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찬희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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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의 박유천 닮은꼴, ‘내 마음이 들리니’의 어린 김재원, ‘착한 남자’의 리틀 송중기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세 스타의 어린 시절에는 모두 배우 찬희가 있었다. 2016 최고 화제 드라마 ‘시그널’에 출연한 그는 어린 나이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빛냈다. 이제 아역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배우라는 이름표를 단 찬희는 아이돌 그룹 멤버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느리지만 또박또박한 언어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는 찬희에게서 그의 빛날 미래를 봤다. 과연 이 소년은 어떻게 성장할까. 그의 최종 목적지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10년은 찬희의 성장을 지켜보라 추천하고 싶다. 보증은 가족끼리도 서는 건 아니라지만, 이것은 적어도 10년 기간의 보증 효력을 가진 진심의 추천사다.

10. 요즘 많이들 알아보나요?
찬희 : 저요? 에이, 아니에요. 못 알아보세요. (웃음) 저 아까도 여기 앞 걸어왔는데 다들 못 알아보시던 걸요. (웃음)

10. ‘시그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어요. 실제로 겪기 어려운 일인데, 연기로 풀어내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찬희 : 어려웠던 부분이 많았어요. 고민도 많았고요. 수의를 입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궁금했고, 의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가까운 분들을 통해서 얻을 수도 없으니까 힘들더라고요. (웃음) 영화를 찾아보기도 하고, 기사도 찾아보고, 수의 입으신 분들 사진도 보고 그랬어요. 그런 분들이 어떻게 걷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찾아보려고 노력했고요. 사실 영화는 많이 참고하지 못했어요. 죄수복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옷을 입으신 분들이 나오는 영화는 거의 19세 영화더라고요. 아직 저는 19세 영화를 볼 수가 없어서. (웃음) 인터넷에서만 잠깐씩 동영상만 찾아봤죠.

10. 오디션으로 발탁됐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질문에 어떻게 본인을 어필했나요.
찬희 : 오디션을 볼 당시에는 ‘시그널’에 나오는 동생을 업고서 하는 대사를 했어요. 동생과의 관계나 선우라는 캐릭터 자체를 잘 몰라서 예상만 했거든요. 그냥 선우는 이런 캐릭터일 거라고 보여드렸더니 그 때 조금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것 같아요.

10. 선우는 어떤 캐릭터라고 예상했나요.
찬희 : 말투가 왠지 사연이 있어 보였어요. 그러면서도 동생을 아끼는 것이 분명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버스타고 늦게 하교하고 그런 것들을 보고 굉장히 성실하지만 왠지 사연이 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0. 어떤 대사에서 박선우가 사연이 있을 거라고 느꼈나요.
찬희 : 오디션용 대본 마지막 대사에 ‘해영이는 궁금한 게 많으니까 나중에 좋은 사람 되겠다’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만약에 선우가 그냥 평범한 형이면 동생에게 그런 말은 안 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뭔가 숨겨진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 대본에서 박선우는 어떻게 설명돼 있었나요.
찬희 : 감독님은 선우는 우울하기보다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뭔가를 하고 싶은 의지가 많은 아이라고 하셨어요. 그거에 비해서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내면적으로 강한 선우를 원하셨어요.

10. 그럼 대본에 없는 박선우의 특징을 직접 만들어 낸 게 있을까요.
찬희 :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 혼자만의 생각이 많을 것 같았어요. 아버지도 안 계시고, 어머니도 늦게 오시니 동생을 혼자 키우느라 유난히 책임감이 강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밝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우울한 선우를 생각했어요. 아마도 힘들겠거니, 하고.
찬희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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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박선우를 살려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어요. 뿌듯함도 컸을 것 같은데요.
찬희 : 선우가 사랑받았구나, 뿌듯함과 기쁨과 감사함은 있는데 제 스스로가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지도 못한 것 같고, 작품에 많은 도움도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워요. 선우로서 좀 더 시청자 분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시그널’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해 드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자꾸만 남아요.

10. 조진웅 씨와 같이 연기할 때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찬희 : 실제로는 주눅 들었어요. (웃음) 조진웅 선생님은 영화 ‘끝까지 간다’로 영화관에서 뵌 적이 있었는데, 그 분 앞에서 제가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부담되고 주눅 들면서도, 주눅 드는 게 한편으로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촬영 전부터 주눅 드는 감정을 취조실 신에서 선우의 감정에 대입시켜보면 어떨까 했어요. 조진웅 선생님 앞에서 드는 이 긴장감을 선우의 감정으로 많이 바꿔보려고 노력했어요. (웃음)

10. 조진웅 씨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나요?(웃음)
찬희 : (수줍어하며) 현장에서도 제가 감히 부를 일은 없어서 못 불러 봤어요. (웃음)

10. ‘시그널’에는 조진웅을 비롯해 김혜수, 이제훈 등 쟁쟁한 선배들이 출연했어요. 현장에서, 혹은 방송을 보면서 배운 점이 있나요.
찬희 : 조진웅 선생님이 연기에 대해 많이 알려주셨어요. 취조실 신을 같이 찍으면서 정말 많이 조언해주셨거든요. ‘감정은 이런 식으로 생각해라, 이런 상황에서는 몸이 이렇게 반응하지 않을까, 감정은 이렇게 전달하고 이렇게 표현해라’ 하는 것들이요.

10. 시청자 입장에서 보니 어떤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던가요.
찬희 : 저희 가족들을 찾아가서 ‘죄송합니다, 못 살렸습니다’ 했을 때 제가 선우 역을 맡아서 그런지 더 감동적이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조진웅 선생님이 장현성 선생님한테 찾아가서 ‘왜 그랬냐, 어떻게 그 어린애한테 그럴 수가 있냐’고 하실 때는 정말 울 뻔했어요.

10. 동생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더 몰입되는 게 있던가요.
찬희 : 제 친동생이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몰입되더라고요. 제 친동생한테는 미안한데(웃음) ‘시그널’ 동생이 진짜 친동생 같았어요. 진짜 제 동생이라고 생각하니 집중도 잘 되고, 그 친구(김현빈)가 정말 연기를 잘 해서 몰입이 확 됐어요.

10. 최근에는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나요?
찬희 : 성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웃음) 회사 선배님 중 곽동연 선배님이 조언을 정말 많이 해주세요. 선배님이 성숙해 지려고 노력하고, 또 연기도 더 많이 연습하고, 책도 많이 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해요. 너만의 무언가를 찾아보라고,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보라고 하셔서, 그러기 위해서 요즘 고민 중이에요.

10. 찬희가 생각하는 ‘성숙’이란 무엇인가요.
찬희 : 다르게 생각하는 것? 무언가를 계산하고 행동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들이 어른스러운 것이 성숙인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이 ‘찬희는 생각이 많구나’라고 느끼시면 그게 성숙한 것 아닐까요. (웃음)

찬희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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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박유천, 송중기 등 최고 스타들의 아역을 거쳤어요. ‘스타킹’의 ‘믹키찬희’, ‘착한 남자’의 리틀 송중기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찬희 :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스타킹’에 나갔는데, 너무 어려서 잘은 몰랐거든요. 그렇게 크고 영광스러운 자리였던 걸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야 ‘아, 그때 내게 주어진 기회가 정말 대단한 일이었고, 내가 중요한 걸 했었구나’ 느끼지만, 제가 잘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송중기 선배님은 요즘 ‘태양의 후예’로 최고시잖아요. 제가 ‘착한 남자’ 때 송중기 선배님 아역을 했다고 해서 선배님처럼 될 거라는 보장도 없고, 제가 대단해서 아역을 한 것도 아니니까요. 송중기 선배님처럼 큰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10. ‘스타킹’에 출연한 후 방송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하던데, 방송의 재미를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 아니었나요.
찬희 : ‘스타킹’에 나가고 나서 제가 TV에 나간 모습을 봤는데 많은 분들이 예뻐해 주셨거든요. 제가 나온 모습을 보니 웃기고 재밌는데, 한편으로 다음번에 또 나가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멋있어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10. 그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찬희 : 연기자, 가수 둘 다 하고 싶었어요. 방송이면 다 좋았던 것 같아요. (웃음)

10. 그럼 지금은요.
찬희 : 만능 엔터테이너요. 연기자로도, 가수로도 다 인정받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어요.

10. 만능 엔터테이너라면 예능도 잘 해야 하는데.
찬희 : 저 은근히 유머 센스도 있어요. (일동 폭소)

10. FNC 데뷔조인 네오즈 1기에 소속돼 있어요. 자기소개 영상을 보니 타고난 춤꾼, 미소천사로 나오던데.
찬희 : 춤이 특기예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연기랑 춤을 같이 시작했거든요. 그때부터 춤과 연기는 꾸준히 배우고 있어요. 네오즈 1기 중에는 막내고, 성격은 내성적인 편이에요. 처음에는 약간 낯을 가리는 편이고요. 제일 자신 있는 게 미소예요. (웃음) 제일 자신 없는 건 화내는 거? 화내는 연기. 평소에 화를 진짜 내 본 적이 없어서 화를 내는 연기를 하면 막히는 것 같아요.

10. 그럼 실제로 화가 나면 어떻게 하나요.
찬희 : 연습생 형들한테는 애교를 부리고요, 친구들한테는 삐쳐요.

10. 네오즈 1기가 본격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요. 본인이 최종 선발 멤버가 되어야 한다면, 어떤 점을 팬들과 회사에 어필하고 싶나요.
찬희 : 저는 일단 귀여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거기에 반전 매력이 있어요. (웃음) 때로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기도 하고, 또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노력파에 가깝죠. (웃음) 사실 제가 예전에는 나무늘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느리고 평온하고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여유 있는 분위기를 좋아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릿느릿하게. (웃음)
찬희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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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오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밤에는 늦게까지 연습을 하잖아요. 이런 삶이 힘들지는 않나요.
찬희 : 아니오, 전혀요. 오히려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현장에서 배우는 게 정말 재밌어요. 배운 것을 토대로 연습하는 것도 재밌고, 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느껴질 때 그것도 재밌고요. 연습실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재밌어요. 물론 힘든 부분도 있지만, 제가 선택한 일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요.

10. 네오즈 1기의 막내인데 가장 먼저 얼굴을 알렸어요. 부담감도 크겠어요.
찬희 : 팀으로서 같이 연습하고 있는 형들이 더 잘돼야 저도 빛을 본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더 잘하면 형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하려고 해요. 형들도 저도 다 잘됐으면 좋겠죠. 한 명만 잘 되는 것보다는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10. 과거와 무전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누구에게 신호를 보내고 싶나요.
찬희 : 과거의 저에게 보내고 싶어요. 초등학교 1~2학년 때의 저에게요. 어릴 때부터 이쪽 일을 하다 보니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어요. 저에게 힘들어 하지 말라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어렸을 땐 마냥 철없이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릴 때 학교생활이나 친구들과의 놀이, 그런 추억 같은 게 별로 없어요. 대신 저희 부모님이 많이 만들어주시려고 했던 걸 느껴요. 어릴 때는 몰랐지만요. (웃음) 친구들이랑 노는 게 다른 친구들에게는 당연하지만 제게는 특별한 이야기였어요. 나이에 비해서 조심해야 했던 것들이 많았거든요. TV에 나오니까 고학년 형들이 단체로 구경 온 적도 있고, 전 그런 게 무서웠어요. 도망가고 싶고, 숨고 싶고. 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지금도 튀는 걸 싫어하지만 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죠.

10. 튀는 걸 싫어한다면 연예인 생활은 본인에게는 계속 허들을 넘는 것 같은 숙제겠네요.
찬희 : 애초에 성격 자체가 조용하고, 튀기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이 일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죠. 남들이 튈 때 저는 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거예요. 2배로, 그 이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항상 그런 각오를 가지고 있죠.

10. ‘시그널’처럼 혹시 바꾸고 싶은 과거도 있나요.
찬희 : 바꾸고 싶은 과거는 없어요. 주위에서도 미련을 가지지 말라고 하고, 저도 그런 성격이고요. 미래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뀌는 거니까 제가 만드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더 열심히 해서 말로만이 아니라 보여줄 수 있는 실력으로 멋진 미래를 만들고 싶어요.

10.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찬희 : 말뿐인 사람보다는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스스로가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이 될 거예요. 가족들과 친구들, 연습실 형들, 회사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감사한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늘 감사하면서 멋진 모습 보여드릴게요.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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