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떠났다.
지난 3일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의 최종회가 방송됐다. 지난 10월 27일 SBS 탄현 제작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당시 이용석 PD는 ‘마을’을 쪽대본, 러브라인, 연기 못하는 사람이 없는 ‘3무(無) 드라마’라고 말했다. 그 덕분인지 그간 ‘마을’은 웰메이드 드라마라 호평을 받아왔다. 그 중 ‘마을’을 웰메이드 드라마로 만든 가장 큰 힘은 바로 ‘마을’이 전하는 메시지였다. ‘마을’은 추리 스릴러의 가까운 내용으로 여러 사회적인 메시지를 암시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메시지들은 매회 시청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으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텐아시아는 ‘마을’이 암시한 묵직한 메시지들을 살펴보려 한다.
# 침묵이 평화를 만들지 않는다
아치아라 마을은 범죄가 없는 평화로운 마을로 첫 등장한다. 겉에서 보는 아치아라의 마을은 잡음과 소음이 없는 청정한 마을이었다. 그것도 잠시, 한소윤(문근영)이 언니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마을 사람들이 묻어놨던 진실들이 하나 둘 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김혜진(장희진)의 죽음부터 뱅이아지매(정애리)까지, 아치아라의 마을 사람들이 숨긴 진실 속에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있었고 피해자들의 끝없는 고통이 있었다.
“불행은 동정 받고 위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치스러운 불행일 때는 비난을 받는다.” 12회 뽀리네 경숙(우현주)의 말처럼 아치아라의 성폭행 피해자들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피해를 침묵했다. 피해자들이 비난받는 아이러니한 세상. 결코 아치아라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현실 속에서도 피해 여성들에게 비난처럼 시선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으로 피해자들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된다. 피해자들의 침묵으로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게 됐지만 가라앉은 사건들은 장막 속에서 점점 부패하게 된다. 아치아라 역시 20여 년 전 피해자들은 모두 침묵했고 그 결과로 김혜진은 죽음을 맞았다. 이처럼 ‘마을’은 김혜진의 죽음을 통해 침묵의 후폭풍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평생 트라우마 속에 갇힌 피해자들
결과의 씨앗이 침묵이었다면, 사건을 부패시킨 건 지독한 트라우마였다. 지난 ‘마을’ 마지막회에선 윤지숙(신은경)의 오랫동안 곪아있던 트라우마가 드러났다. 윤지숙은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해 김혜진을 출산하게 된다. 성폭행의 끔찍한 고통과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은 윤지숙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숙은 20여 년간을 트라우마 속에 살았고,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친 딸 혜진을 외면한 채 완벽한 가정에 집착을 하게 됐다.
트라우마는 지숙을 더욱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혜진의 죽음에 가담하기까지 이르게 됐다. 허나 지숙 역시 엄마였다. 지숙은 자신이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장소인 대광목재에 혜진이 있다는 사실에 혜진을 구하기 위해 단숨에 달려왔다. 지숙은 딸 혜진을 자신과 같은 아픔을 당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지숙은 부던히 노력했다. 허나 마지막 순간 지숙은 혜진의 모습에서 가해자를 떠올리며 목을 졸랐고, 평생을 따라다니던 트라우마는 끝까지 지숙을 비정한 엄마로 만들어버렸다.
# 가해자는 웃고 있다
피해자는 평생 트라우마 속에서 고통 받지만 가해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웃고 있다.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을’의 마지막회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치밀하게 암시했다. 앞서 말했듯이 최종화로 인해 ‘마을’ 속 피해자와 가해자는 분명히 나눠졌다. 평생 트라우마에 갇혀 산 윤지숙과 김혜진이 피해자라면, 가해자는 분명 목재소 남씨와 그의 부인이었다. 목재소 남씨는 과거 어린 윤지숙과 경숙을 성폭행을 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당시 지숙과 경숙의 침묵으로 목재소 남씨는 벌을 받지 않았다. 이는 20여 년이 흐른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년 후의 목재소 남씨는 슬하의 예쁜 7살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들의 가정은 김혜진이 나타나기 전까지 평범했고, 평화로웠다. 이에 남씨 부인은 진실을 폭로함으로 가정의 평화를 깨트리려는 김혜진을 살해해버렸다.
또 다른 가해자가 있다. 바로 노회장. 지난 최종회에선 죽은 줄 알았던 노회장이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노회장은 아치아라 마을의 김혜진 살인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운전기사, 목격자 살인을 사주하고, 경찰 폭행을 지시했던 인물이었다. 이와 같은 노회장의 죄는 지난 13회에서 죽음으로 댓가를 치루는 줄 알았다. 마지막회 속 노회장은 버젓이 살아있었으며 굉장히 환한 웃음을 짓기까지 했다. ‘마을’ 마지막회에는 목재소 남씨 부부를 비롯해 노회장까지, 그 어느 누구도 벌을 받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다. 피해자 윤지숙과 김혜진은 고통 속에 살았지만,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누리며 ‘잘’ 살고 있었다. 권선징악이 이뤄지지 않은 이와 같은 결말은 마치 법의 테두리를 교묘히 빠져나가는 범죄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현실을 반영한 결말에 많은 시청자들은 부조리한 현 사회를 떠올릴 수 있었고, 잘못된 판단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칠 수 있었다.
⇒ [잘가요, ‘마을’ ①] 아치아라 사람들이 던진 묵직한 메시지
⇒ [잘가요, ‘마을’ ②] 작은 연못의 깊은 여운, ‘마을’ 명장면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방송캡처
지난 3일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의 최종회가 방송됐다. 지난 10월 27일 SBS 탄현 제작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당시 이용석 PD는 ‘마을’을 쪽대본, 러브라인, 연기 못하는 사람이 없는 ‘3무(無) 드라마’라고 말했다. 그 덕분인지 그간 ‘마을’은 웰메이드 드라마라 호평을 받아왔다. 그 중 ‘마을’을 웰메이드 드라마로 만든 가장 큰 힘은 바로 ‘마을’이 전하는 메시지였다. ‘마을’은 추리 스릴러의 가까운 내용으로 여러 사회적인 메시지를 암시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메시지들은 매회 시청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으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텐아시아는 ‘마을’이 암시한 묵직한 메시지들을 살펴보려 한다.
# 침묵이 평화를 만들지 않는다
아치아라 마을은 범죄가 없는 평화로운 마을로 첫 등장한다. 겉에서 보는 아치아라의 마을은 잡음과 소음이 없는 청정한 마을이었다. 그것도 잠시, 한소윤(문근영)이 언니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마을 사람들이 묻어놨던 진실들이 하나 둘 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김혜진(장희진)의 죽음부터 뱅이아지매(정애리)까지, 아치아라의 마을 사람들이 숨긴 진실 속에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있었고 피해자들의 끝없는 고통이 있었다.
“불행은 동정 받고 위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치스러운 불행일 때는 비난을 받는다.” 12회 뽀리네 경숙(우현주)의 말처럼 아치아라의 성폭행 피해자들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피해를 침묵했다. 피해자들이 비난받는 아이러니한 세상. 결코 아치아라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현실 속에서도 피해 여성들에게 비난처럼 시선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으로 피해자들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된다. 피해자들의 침묵으로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게 됐지만 가라앉은 사건들은 장막 속에서 점점 부패하게 된다. 아치아라 역시 20여 년 전 피해자들은 모두 침묵했고 그 결과로 김혜진은 죽음을 맞았다. 이처럼 ‘마을’은 김혜진의 죽음을 통해 침묵의 후폭풍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평생 트라우마 속에 갇힌 피해자들
결과의 씨앗이 침묵이었다면, 사건을 부패시킨 건 지독한 트라우마였다. 지난 ‘마을’ 마지막회에선 윤지숙(신은경)의 오랫동안 곪아있던 트라우마가 드러났다. 윤지숙은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해 김혜진을 출산하게 된다. 성폭행의 끔찍한 고통과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은 윤지숙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숙은 20여 년간을 트라우마 속에 살았고,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친 딸 혜진을 외면한 채 완벽한 가정에 집착을 하게 됐다.
트라우마는 지숙을 더욱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혜진의 죽음에 가담하기까지 이르게 됐다. 허나 지숙 역시 엄마였다. 지숙은 자신이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장소인 대광목재에 혜진이 있다는 사실에 혜진을 구하기 위해 단숨에 달려왔다. 지숙은 딸 혜진을 자신과 같은 아픔을 당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지숙은 부던히 노력했다. 허나 마지막 순간 지숙은 혜진의 모습에서 가해자를 떠올리며 목을 졸랐고, 평생을 따라다니던 트라우마는 끝까지 지숙을 비정한 엄마로 만들어버렸다.
# 가해자는 웃고 있다
피해자는 평생 트라우마 속에서 고통 받지만 가해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웃고 있다.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을’의 마지막회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치밀하게 암시했다. 앞서 말했듯이 최종화로 인해 ‘마을’ 속 피해자와 가해자는 분명히 나눠졌다. 평생 트라우마에 갇혀 산 윤지숙과 김혜진이 피해자라면, 가해자는 분명 목재소 남씨와 그의 부인이었다. 목재소 남씨는 과거 어린 윤지숙과 경숙을 성폭행을 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당시 지숙과 경숙의 침묵으로 목재소 남씨는 벌을 받지 않았다. 이는 20여 년이 흐른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년 후의 목재소 남씨는 슬하의 예쁜 7살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들의 가정은 김혜진이 나타나기 전까지 평범했고, 평화로웠다. 이에 남씨 부인은 진실을 폭로함으로 가정의 평화를 깨트리려는 김혜진을 살해해버렸다.
또 다른 가해자가 있다. 바로 노회장. 지난 최종회에선 죽은 줄 알았던 노회장이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노회장은 아치아라 마을의 김혜진 살인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운전기사, 목격자 살인을 사주하고, 경찰 폭행을 지시했던 인물이었다. 이와 같은 노회장의 죄는 지난 13회에서 죽음으로 댓가를 치루는 줄 알았다. 마지막회 속 노회장은 버젓이 살아있었으며 굉장히 환한 웃음을 짓기까지 했다. ‘마을’ 마지막회에는 목재소 남씨 부부를 비롯해 노회장까지, 그 어느 누구도 벌을 받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다. 피해자 윤지숙과 김혜진은 고통 속에 살았지만,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누리며 ‘잘’ 살고 있었다. 권선징악이 이뤄지지 않은 이와 같은 결말은 마치 법의 테두리를 교묘히 빠져나가는 범죄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현실을 반영한 결말에 많은 시청자들은 부조리한 현 사회를 떠올릴 수 있었고, 잘못된 판단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칠 수 있었다.
⇒ [잘가요, ‘마을’ ①] 아치아라 사람들이 던진 묵직한 메시지
⇒ [잘가요, ‘마을’ ②] 작은 연못의 깊은 여운, ‘마을’ 명장면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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