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덕혜옹주’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손예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덕혜옹주’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손예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10. 그동안 왜 시대극이나 사극에 많이 출연 안했던 건가?
손예진: ‘취화선’이 내 영화 데뷔작이었는데, 그때 처음 사극을 해봤다. 그런데 한복입고, 가채를 쓰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 연기에 집중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난 지금도 사극하는 배우들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이번에 노역 연기를 하며 한복을 한 번 입었는데, 느낌이 또 달랐다. 그래서 사극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동안은 사극이 힘든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좋은 작품을 받아도 솔깃하진 않았던 것 같아.

10. ‘덕혜옹주’ 이후 또 다시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배역을 제안 받는다면, 출연할 의사가 있나?
손예진: 또 해보고 싶다. 실제 인물을 연기하면 몰입도가 확실히 남다르다. 그동안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은 모두 창작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내 상상력을 토대로 만들었다. 그런데 덕혜옹주는 실제 그런 삶을 살다간 인물이다 보니 그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여운이 오래가는 것 같다. 우리 역사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여성들이 많다. ‘한국의 마타하리’라고 불리는 김수임이라든가 19세기말, 프랑스 외교관과 사랑에 빠졌던 궁중 무희 리진 등 기회만 있다면 한 여성의 일대기를 한 번 더 표현해보고 싶다.

10. ‘비밀은 없다’가 다소 아쉬운 성적을 얻었기 때문에 이번 ‘덕혜옹주’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다.
손예진: ‘비밀은 없다’는 큰 흥행을 바라고 했던 작품이 아니었다. 기존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모성을 표현하는 연홍이라는 캐릭터에 마음이 갔었다. 그런데 이번 ‘덕혜옹주’는 예산부터가 많은 관객들이 봐야만 하는 작품이다. 모든 작품이 소중하고, 내 자식 같은 존재인데 ‘덕혜옹주’는 뭔가 다르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 그런지 애틋하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나는 우리 ‘덕혜옹주’가 잘 돼서 많은 관객들과 덕혜옹주의 아픔과 마음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절로 간절해지고 경건해진다.(웃음)

배우 손예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손예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허진호 감독님과도 10년 만에 만났는데, 난 영화가 잘 돼서 감독님도 정말 잘되셨으면 좋겠다.(웃음) 여자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라 시나리오를 쓰는 것도 쉽지 않았고, 투자 받기도 힘들었고, 그 과정에서 예산도 커졌다. 정말 간절히 이번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영화의 주연으로서 흥행에 대한 책임감도 분명히 느낀다.

10. 10년 만에 만난 허진호 감독은 어떻게 변했나?
손예진: 흰머리가 많아지셨고,(웃음) 되게 말도 많아지셨다. 전에는 못했던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감독님께 농담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해졌다. 뭔가 더 친근해진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점은 ‘정답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나와 함께 덕혜옹주는 이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했고, 만들어 갔다. 이런 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비교적 진실한 마음이 한데 모였고, 그런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모여 ‘덕혜옹주’란 영화가 탄생한 것 같아. 그 묵직하고 뜨거운 울림을 같이 관객들과 오래 느끼고 싶다.

10. ‘비밀은 없다’에서도 인생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을 들었고, 이번 ‘덕혜옹주’는 손예진의 ‘인생작’이란 이야기가 많다. 최근 들어 너무 ‘인생작’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된다.(웃음)
손예진: 정말 행복한 칭찬이다. ‘비밀은 없다’를 해봤기 때문에 감정의 폭발이나, 절제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고민과 고통은 어떤 작품을 해도 항상 수반되는 것이지만, ‘덕혜옹주’는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다. 지난 15년 동안 내가 해왔던 것들이 녹아든 작품이다. 이런 작품을 만난 것이 정말 행운이다. 내가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도, 표현할 무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지 않느냐. 그래서 더 잘했어야만 했고, 어려웠다. 그래도 그런 노력들을 알아주시고 많이들 칭찬해주시는 것 같다.

배우 손예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손예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0. ‘덕혜옹주’와 경쟁작 ‘국가대표2’의 공통점이 있다면 여성이 중심이 된 이야기란 점이다. 이렇게 최근 들어 여자들의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지만, 시나리오의 절대적인 양은 아무래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손예진: 그래서 ‘덕혜옹주’가 잘 돼야 한다.(웃음) 그래야 앞으로 ‘덕혜옹주’ 같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영화의 다양성도 확보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그동안 다행히도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릴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또 ‘덕혜옹주’ 같은 역할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품도 운명적인 부분들이 많다. 내가 20대에 ‘덕혜옹주’를 제안 받았으면, 노년 연기를 못했을 것 아닌가. 이 나이에 덕혜를 만나서 그의 노년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정말 ‘덕혜옹주’를 만난 것은 운명인 것 같다.

10. ‘상어’ 이후로 드라마 출연 소식이 없다. 드라마 출연 계획은 없나?
손예진: 남은 하반기는 조금 쉬려고 한다. 여행도 다녀올 거다. 최근에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들을 많이 해서 다음 작품에서는 가벼운 역할들을 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게 내 의지대로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어떻게 될지 내년이 돼 봐야 안다. 우선 정말 쉬고 싶다. 아무 생각 안 하고 누워있고 싶다. 소파와 한 몸이 되고 싶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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