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KBS2 ‘발칙하게 고고’가 막을 내렸다. 학원물의 명가인 KBS의 또 다른 작품. 배두나, 최강희, 장혁, 조인성 등 스타들을 배출한 지난 ‘학교’ 시리즈처럼 이번에도 보석 같은 신예들을 배출해냈다. 그 중 채수빈은 부모님의 로드맵을 따라 살아온 완벽주의 만년 2등 권수아로 분해 지독한 악행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채수빈은 지난 8월 종영한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에서 차분하고 착실한 취업준비생 한은수로 얼굴을 알렸다. ‘파랑새의 집’에서 채수빈은 출생의 비밀에 관한 슬픔에 많은 눈물을 흘려야했다. ‘발칙하게 고고’에서도 채수빈은 많은 눈물을 흘렸다. 허나 좀 달랐다. ‘파랑새의 집’에서 흘린 눈물에 그리움과 애달픔이 담겨져 있다면, ‘발칙하게 고고’의 눈물에는 두려움과 후회가 담겨져 있었다.
‘발칙하게 고고’서 채수빈이 분한 권수아는 스펙을 위해서라면 친구를 배신하고, 계단에서 사람을 밀치는 등 어마어마한 악녀였다. 이 바탕에는 경쟁의 한 가운데로 몰아넣는 수아의 엄마가 있었다. 고작 열여덟이었던 수아는 자신의 걷잡을 수 없는 악행에 대한 후회와 두려움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수아는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내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고, 후회의 눈물로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채수빈은 불안한 수아의 자아를 완벽히 표현해내 호평을 받았다.
채수빈은 이번 역할로 전작 ‘파랑새의 집’ 속 지고지순한 순정녀는 전혀 떠올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완벽한 변신이었다. 시청자들은 악랄함과 안쓰러움을 넘나드는 수아를 표현한 채수빈에게 시선을 빼앗겼고, 채수빈이란 배우를 되돌아보게 됐다.
1994년생으로 겨우 22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중반 역할이었던 전작의 영향력인지, 채수빈에게서는 또래에겐 볼 수 없는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채수빈 특유의 차분하고 어른스런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안정감을 선사했다. 채수빈은 연이은 두 작품에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기성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표출한 신인에게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두 번째 주연 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채수빈의 또 다른 변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빈은 현재 이성민과 영화 ‘로봇, 소리’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채수빈이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에선 어떤 매력을 발산할지 기대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