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음악 속에도 각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그 곡이 있다. 텐아시아 여기자 세 명이 각각 고른 저마다의 노래 속 사심은 무엇일까. 최근 발표된 앨범 중에서 취향을 저격한 숨은 명곡을 찾아내 전한다. (정렬은 발매일순)
여자셋 노래셋 # 김하진의 노래 하나, 싸이 ‘드림(Dream)’
싸이가 의외의 인물과 듀엣 호흡을 맞추는 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김준수와의 만남은 확실히 신선했다. 싸이의 꾸밈없는 목소리와 김준수의 거친 보이스가 합쳐지니, 곡의 완성도는 물론 듣는 즐거움도 배가된다. 특히 이 노래는 가사가 압권이다. 싸이가 故 신해철과의 대화로 구성됐다는 노랫말은 깊은 울림을 더한다. ‘인생이란 꿈’이란 말은 두고두고 기억될만한 여운을 갖고 있다.
[여자 둘의 한줄평] 박수정 : 노래를 듣고, 가사를 필사했습니다. 이은호 : 고(故) 신해철은 늘 가까이에서 느껴진다. 감상에 젖어 하는 말이 아니다. 후배 가수들에게서 불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낀다. 여전히 우리는 신해철과 교감하고 있구나. 떠난 뒤에도, 그는 우리 곁에 남아 있구나.
# 이은호의 노래 둘, 브라운아이드소울 ‘groove midnight’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처음 곡 제목을 접했을 때, 마음대로 상상한 그림이 있었다. 훵키한 리듬에 화려한 애드리브가 펼쳐지리라. 나얼이 고음을 뽑아내고 정엽은 가성으로 수를 놓겠지. 그런데 이건 뭔가. 인터루드에 가까운 느낌인데, 인터루드 정도로 넘기기엔 아까운 곡이다. 상당히 과감한데 상당히 좋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이기에 가능한 자신감, 바로 ‘하모니’다. 텍스트 없이도 음악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
[여자 둘의 한줄평] 김하진 : 네 남자의 화음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흑인 음악의 향기가 제대로 퍼진다. 눈을 감고 들어보니, 다른 나라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구나. 박수정 : 브아솔의 넘볼 수 없는 경지.
# 박수정의 노래 셋, B1A4 ‘크리스마스잖아요’
B1A4의 노래는 항상 순수하면서 착한 매력이 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론리’, ‘스윗걸’ 등 매앨범 보편적인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때묻지 않는 순수함이 항상 깃들어있다. 시즌송도 마찬가지다. 연인들과의 이야기만 가득한 크리스마스 시즌에 ‘크리스마스잖아요’는 친구가 돼주겠다고 손을 내민다. “오늘만은 보기 싫어요 케빈”이라며 귀엽게 투정 부리는 말투도 B1A4와 닮았다. 흥겨우면서도 잔잔한 듯 편하게 흘러가는 음악이 B1A4가 마치 옆에서 함께 율동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B1A4의 색이 더 뚜렷해졌다.
[여자 둘의 한줄평]김하진 : 올해가 간다는 것 때문인지 어딘가 울적한 기분이 드는 캐럴과 달리, 신나고 흥겹다. B1A4의 목소리도 더 감미롭게 들린다. 이은호 : “크리스마스에는 모두가 친구죠.” …그냥 친구 말고 남자 친구 해주면 안 돼요? 유쾌하고 건강한, B1A4스러운 겨울 캐럴.
김하진 기자 hahahajin@, 박수정 기자 soverus@,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사진. YG 엔터테인먼트, 산타뮤직, WM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