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하정우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하정우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터널'(감독 김성훈)은 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다가 순식간에 무너진 터널 안에 갇혀 35일 동안 구조되기를 기다리는 남자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다. 그렇다면 캐릭터를 맛깔나게 요리하기로 정평이 난 하정우와 1인 조난극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정우는 살아남기 위해 여유로워지기로 선택한 남자 ‘정수’를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양념 삼아 연기해내며 보는 이를 ‘갇힌 자’의 내면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그 내면을 함께 여행하며 관객은 상상할 수도 없는 재난 속 극한 상황에 처한 남자에게 비로소 공감할 수 있다. 자신만의 요리법으로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고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배우 하정우를 만나 ‘정수’로 살았던 이야기를 듣고 왔다.

10. 영화를 본 소감은.
하정우: 즐겁게 잘 봤다. 언론시사회에서 본 것이 세 번째였다. 그 전 편집본은 러닝 타임이 1시간 56분 나왔었다. 편집본을 보고 난 후 감독님이 내게 의견을 물어보시길래 좀 더 러닝 타임이 길어도 되겠다 싶어서 말씀드렸다. 최종본에서는 컷 길이들을 조금씩 더 추가해 러닝 타임이 10분 길어졌다. 또 원래 시사회 때 기자님들 반응이 없는 편인데 ‘터널’을 보시면서는 많이 웃으시더라. 그걸 보고 또 생각했지. ‘아, 괜찮겠네.'(웃음)

10. 혼자 극을 이끌어가는 것에 있어서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연기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하정우: 내가 맡은 ‘정수’가 처한 상황 자체를 보면 굉장히 힘들지 않나. 되게 고통스러운데 뭔가 견뎌내야하고, 영화 자체의 느낌이 무겁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과연 ‘정수’라는 인물이 일관적으로 힘들어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상황은 정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이정수의 생존기를 부각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하고도 상황적인 코미디들이 많이 나오는 게 좋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야 관객들도 그 암울한 상황들을 끝까지 버틸 수 있으실테니까.

10. ‘터널’에서 굉장히 많은 애드리브 연기와 함께 새로운 타입의 연기도 선보였다고 했는데 어떤 것들이 있었나.
하정우: 그랬다. 이 영화에서는 즉흥 연기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과도 혼잣말을 많이 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애드리브 연기는 매 테이크마다 달랐는데, 감독님이 골라 쓰신 거다.

10. 그 중에서도 만족하는 애드리브는.
하정우: 꼽기 어려운 것 같다. 다 만족해서.(웃음)

10. 개사료 먹방에서도 멘트가 아주 맛깔났다. 그것도 애드리브였나.
하정우: 그건 시나리오에 있었다. 감독님의 센스다.

10. 실제로 강아지를 좋아하나.
하정우: 엄청 좋아한다. 실제로도 키운다. 종은 비숑 프리제라고 푸들 같으면서도 마티즈 같은 매력이 있다.

10. 개사료를 먹는 것은 처음인건가.
하정우: 처음이다. 그것까지 (연기로) 시도하기에는….(웃음)

10. 먼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정우: 돼지 고기를 진짜 많이 먹었다.(웃음) 식용이 가능한 미숫가루, 콩가루로 먼지를 연출한 거여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잔기침이 너무 많이 나와서 폐CT를 찍어봤다.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다. 지금은 괜찮다.

10. ‘탱이'(하정우와 함께 연기한 강아지)는 괜찮은가.
하정우: 아, 탱이! 탱이도 괜찮지.(웃음) 분량이 많지가 않았으니까.

10. 같이 연기한 배우 배두나를 ‘참 멋있는 사람이자 배우’라고 표현했다. 곁에서 보니 어땠나.
하정우: 연기 정말 잘하는 것 같다. 해석이 좋다. 두나가 한 이야기 중에 기억나는 게,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나는 끝까지 울음을 참을 거다. 세현(극중 배두나가 맡은 역)이 터널 밖에서 울어버리고 마음에 있는 슬픔을 표현해버리면 영화의 흐름이 흐트러질 것 같다. 내가 마음을 잡고 강하게 나가야 터널 안의 정수도 의지를 갖게 될 거다”라고 하더라. 그런 생각이 굉장히 쉬우면서도 하기가 어렵다.

또 배두나 장면들을 먼저 찍었었는데 내게 감정적으로 많이 영감을 줬었다. 연기 톤을 잡기가 수월했다. 세현 덕분에 영화 전체의 감정 안배가 잘 된 것 같다. 배두나가 세현을 너무나 훌륭하게 잘 소화해서 같이 일한 동료 배우로서 고마움을 느낀다.

배우 하정우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하정우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요즘 엄청 바쁘지 않나.
하정우: 좀 일이 많다. 영화 ‘신과 함께’를 크랭크인하고 나서 ‘아가씨’도 개봉하고 내 분량을 찍을 때도 많이 몰아서 찍었기 때문에 쉬는 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촬영장을 바캉스가는 느낌으로 가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웃음)

10.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하정우: 나는 보양식이 안 맞는다. 몸에 토양 체질이라 돼지 고기가 나한테는 보약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수육을 즐겨 먹는다. 보리차와 보리밥도.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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