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예지 팽현준
예지 팽현준
‘잘될 줄 알았다’고 말하면, ‘이제와서’란 소리를 들을까. 걸그룹 피에스타의 래퍼 예지의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속 활약이 반갑다.

예지는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 최고의 수혜자 중 하나다. 영구탈락의 문턱에서 선보인 ‘미친개’로 자신의 캐릭터와 실력을 증명하며 단숨에 우승을 노리는 멤버가 됐다. 초반 비호감 이미지가 이제는 솔직한 매력이 됐다. ‘센 언니’, ‘센 캐릭터’의 정석으로 ‘갓예지’에 등극했다.

처음 예지의 ‘언프리티 랩스타2’ 출연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웠다. 드디어 예지가 자신의 진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구나. 정식 방송 전 생중계로 본 예지의 랩은 ‘언프리티 랩스타2′ 속 예지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1회 방송 후 기대는 걱정이 됐다. 예지는 소위 말하는 ‘악마의 편집’ 피해자였다. 탐탁지 않아하는 듯한 굳은 리액션과 음악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 실력에 대한 미심쩍은 생각을 들게 했다. 날카로운 아이라인 메이크업와 특유의 머리를 쓸어 넘기는 행동까지 겹쳐 비호감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이대로 탈락하는 것은 아닐까 아쉬움이 들 때, 예지의 ‘미친개’는 모든 상황을 반전시켰다. 당시 심사위원 지코도 “일찍 합격했으면 ‘미친개’를 못 봤을 뻔”이라고 놀라워했을 정도다. ‘미친개’ 이후 예지는 승승장구했다. 1:1 디스랩 배틀에서 수아의 멘탈을 붕괴시킬 정도의 솔직한 가사와 폭풍 랩으로 카리스마를 보여줬으며, 박재범의 트랙 ‘솔로(Solo)’를 따냈다. ‘쇼미더머니’ 출신 남자래퍼들과의 대결에서도 22명 중 3위, 여자 래퍼 1위를 차지했다. 언젠가부터 트루디와 예지의 TOP2 신경전이 편집에 활용됐다. 예지의 위상이 높아졌다.

이 모든 ‘갓예지’ 활약이 ‘미친개’ 한 방 덕분일까. 아니다. 예지가 그동안 쌓아놓은 기본적 실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던 활약이다. 예지는 데뷔 전부터 타이거JK에게 인정을 받았다. 피에스타는 데뷔 앨범 ‘비스타’를 준비하면서 타이거JK에게 수록곡 ‘위키드’ 피처링을 요청했다. 타이거JK는 처음에 정중히 거절하다 예지의 랩 영상을 본 뒤 피처링을 수락했다. 예지의 가능성과 실력을 눈여겨 본 것. 예지는 피에스타에서 래퍼 뿐만 아니라 보컬로서 실력도 발휘하기도 했다. 귀여운 콘셉트의 ‘아무 것도 몰라요’, 섹시한 콘셉트의 ‘하나 더’, 그리고 최근 활동했던 ‘짠해’까지 예지의 넓은 콘셉트 소화력과 보컬-랩을 넘나드는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예지도 무서운 언니가 아니다. 예지는 피에스타의 막내로 언니 멤버들을 살갑게 챙기고, 인터뷰를 할 때도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는 멤버다. 싹싹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털털한 성격이다. 예지도 지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시크한 이미지가 많은데 사실 말장난 좋아하고, 멤버들 웃기려고 몸개그도 하고 춤도 이상하게 추면서 장난을 친다”고 자신의 실제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이유가 지난 2012년 예지의 생일 때 트위터로 “난 네가 삼년 전에 친하지도 않을 때 나 밥먹는데 ‘언니 밥 혼자 먹으면 맛없어요’ 하면서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조잘거려준거 아직도 기억해. 그때 했던 얘기들도 다. 잘 되자. 예지야”라고 말한 일화가 뒤늦게 조명받기도 했다.

초반 예지가 음악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도 사실은 편집의 결과물이다. 예지는 스스로 랩메이킹을 하고, 멤버 혜미와 린지도 ‘짠해’ 앨범에 자작곡을 수록하는 등 뮤지션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예지가 되묻는 모습이 편집으로 인해 반복돼 나온 것뿐이다.

오히려 초반 예지를 향한 악마의 편집이 ‘미친개’ 갓예지의 파급력을 더 키우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예지가 보여준 반전과 그동안 쌓아놨던 기반이 시너지를 일으킨 것. 피에스타 예지가 ‘갓예지’가 되기까지, ‘미친개’의 한 방이 아니라 예지의 실력이 이제 제대로 드러난 것이다.

‘언프리티 랩스타1’에서 가장 센 이미지였던 인물은 제시와 치타였다. 제시는 “난쟁아”, “이 바닥에서” 등 유행어를 남기며 디스랩의 시초를 열었지만, 현재 각종 예능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활동하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치타 또한 강한 메이크업과 카리스마로 센 언니 이미지지만, 결국은 실력으로 우승했다. ‘언프리티 랩스타2’로 확실한 인지도를 얻은 예지가 ‘언프리티 랩스타2’ 이후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더 기대를 모은다. ‘갓예지’가 됐으니, 진짜 예지의 활동은 지금부터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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