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포스터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포스터
‘마을’의 연출자 이용석 PD는 ‘마을’을 두고 3無 드라마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용석 PD는 “‘마을’에는 러브라인이 없고, 연기 못하는 배우가 없으며, 쪽대본이 없다”고 밝히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9회까지 방영된 5일 현재, 이용석 PD의 공언대로 ‘마을’에는 ‘발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얼토당토않은 러브라인으로 전체 이야기를 흩트려놓지도 않는다.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마을’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로부터 ‘웰메이드 드라마’란 평가를 받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밤마다 시청자들을 강원도 아치아라로 부르는 ‘마을’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마을’을 ‘웰메이드 드라마‘ 반열에 올려놓은 세 가지를 살펴봤다.

# 1시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들’이 있다.

‘마을’에는 연기 못하는 배우가 없다.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시청자들은 매회 10분 같은 1시간을 즐기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문근영이 있다. 문근영은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담담한 연기 톤을 유지하면서 극이 진행될수록 내적으로 성장해가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1회에서 백골 사체를 발견한 후 환청에 시달렸던 한소윤(문근영)이 시간이 흐를수록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언니 김혜진(장희진)의 감정에 이입하고 있다. 또한, 언니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기 위해 온갖 수모를 다 감당할 줄 안다. 시청자들이 한소윤의 캐릭터 변화를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문근영의 디테일한 연기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51105마을_밝히려는자vs.숨기려는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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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재는 ‘마을’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숨 쉴 타이밍을 주는 유일한 캐릭터 박우재 순경을 연기하고 있다. 자신의 색깔로 의욕이 넘치는 박우재 순경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중이다. 육성재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우연히’ 단서를 얻는 순간들을 절대 우연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다. 육성재에 대해 선배 연기자들도 “딱 박우재”라며 칭찬했다. ‘마을’의 쉼표 역할을 하는 육성재가 없었다면 ‘마을’ 굉장히 무겁고 딱딱한 드라마가 됐을 지도 모른다.

이밖에도 신은경, 온주완, 정성모, 장소연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우현주, 김민재, 이열음, 최재웅, 박은석, 안서현, 최원홍 등 꾸준히 연기력을 다져온 명품 조연들이 매순간 의심스러운 아치아라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리며 ‘마을’을 보는 시청자들의 1시간을 책임지고 있다.

# 빈틈없는 탄탄한 ‘대본’이 있다.

보통의 한국 드라마들이 4~6회의 대본이 준비됐을 때 촬영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마을’은 촬영 전부터 13회까지 대본이 미리 나온 상태였다. 이미 탄탄한 대본이 준비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매회 완성도 있는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마을’ 촬영장에는 다른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콘티가 존재한다. 중요 신의 상황과 연출을 미리 그림으로 그려 ‘마을’의 전 배우와 스태프들이 이를 공유하는 것.

이와 관련해 SBS 측 관계자는 “상당 분량 나와 있던 대본을 바탕으로 이용석 감독이 처음 생각했던 방향대로 연출을 하고 있다”며 “중요한 신마다 활용하고 있는 콘티 또한 이미 상당한 분량이 나왔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마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욕심이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복습하게 만드는 ‘떡밥‘이 있다.

이용석 감독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근영과 ‘한 번 소비되고 마는 드라마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다시 돌려보고 복기하는 드라마를 만들자’고 얘기를 나누며 의기투합 했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마을’은 복습 유발 드라마로 정평이 났다. 복습을 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떡밥’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마을’은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 없다. 지난 이야기에서 스치듯 지나갔던 ‘떡밥’들이 다음 회에서 미스터리를 더욱 깊게 만드는 요소로 등장하거나,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로 등장한다. 이에 시청자들은 ‘마을’에서 일어난 타임라인을 정리하거나 의심스러운 장면들을 한데 모으며 각자만의 추리를 펼치는 등 엄청난 열의를 보이고 있다.
마을 2~3회
마을 2~3회
‘칼을 든 엄마와 아기 그림’은 7회에서야 그 비밀이 밝혀졌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서유나(안서현)가 ‘따뜻한 엄마와 아기 그림’이라는 소윤의 말에 화를 내며 집을 나갔던 3회에서 그림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냈다. 또한, 유나가 소윤의 집을 처음 찾아갔던 날에 대해 유나는 “거기 선생님이 있었다”고 말한 반면, 소윤은 “네가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던 두 사람의 대화(6회) 역시 시청자들은 해당 내용이 방송됐던 2회가 끝난 이후 복습을 통해 두 사람의 설명이 서로 다르며, 소윤의 표정 또한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을’의 한 관계자는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범인’이다”라며 배우들 역시 단서 찾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전했다. “한 번 소비되고 마는 드라마가 아니라 계속 복기하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던 이용석 감독의 바람은 이미 이뤄졌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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