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또 오해영’에서 ‘그냥’ 오해영으로 열연을 펼친 서현진 / 사진=점프엔터 제공
‘또 오해영’에서 ‘그냥’ 오해영으로 열연을 펼친 서현진 / 사진=점프엔터 제공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서현진에게 오해영이 오기까지 꽤 여러 배우들을 거쳤는데, ‘또 오해영’을 택한 결정적 계기는?
서현진 : CJ분들께서 정해줬다. 하하. 내게는 결정할 권한이 없다. 대본이 좋았고, 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욕심이 난 건 아니다. 내가 이 역할을 하면 내 나이게 맞게, 어려움 없이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거 말고는 없었다.

10. 실제 서현진은 술에 취하면 어떤 편인가?
서현진 : 술을 잘 먹지 못한다. 사실 술에 취해서 울면서 걸어본 기억도 없다.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내가 FM적이라서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못한다. 흐트러져서 술 먹는 신이 나오면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 해보고 싶었던 거를 다해볼 수 있었다. 몸도 훨씬 많이 움직이고 거침없이 할 수 있었다.

10. 에릭과의 스킨십은 화제가 많이 됐다. 후일담은?
서현진 : 스킨십에서는 NG가 없었다. 액션 합을 짜듯이 합을 짜고 연기했다. 애드리브 없이 동작부터 표정까지 전부다 맞췄다. 에릭이 아이디어가 좋아서 의견을 많이 냈다. 에릭과 벽키스를 첫 키스신으로 찍으면서 거침없어진 것도 있다. 그때 워낙 세게 해서 이후로는 촬영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10. 서현진은 밀크, 에릭은 신화로 SM엔터테인먼트 동기이기도 하다. 당시의 추억은 없는가?
서현진 : 하늘같은 선배였다. 추억은 전혀 없었다. 중국 공연을 한번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눈도 마주칠 수 없었다. 배꼽인사를 했었다. 기억할 만큼 교류가 없었다.

10. 실제 겪어보니 에릭은 어떤 선배이던가?
서현진 : 무뚝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상냥했다. 매너가 기본적으로 좋다. 그래서 어려움은 없었다. 극 중 오해영이 박도경에게 반말을 했다가, 존대를 했다가 왔다 갔다 하는데 나도 그랬었다. 그걸 다 받아주더라. 너무 감사했고, 끝나고 나서는 굉장히 좋은 친구가 됐다. 선배보다 친구 같은 느낌이다. 그게 에릭의 매력인거 같다. 사람을 나누지 않는다. 현장의 남자 배우들은 다 에릭을 좋아한다. 끝까지 에릭바라기였다. 사랑한다고 고백하더라.

10. 앞으로 서현진하면 오해영 수식어가 계속 따라다닐 것 같다.
서현진 : 아직 향후 행보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기억에 남을 만한 캐릭터가 있는 건 감사하다. 평생 못 만날 수도 있는데, 심지어 내 마음에도 든다. 내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본방사수를 거의 안 했는데 다른 캐릭터 연기가 너무 궁금해서 열심히 본방을 챙겨봤다. 내가 애착하는 드라마를 가장 많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오해영 수식어를 극복하는 건 내 문제다.

‘또 오해영’에서 ‘그냥’ 오해영으로 열연을 펼친 서현진 / 사진=점프엔터 제공
‘또 오해영’에서 ‘그냥’ 오해영으로 열연을 펼친 서현진 / 사진=점프엔터 제공
10. 롤모델이 있는가?
서현진 : 최근에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봤는데, 사람이 예뻐 보이는 건 눈코입이 아니었다. 중년의 날씬하지도 않은 여자가 예뻐 보이는 건 표정이더라. 설렘을 느껴하는 표정을 보고 용기를 가졌다. 나도 성실하게, 솔직하게 잘 해내면 나를 보고도 사람들이 설레어할 수 있을 것 같다.

10. 호평 일색이었지만 아쉬웠던 점이 없진 않았을 것 같다.
서현진 : 솔직하게, 거짓없이 연기하긴 했지만, 테크닉도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내 감정이 100이면 그것만 잘 전달하려고 했는데,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는 연기에도 테크닉도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작품 수가 쌓이고, 모니터링을 한지가 얼마 안됐는데, 그걸 계속 하다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10. 박도경이 죽을 때 후회하던 건 오해영이었다. 서현진이 죽을 때 후회할 거 같은 순간이 있는가?
서현진 :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했다. 4살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그걸 그만둔 걸 후회할 거 같다. 연기자가 돼서 좋지만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연기할 때 집중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한국무용을 했는데 순수예술이라 집중도가 높고, 자기만족이 크다. 무용은 추는 사람에 따라서 바뀌는 거라서 답이 없다. 살면서 집중도가 가장 높았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때를 후회한다. 한예리가 한국무용도 하고 배우도 하는데, 부럽다. 너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또 오해영’은 ‘내 이름은 김삼순’과 비교됐다. 서현진은 포스트 김선아라는 애칭도 얻게 됐다.
서현진 : 오해영은 김삼순처럼 둥글둥글한 캐릭터가 아니다. 훨씬 이리 튀고 저리 튄다. 김삼순을 너무 재밌게 봤던 사람으로서 부담스러웠다. 포스트 김선아는 어쩔 줄을 모르겠다. ‘식샤를 합시다2’를 끝내고 그랬지만, 나는 늘 하던 걸 하고 있다. 잘했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는데, 나중에 못한다고 할까봐 무섭다. 김선아에게는 죄송하다. 나랑 비교돼서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한다.

10. ‘또 오해영’ 이후 입지가 많이 달라질 텐데, 향후 행보에 대해 말해 달라.
서현진 : 희망하는 그림은 없다. 계속해서 좋은 작품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목표다. 1~2년하고 그만두고 싶지 않다.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을 제일 열심히 해내는 것이 내 목표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만큼 입지가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달라지면 좋겠지만 안 달라져도 좋다. 나는 촬영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시청률이 안 좋았던 작품도 진짜 좋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촬영장에 가면 힘이 나는 스타일이다. 지금처럼 똑같을 것 같다. 분에 넘치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이게 사라질 것도 안다. 흘러갈 일이다. 그래서 사는 게 재밌다. 좋은 작품은 만났으면 좋겠다. 전문직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를 속이거나 약간 콧대를 눌러줄 수 있는 말발 좋은 캐릭터가 탐난다. 예를 들면 검사, 변호사, 사기꾼!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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