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유연석 서예진
유연석 서예진
영화 ‘해어화’는 소율(한효주)의 감정을 따라 흘러간다. 정가 명인으로서 명예, 윤우(유연석)의 연인으로서 사랑을 모두 지녔던 소율은 비극적 시대를 타고 어둡게 변한다. 소율의 변화에는 윤우의 변심이 결정적이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던 윤우가 노래 ‘조선의 마음’의 가수를 소율이 아닌 연희(천우희)로 선택하면서, 그리고 연희를 사랑하면서, 소율의 하얗던 영혼이 검게 물들었다. 극의 아름다움은 소율의 감정선을 따라 피어나지만, 윤우가 주는 설득력이 없다면 ‘해어화’는 시든 꽃이 될 수 있었다. 그 중심에서 유연석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 유연석은 그동안 ‘건축학개론’, ‘늑대소년’, ‘화이’ 등 충무로에서 악역으로 더 높은 흥행스코어를 기록했던 배우. 이후 ‘응답하라 1994’, ‘맨도롱또?’ 등으로 선함을 연기할 줄 아는 배우라는 것도 증명했다. ‘해어화’는 그런 유연석이 지닌 선과 악의 양면성을 모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 ‘해어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 완성된 ‘해어화’를 보고 첫 느낌은 어땠나?
유연석 : 촬영할 때 극중 윤우가 작곡한 노래들을 모르고 촬영했다. 촬영이 끝나고 작곡된 노래도 있어서 윤우가 작곡한 노래가 잘 나왔을까 봤는데 ‘사랑, 거짓말이’ 노래가 잘 나온 거 같고, 음악이 주는 힘이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기도 했다.

10. ‘뷰티인사이드’ 이후 한효주와 두 번째 만남이다.
유연석 : ‘뷰티인사이드’에서 처음 촬영을 했을 때 회차가 짧다보니까 호흡이 짧아 아쉬웠다. 이후에 긴 호흡으로 만나기를 바랐는데, 연이어 작품을 하게 돼 반가웠다. (천)우희 씨도 같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연기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보니까 이번에 우희 씨랑 호흡하게 됐다. 충무로에서 주목하고 있는 두 배우와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영광이고 좋았다.

10. ‘해어화’ 대사 말투가 현재 쓰는 것이 아니다. 표현이 힘들지 않았나?
유연석 : 어색하긴 한데, 그 당시 쓰는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말을 좀 편하게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10. 윤우는 여성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을 것 같은 캐릭터다.
유연석 : 어떤 분은 악역을 다시 맡았다고 하더라. 난 악역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영화에서는 윤우가 연희한테 빠져드는 일련의 과정이 조금 생략되다 보니까 급하게 마음을 돌려버린 남자가 됐다. 연희는 윤우의 음악적 뮤즈로 시작이 됐던 인연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서로 이해하게 되고, 연민을 느끼면서 마음을 주게 됐던 신들이 있었다.

10. 그 신이 어떤 것이었나?
유연석 : 극에서 연희 아버지가 권번에 딸을 판다. 그 이후에 ‘조선의 마음’을 통해서 연희와 아버지가 만나게 된다. ‘조선의 마음’ 곡 작업이 순탄치 않았다. 연희가 노래를 불편하게 느끼고, 마음을 열지 못해서 가시꽃 같이 느꼈다고 이야기한 장면도 있다. 곡 작업을 마치고 연희 집을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나타나서 연희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구타한다. 그걸 보고 있는 저에게 연희가 “이게 진짜 조선의 모습이다. 돈 몇 푼 때문에 딸을 때리고 팔아넘기는 진짜 조선의 모습이다. ‘조선의 마음’이란 노래가 와 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를 보고 윤우가 ”당신이 내 선생인 것 같다. 조선을 똑바로 보고 다시 한 번 노래를 만들어 보겠다“고 해서 ‘조선의 마음’이 탄생된다. 연희가 큰 도움을 준 것인데 그런 과정 속에서 연희에 연민을 느끼고, 소통하게 되고 이해하게 됐다.

10. 그 장면이 편집돼 아쉽지는 않았나.
유연석 : 영화 편집 과정에서 여러 선택을 해야 한다. 어찌 됐든 영화는 소율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까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10. ‘해어화’에서 윤우의 피아노 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직접 피아노를 쳤다.
유연석 : 피아노 연주를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다. 피아노가 윤우의 하고 싶은 말이나 감정들을 온전히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10. 연희와 아버지의 관계도 편집됐지만, 극중 윤우의 어머니가 기생이란 점도 대사를 통해서만 드러났다. 윤우 개인사가 지닌 의미가 있나?
유연석 : 윤우의 어머니가 삼패 기생이다. 기생집에서 자라다보니까 어릴 적부터 노름판에서 듣던 정가에 대해서 반감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다. 여유로이 앉아 노름판에서 듣는 정가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민중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자라온 배경 속에서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의 존재도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으로 설정됐다. 윤우가 기생의 삶과 결혼 생활에 대해서 회의를 하고 살지 않았나 생각한다.

10. 극 중 두 여인의 사랑을 받았다. 두 여인의 매력과 두 여인의 사랑을 얻은 윤우의 매력은 무엇일까.
유연석 : 소율이는 기생집에서 함께 자라면서 인연을 맺게 된 것 같다. 음악적으로도 소질이 뛰어난 소율에게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연희 같은 경우는 음악적 뮤즈로 빠져들게 됐던 것이다. 곡 작업을 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고 연민이 들게 하는 모습과 윤우가 그토록 원하던 노래를 완성시켜준 것 때문에 빠져들지 않았나 싶다. 윤우의 매력은, 윤우가 참 건강한 사람이다.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음악에 대한 소신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또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유연석 서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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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해어화’에서 아쉬운 점은 윤우가 소율에서 연희로 감정을 옮겨가는 과정이 크게 설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율에게 헤어지자는 감정의 정리 과정이 부족해 보였다.
유연석 : 윤우의 감정이 변하는 시기가 소율과 연희가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무심코 머물게 되는 시선을 확인했을 때다. 그때 이후에는 ‘조선의 마음’이 발표되고 나서 결국에는 감옥까지 가게 된다. 감옥에 소율을 만나 비로소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게 된다. 영화에서 대사가 조금 생략된 부분이 있는데. 내 생각에 윤우는 여러 가지 말로 변명이나 해명을 한다든가 감정을 정리하는 인물 같지는 않았다. 결국에는 ‘사랑, 거짓말이’로 소율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노래로 하는 것이 윤우의 방식인것 같다. 구태여 찾아가서 해명하는 과정보다는 노래로서 이야기했던 것 같다.

10. ‘해어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유연석 : 윤우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만개했던 꽃이 점점 시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굉장히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윤우였는데 결국에는 그런 혼란스런 상황에서 비극적 결말에도 이르게 되다 보니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10.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느낀 매력이 무엇이었나?
유연석 : 음악을 소재로 하는 점이 매력적으로 끌렸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를 해본 적이 없다. 극중 ‘아리랑’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촬영을 하다보니까 윤우는 자기 목소리를 내서 노래하기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10. 시대극이라 의상에도 많이 신경을 쓴 모습이다. 윤우의 의상은 어떤 것에 주안점을 뒀나?
유연석 : 윤우는 자기를 꾸미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곡 작업할 때 편안한 옷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해 준비했다. 자유로운 영혼이어서 조금 더 편안하고, 넉넉한 옷들을 입었다. 꾸미지 않은 멋이 좀 있었으면 했다. 피아노 칠 때 무심코 걷어 접어 올린 셔츠 소매가 매력적이라든가, 그런 모습이 그려지길 바랐다.

10. 극 중 담배도 많이 피웠다. 힘들진 않았나.
유연석 : 담배는 군대에서 끊었다. 7~8년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굉장히 애연가시다. 이번에는 영화를 촬영하실 때 감독님이 전자담배를 태우셨는데, 본인이 태우지 못한 것을 윤우 캐릭터에 반영하지 않았을까. (웃음) 고민하는 장면에서는 윤우가 항상 담배를 태운다. 감독님의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실제 촬영할 때는 금연초를 피우는데 연기의 모습이 중요할 때는 실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술자리에 있다 보면 담배가 가끔씩 생각이 나기도 한다. (웃음)
유연석 서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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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소율과 연희는 선의의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유연석에게도 그런 관계가 있나?
유연석 : 경쟁이라고 하긴 그렇고, 배우 손호준과 굉장히 친하다. 격려도 많이 하고 조언도 많이 해준다. 서로 의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저도 고민이 있을 때 연락하고, 호준이도 마찬가지고.

10. ‘은밀한 유혹’에서 호흡을 맞췄던 임수정이 같은 날 영화 ‘시간이탈자’를 개봉해 경쟁하게 됐다.
유연석 : 서로 굳이 연락은 안 하고 있다. (웃음) 응원하고 있다. 수정 누나도 그렇고, 정석이 형도 ‘건축학개론’으로 인연이 있다. 이진욱 씨도 ‘뷰티인사이드’에서 같은 우진 역을 했다. 같은 시기에 개봉하니까 두 편 다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 주목받는 한국 영화가 많지 않다보니까 이번 기회로 두 편 다 골고루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10. 최근 출연작들이 영화평과는 흥행 성적표가 좋지 않았다. 만약 흥행은 좋은데 연기평은 아쉬운 영화아 흥행은 잘 되지 않았는데 연기는 호평 받는 작품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나?
유연석 : 아무래도 배우는 우선적으로 연기에 대한 평가가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 그에 따라서 흥행이 따라왔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흥행에 집착해서 작품을 고르고 싶지는 않다.

10. 이번 ‘해어화’는 어떤가.
유연석 : ‘해어화’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좋겠다. 부담은 된다. 많은 분들이 수고한 작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유연석 서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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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소율의 마지막 대사, “그땐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 것을”이 영화의 핵심이다. 유연석의 인생에서 그런 것이 있다면.
유연석 : 음.. 이번에 Mnet ‘위키드’를 촬영하면서 어릴 때 그때가 좋았던 것을 왜 몰랐을까 생각했다. 그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동심과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10. ‘위키드’가 최근 끝이 났다. 유연석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유연석 : 마치 아들, 딸들이 생긴 것 같다. (웃음) 어느 순간 제가 그 친구들의 엄마아빠가 됐더라. 지금도 끝나고 나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아침 인사도 같이 하고, ‘잘자’라고 하트도 보낸다. (웃음)

10. 2년 전 ‘응답하라 1994’ 인터뷰 당시 변할까봐 스스로 겁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변하지 않고 잘 지내는지.
유연석 :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하면 아닌 것 같은데, 부정적으로 변해간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제가 하게 되는 책임감도 달라지다보니까 예전과 똑같이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고, 긍정적으로 변해야 할 필요도 있다. 흥행에 대한 것도 물어봤지만, 흥행에 대한 생각을 많이 안했는데, 저한테 요구하는 것들도 있고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고민하려고 한다. 그런 부분에서 작품의 흥행도 생각해야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조금 변해야 할 것들이지 않나 싶다.

10. 드라마 복귀를 원하는 팬들도 많다. ‘응답하라 1994’ 칠봉이와 ‘맨도롱또?’ 건우가 유연석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
유연석 : 칠봉이는 저라는 배우를 많은 분에게 알리는 작품이다. 그 전에 갖고 있었던 악역 이미지도 변화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다. ‘맨도롱또?’ 건우는 해보지 않았던 톤의 캐릭터다. 철이 덜 든 캐릭터였는데 그렇게 대사를 빨리 해본 적도 없었다. 만화 캐릭터처럼 행동했던 적도 있고, 어린 아이 같았다. 그 역시도 저에게는 도전이었다. 전혀 해보지 않았던 톤의 캐릭터였던 것 같다. 앞으로도 제가 안 해봤던 질감의 인물들에 대한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0. 박흥식 감독이 시사회에서 “결국 자기 자신을 버리는 안된다”고 영화의 주제에 대해 말했다.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유연석만의 모습이 있다면.
유연석 : 처음 배우를 꿈꿨을 때부터 일에 대한 설렘이나 열정 같은 것이 버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앞으로도 작업을 하게 되는 과정들이 즐거움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10. 하기 싫을 때도 있고, 귀찮을 때도, 슬럼프도 있었을 텐데.
유연석 : 배우가 직업으로 다가오면, 그럴 때가 있을 수 있는데 배우라는 직업을 한다는 것보다 연기를 하면서 배우로서의 삶이 제 삶의 일부분이 됐으면 좋겠다. 굉장히 오랜 세월 동안 연기 활동하는 분들이 보면 그러신 분들이 있다. 그러면 좀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10.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도 올초 끝이 났다. 뮤지컬 전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유연석 : 너무 오랜만에 무대라는 공간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되고 하다보니까 기억이 너무 좋다. 매순간 다른 공기를 느끼게 되고,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카메라 앞에 서서 영화를 촬영하면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앞으로도 영화나 드라마 작업을 하겠지만, 공연 무대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들도 놓치지 않고 가져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10. 감독님들이 좋아하는,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닌 비주얼이다. 본인의 마스크에 만족하는가?
유연석 : 예전에는 콤플렉스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이 사람 얼굴에 어떤 걸 씌우면 잘 어울릴까 고민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이제는 뭐 만족하고 살아야지. (웃음)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서예진 기자 yejin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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