안 그레이’는 한 두 해만에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국내 연출진이 워크샵부터 소규모 공연까지 발전시킨 콘텐츠를 씨제스컬쳐가 제작을 맡음으로써 대극장 프로젝트로 탄생됐다.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에게 과감한 도전이었다. 이지나 연출은 “14부작 드라마였다면 잘 만들었을 것”이라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하며 “세 남자의 형이상학적인 정신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퍼즐을 맞춰가며 스토리를 쫓아간다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시연/사진제공=씨제스컬쳐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시연/사진제공=씨제스컬쳐
연출의 말처럼 ‘도리안 그레이’가 시사하는, 오스카 와일드가 소설에서 담고자 한 메시지는 실로 무겁다. 우선 오스카 와일드는 19세기 유미주의(미의 창조를 예술의 유일지상의 목적으로 삼는 예술사조)를 대표하는 작가이며, 이 작품 역시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쫓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한 남자의 일생을 풀어낸 독특한 구조가 특징이다.

도리안 역을 맡은 김준수는 그저 아름답기만한 순수한 모습에서 탐욕으로 일그러지고, 상처받는 영혼에 괴로워하는 모습까지 변화무쌍하게 탈바꿈했다.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디셈버’ ‘드라큘라’에서 차근차근 쌓은 실력이 고스란히 입증됐다.

헨리 워튼으로 분한 박은태 역시 특유의 힘 있는 목소리로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김준수와 박은태의 밀고 당기기는 극에 재미를 높이는데 큰 몫을 한다.

사진=’도리안 그레이’ 1막 11장
사진=’도리안 그레이’ 1막 11장
창작 뮤지컬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는데 웅장한 세트와 감각적인 안무가 크게 힘을 실었다. 체코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실사 영상과 세트를 접목시켰고, 스토리를 담아낸 안무 등은 ‘도리안 그레이’의 차별화다.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면서 극의 정점에 빛을 발하는 음악 역시 돋보인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작품을 관통하는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타락적인 정서를 담아냈다.

창작 뮤지컬인데다 초연인 만큼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도 적지 않지만, 과감하고 용기 있는 도전이 또 하나의 가능성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도리안 그레이’는 오는 10월 29일까지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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