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그랑 서울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열린 ‘부산행’ 제작보고회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공유·정유미·마동석·최우식·안소희·김의성·김수안 등이 참석했다. 이날 제작보고회는 제 69회 칸 국제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얻은 영화 ‘부산행’이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자리였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부산행’ 측은 메인 예고편·제작 기록 영상 등을 공개하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탄생을 예고했다.
# 애니메이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
배우들이 설명한대로 ‘부산행’은 ‘돼지의 왕’(2011)·‘사이비’(2013)를 통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 인간에 대한 강렬한 묘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을 담은 두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그의 첫 실사영화 ‘부산행’을 배우들은 하나 같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석우 역을 맡은 공유는 “시나리오 자체가 주는 완성도나 짜임새가 촘촘했다”며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호기심과 그걸 내가 가장 먼저했다는 성취감에 욕심이 있다. 또, 사회고발적인 성향의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블록버스터를 만들었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임신한 아내 성경을 지키는 남편 상화 역의 마동석은 “‘부산행’은 내가 출연한 걸 보고 싶었던 영화다”라며 “작품을 고를 때 마음에 와닿는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극중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화를 보며 심장이 뛰었다”라고 ‘부산행’에 탑승한 이유를 설명했다. 심지어 김의성은 연 감독이 ‘부산행’을 연출한다는 소문을 듣고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채 직접 감독에게 출연 의사를 밝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 생생하게 살아있는 7인의 캐릭터
‘부산행’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메인 예고편에서는 ‘부산행’ KTX에 탑승한 캐릭터들 각각의 사연이 공개됐다.
공유는 딸 수안과 함께 부산에 별거 중인 아내를 만나러 가기 위해 KTX에 탔다가 정체불명의 감염자로부터 도망치는 석우와 수안 역을 맡았다. 특히 김수안은 10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후문이다. 연 감독은 “시나리오 상에 아들이었던 석우의 자녀를 김수안을 만난 후 딸로 고쳤다. 김수안은 이제 열한 살인데 ‘명탐정 코난’처럼 30대 여배우가 열한 살의 몸을 가진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연 감독이 애정을 쏟는 또 다른 캐릭터는 김의성이 연기한 용석이다. 용석은 재난이 발생한 뒤 오로지 본인만의 목숨만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 캐릭터.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채 출연하겠다고 말했던 김의성도 “지금까지 내가 했던 악역들을 모아도 발끝에 못 미치는 역할이다. 정말 해도 될까 망설여질 정도였다. 영화가 잘 되면 국민 밉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라고 재난 상황 속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며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킬 것을 전했다.
이밖에 연 감독은 정유미의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영화의 품의를 높여줬고, 마동석은 지금까지 대중에게 보여줬던 마동석의 좋은 이미지가 ‘부산행’에 녹아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최우식과 안소희는 눈앞에 펼쳐진 재난 상황을 믿지 못하고 혼란을 겪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각각 감수성이 풍부한 액션과 직관적인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완벽 구현
연상호 감독과 이형덕 촬영감독은 관객들이 이질감 없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LED 후면 영사 촬영 기술을 도입했다. 300여 개의 LED 패널을 이어 붙여 거대한 영사 장치를 세트 뒤편에 설치, 300km로 질주하는 실제 열차의 모습을 구현했다. 이날 연 감독은 후면 영사 기법을 소개하며 “CG를 합성하지 않고, 후면 영사를 통해 열차 밖의 배경이 그대로 들어오니까, 열차 내부 빛의 일렁거림이나 빛이 반사되는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후면 영사 기법은 배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김의성은 이러한 촬영 기법에 대해 “배우 입장에선 굉장히 도움이 됐다”며 “바깥 풍경이 옆에 지나가고 있으니 속도감이 굉장히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유는 “실제 감염자들의 영상을 세트 밖 LED를 통해 볼 수 있었다. 크로마키 앞에서 상상을 하며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감염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연기를 했기 때문에 진짜 리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조명·미술·특수분장에 안무가·CG 등 다양한 스태프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KTX의 속도감과 전대미문의 재난이 빚어내는 혼란스러움을 스크린에 완벽하게 구현해냈다는 후문이다. 특히, 공유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감염자를 연기한 분들이다. 이분들이 배우로서 열정과 긍지를 가지고 현장에서 정말 잘해주셨다. 분장도 분장이지만, 그분들의 연기 덕에 우리가 더 몰입할 수 있었다”며 감염자를 연기한 보조 출연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최악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담은 ‘부산행’은 천만 흥행을 향해 달려갈 준비를 끝마쳤다. 올 여름 관객들은 기꺼이 ‘부산행’에 오를까. 영화 ‘부산행’은 오는 7월 20일 개봉한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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