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대박’ 화면 캡처 / 사진=SBS 제공
‘대박’ 화면 캡처 / 사진=SBS 제공
‘대박’ 숙종이 죽었다. 숙종을 연기한 배우 최민수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30일 방송된 SBS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 박선호) 19회에서는 이인좌(전광렬)의 농간으로 고민에 휩싸인 대길(장근석)-연잉군(여진구) 형제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와 함께 강력한 카리스마로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던 숙종(최민수)의 죽음이 강렬한 마지막을 장식했다.

연령군의 죽음은 정치판에 의외의 영향을 미쳤다. 이인좌와 결탁한 소론은, 연령군의 죽음으로 자신들에게 해가 올까 걱정에 휩싸였다. 반면 노론은 연령군의 죽음이 연잉군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다. 결국 노론과 소론은 연령군의 죽음과 관련된 조사를 멈추기로 뜻을 모았다.

연령군의 죽음은 대길 연잉군 형제의 관계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대길은 연령군이 죽은 뒤, 백성들에게 향하던 연령군의 재산이 빼앗기듯 몰수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연령군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던 백성들은 터전을 잃고 산 속으로 도망쳤다. 대길은 이 같은 현실에 분개했다.

연잉군 역시 이인좌가 죽인 것을 알면서도 조사를 하지 않으려는 세자 윤(현우)의 행동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신 역시 묻어둘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분노했다. 그런 연잉군의 마음에 불을 지핀 자가 이인좌이다. 이인좌는 대길이 숙종의 핏줄인 삼종혈맹이라고 말하며, 교묘하게 연잉군을 자극했다. 어머니와 담서까지 사랑하는 이를 모두 잃은 연잉군은 대길이 떠날까, 대길이 왕 자리를 노릴까 덜컥 겁이 났다.

결국 대길과 연잉군은 교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역적 정희량(최진호)DL 대길에게 접근했다. 썩어빠진 이 나라를 뒤엎자고, 삼종혈맹인 대길에게는 대의와 명분이 있다고 설득한 것. 대길은 정희량의 손을 잡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두 정희량을 잡기 위한 속임수였다. 정희량을 추포하고 백성들의 환호를 받는 대길은 안방극장에 ‘사이다’를 선사했다.

죽음을 코앞에 둔 숙종은 처음으로 대길을, 자신의 아들이었을 때의 이름 영수라고 불렀다. 그리고 대길의 존재로 고민과 불안감에 휩싸인 연잉군을 떠올리며 “형은 형답게, 아우는 아우다워야 하는 법이다. 그것이 이 세상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명분이다”고 말했다. 대길과 연잉군 두 형제의 고민을 간파한 숙종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숙종은 세자 윤, 연잉군을 순차적으로 불러 마지막 이야기를 꺼냈다. 보위에 오를 세자에게는 연잉군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연잉군에게는 “언젠가 옥좌에 앉을 이는 너”라고 강렬한 마지막 이야기를 남긴 것. 숙종은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마친 뒤 “참으로 한 순간이구나”라며 회한에 젖었다. 그리고 숨을 거뒀다.

최민수는 ‘대박’을 통해 숙종 캐릭터의 새 역사를 썼다. 우유부단한 사랑꾼이 아닌, 카리스마 군주로 그려낸 것. 압도적인 화면 장악력과 순간 몰입도, 남성적이고도 치명적인 매력 등도 모두 최민수가 그린 ‘숙종’이라 가능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 회를 거듭하며 기침, 목소리 등 세심한 부분까지 인물의 변화를 담아낸 그의 뛰어난 캐릭터 분석력은 감탄을 유발했다. 그런 최민수 표 숙종의 존재감은 마지막까지 펄펄 날았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