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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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액션 드라마 종합편성채널 JTBC ‘라스트’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라스트’는 조회수 6,000만 뷰를 기록한 강형규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로, 원작의 감각적인 그림체와 쫄깃한 이야기를 그대로 TV 브라운관에 옮겨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라스트’가 어떻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웰메이드 드라마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 사전제작 시스템이 고퀄리티 드라마를 만든다
‘라스트’는 지난 5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방송 시작 시점 이미 8회까지 촬영을 완료한 ‘반 사전제작’ 드라마다. 13회 방송을 앞두고 있는 4일 현재, ‘라스트’는 최종회 대본까지 모두 나온 상태이며 막바지 촬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17일 열린 ‘라스트’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이범수는 “이미 대본이 8부까지 나와 있어 배우들이 연기에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배우가 맡은 역할을 충실할 수 있어서 좋은 환경이다”라며 ‘라스트’의 장점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배우로서 소신 있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도 사전제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사전제작을 통해 배우들이 작품의 대본과 기획에 자신을 갖고 촬영한다면 더 퀄리티 있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 사장 역을 맡았던 배우 이도경 역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라스트’는 대본 연구할 시간이 충분해서 좋았다”며 “영화를 찍는 것처럼 오랫동안 대본을 붙잡고 캐릭터를 연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라스트’가 사전제작을 지향했기 때문에 배우들은 오롯이 자신이 맡은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은 높은 퀄리티의 드라마 ‘라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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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을 각색한다면 ‘라스트’처럼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영상으로 표현할 것인지 혹은 틀만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지 딜레마에 빠진다.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독창성이 없다는 평가를 듣기 쉽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 원작과 비교당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라스트’는 원작을 뼈대로 새로운 살을 덧붙여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다. 중간을 지키는 각색으로 원작 ‘라스트’를 본 시청자와 원작을 모르는 시청자 모두를 끌어안았다.

드라마 ‘라스트’에는 웹툰에 없는 노숙자들을 돌보는 간호사 신나라(서예지)와 서울역 지하 넘버3 작두(윤제문)가 등장한다. 신나라는 곽흥삼(이범수)처럼 정상에 오르고 싶은 장태호(윤계상)에게 노숙자들을 지하경제의 수입원으로 생각할 것인지, 자신과 같은 한 명의 사람으로 볼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장태호의 내적 갈등은 원작에도 표현돼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신나라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등장시켜 장태호의 고민을 더 세밀하게 표현했다.

원작 ‘라스트’에서 넘버3는 독사(이철민)다. 하지만 드라마 ‘라스트’에선 곽흥삼의 과거를 알고 있는 작두를 넘버3로 설정했다. 곽흥삼의 비밀을 쥐고 있는 작두는 ‘흥삼이 무엇을 하고 싶었기에 서울역 1인자가 되었는가’에 주목하게 만든다. 16부작 드라마에 맞게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한 것이다. 이밖에도 장태호가 정 사장에게 사기를 치고, 이로 인해 흥삼의 펜트하우스에서 혈투가 벌어진 것이나 원작에서는 군중에 불과했던 노숙자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한 것 등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내용들이 더해지면서 ‘라스트’의 깊이를 더했다.
라스트_촬영_현장_24시 (1)
라스트_촬영_현장_24시 (1)
#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배우들의 명연기
‘라스트’를 안방극장의 영화로 만든 데에 배우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라스트’의 중심에는 서울역 지하세계 넘버원, 곽흥삼 역의 이범수가 있다. 이범수는 곽흥삼 역에 몰입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범수 측 관계자는 “웹툰과 달리 드라마에는 곽흥삼의 과거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그래서 이범수는 원작을 참고하지 않고 자신만의 곽흥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범수는 곽흥삼이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긴 하지만 서울역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기 때문에 불량스러운 구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몸짓 하나하나에도 그런 부분을 표현하고자 행동, 눈빛, 입모양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펜트하우스 액션에서 한 쪽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이나, 부상을 입은 채 엘리베이터에 올라 안간힘을 쓰며 버튼을 누르는 모습은 이범수가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스트’의 또 다른 한 축 윤계상 역시 장태호 그 자체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라스트’는 처음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그토록 바래왔던 액션이라는 장르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 온힘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또한, 지난 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연기에 너무 몰입하다보니 지오디 무대에서도 장태호더라”며 “광복절 날 지오디로서 KBS ‘나는 대한민국’ 무대에 올라서 노래를 했다. 노래할 때 잠깐 카메라를 봤는데, 장태호처럼 눈을 치켜뜨더라. 충격 받았다”라며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류종구 역의 박원상은 전직복서다운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액션 스쿨에서 특훈을 받으며 복싱을 배웠다. 또한 원작 ‘라스트’의 류종구와 싱크로율은 물론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수염을 기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매회 류종구의 미세한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박원상의 연기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넘버2 자리를 억지로 떠맡았기 때문에 서울역 생태계에 관심이 없었으나, 태호를 만난 이후 노숙자도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면서 서울역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원상은 이 모든 것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등장할 때마다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들 외에도 ‘라스트’의 유이한 여배우 박예진, 서예지와 서울역 간부 이철민, 장원영, 곽흥삼의 오른팔 김형규 등 적재적소에 배치된 배우들의 연기가 ‘라스트’를 더욱 쫄깃하게 만들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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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는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곽흥삼과 그 일당에 반기를 든 류종구, 그리고 그를 막아보려는 장태호 이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또 100억을 갖고자 서울역 지하세계에 몸을 던진 장태호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비록 행색은 노숙자이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 서울역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남은 ‘라스트’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베스트 오브 라스트] ① ‘라스트’는 어떻게 웰메이드 드라마가 되었나
[베스트 오브 라스트] ② 이도경, “배우는 마음을 다루는 기술자” (인터뷰)
[베스트 오브 라스트] ③ 시선강탈 세 남자의 ‘마이 라스트 텔레비전’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JTBC, 웹툰 ‘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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