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바다
김바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시나위, 레이시오스, 아트오브파티스 그리고 김바다. 모두 하나이면서, 또 모두 다르다. 노래를 들으면 그에 대해서 알 것 같은데, 그래서 대화를 나눠보면 더 큰 의구심이 자리한다. 기타리스트가 꿈이었던 김바다는 밴드에 보컬이 없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본격적인 로커의 길을 걸었다. 스물다섯, 신대철을 만나 시나위의 5대 보컬에 이름을 올렸다. 시나위 아래서 실컷 음악을 하다, 나비효과를 만들었고 ‘첫사랑’이란 곡으로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김바다의 실험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레이시오스, 아트오브파티스 등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행보를 이어왔다.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강렬한 눈빛의 소유자이면서, 주방에서 파스타를 만드는 의외의 면도 가지고 있다. 음악밖에 모를 것 같지만, 패션과 미술에도 관심이 많은 호기심 넘치는 남자이기도 하다. “다시 태어나도 음악을 할” 김바다, 우리는 아직 그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김바다
김바다
Q. 최근에 ‘복면가왕’에 출연했어요. 화제도 됐고요.
김바다 : 사실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고, 가면을 쓰고 노래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연습할 때부터 철저하게 정체를 숨긴다는 건 출연을 하게 되면서 알았죠. 곡 선택부터 연습까지 쉽지는 않았습니다.

Q. ‘나는 가수다’의 경험도 있어서, ‘복면가왕’의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김바다 : ‘나는 가수다’도 그렇고,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한 적 있기 때문에, 사실 ‘복면가왕’은 그 두 프로그램보다는 관객이 적은 것 같아요. 특별한 건 가면을 쓰고 나를 알아맞히는 것인데, 알아맞히지 못하는 상황이 재미있더라고요.

Q. 작곡가 김형석 씨가 특히나 그랬죠. 시청자 입장에서도 재미있더라고요.
김바다 : 가면에, 가죽 장갑까지 더워서 땀도 나고,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벗어던지고 싶더라고요.(웃음) 막상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못 알아 맞히니까 희열이 있더라고요.

Q. 가면을 벗고는 후련한 마음이었겠어요.
김바다 : 후련하더라고요. 가면을 벗으니, 메이크업도 같이 벗겨져서.(웃음)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V프로그램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아요. 팬들, 또 가족들이 좋아하고요.

Q. TV에 출연하면서 조금은 친숙해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김바다 : 사실 공연이 아닌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내 노래를 부를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하죠. 또 사람 김바다를 아는 사람도 드물고요. 그래서 토크쇼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사실 저는 정통 록이라고 하는 블루스에 기반을 둔 음악 보다 펑크 록을 선호하고, 좋아합니다. 저에게 록의 뿌리는 펑크죠. 그래서 ‘복면가왕’에서도 ‘블루스에서는 아마추어’라고 말을 한 거고요.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Q. 김바다의 록은 어떤 건가요?
김바다 : 지금 작업하고 있는 음악도 그렇지만,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같아요. 출발을 펑크로 했어요. 펑크라면 우리나라엔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라는 팀이 잘 알려져 있죠. 특히 저는 섹스피스톨즈, 클래시 쪽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음악도 펑크가 많이 섞여 있고요. 나비효과 2집에서 일렉트로닉을 하게 된 것도 펑크와 일렉트로닉을 섞어보자는 개념에서 시작한 거예요.
김바다
김바다
Q. 사실 록이라는 장르가 일반 대중들에게는 쉽지 않아요. 김바다라는 가수 역시 그렇고요.
김바다 : 시나위라는 그룹의 멤버니까, 헤비메탈과 정통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음악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선입견이죠. 저는 달랐기 때문에 어릴 때 다른 밴드와 대화를 할 수 없었어요. 당시엔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메탈 밴드, 하드락 밴드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Q. 음악을 하면서, 외롭기도 했겠어요.
김바다 : 친한 밴드들이 없었죠. 음악적인 이야기를 할 수가 없으니까요. 나만의 정통이 있으니. 다행히도 저와 비슷한 감성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들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Q. 그래도 음악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애정이 있었다는 거겠죠.
김바다 : 저에게는 그 음악들이 특이하고 좋았어요. 재킷도 막 만든 것 같아도 거기에 오리지널리티가 숨어 있고요. 펑크를 듣는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펑크를 통해 음악은 물론, 패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Q. 보통 음악적인 영감은 어디에서 받나요
김바다 : 오랜 시간을 두고 곡 작업을 하면 펑크의 느낌이 사라져요. 그래서 저는 동시에 작업하는 걸 고집합니다. 합주실에서 점프도 하면서, 실제 공연처럼요. 아트 오브 파티스(Art of Parties) 때도 그랬어요. 무대 위에서처럼 헤드뱅잉도 하고. 몇 번의 연주 후에 느낌이 좋은 것으로 선택하죠. 음악은 좋은 에너지를 기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틀렸다고 나쁜 음악이 아니라, 흥분한 것도 중요한 포인트인 거죠. 전체적인 에너지를 보면 그게 훨씬 좋아요.

Q. 녹음하는 시간이 굉장히 즐겁겠어요.
김바다 : 놀면서 녹음을 진행하죠. 길지 않은 시간에 7곡을 완성하기도 하고. 살아 있는 음악을 추구해요. 각각의 악기를 먼저 녹음하고 거기에 목소리를 입히고 하는 작업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고요. 내 방식이 아니에요. 지금은 디지털 시대라 그렇지만, 예전에는 모두가 이랬어요. 한 번 틀리면 LP를 버려야 하는데, 그러니까 연습을 많이 하고 연주할 당시에는 느낌을 충만하게 한 뒤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에너지로 녹음을 하면 그 사운드 그대로, 그 연주로 완성이 되는 겁니다.

Q. 뮤지션이니까, 음악에 대한 고집이 있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런데 음악 외에 패션이라든지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보여요. ‘음악’ 외엔 문외한일 것 같은데, 그렇게 보이지 않고요.
김바다 : 3개월 전부터 레스토랑을 하고 있어요. 음악 작업이 아닐 때는 거기에 있죠. 요리를 좋아해요. 아는 동생과 같이 하는데, 저는 주방에 있습니다.

Q. 직접 요리를 하신다고요?
김바다 : 레시피도 만들고, 주 메뉴는 파스타와 함박스테이크. 한국식 파스타도 있고. 요즘은 치즈를 한 번 만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웃음)
김바다
김바다
Q. 요리 외에는 어떤 취미가 있으신가요
김바다 : 운동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죠. 멋있는 나라에 가서 보고, 걷고 싶어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에게 유행하는 음악, 미술, 음식 이런 걸 보고 싶고요. 올해 말에 한 번 다녀올까 생각 중입니다. 오스트리아, 베를린, 브라질, 로마, 루마니아 등등.

Q. 그래서 새 음반이 늦어지는 거 아닌가요
김바다 : 아니에요. 만들어 놨는데, 한국 시장에 없는 곡이에요. 도전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는 건데. 그래서 저에게는 자연스럽지만 듣는 분들은 ‘또 특이한 걸 갖고 왔구나’ 하니까요. 현재 트렌드인데,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죠. 나비효과의 2집 때부터 일렉트로닉을 접목시켜 음악을 만들었어요. 밴드와 전자 음악을 합친 거예요. 지금은 자연스럽지만, 그때는 제작자가 ‘도대체 이게 뭐냐’고 거품을 물 정도였어요. 너무 빨랐죠. 마케터들 역시 이 곡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조차 못할 ‘이상한 음악’이 돼 버린 거죠.

Q.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 그래도 포기하지 않네요
김바다 : 지금도 모두 그런 곡들이에요. 곡을 버리긴 싫어요. 그래서 시기에 맞는 곡을 내놓고 싶은데, 쉽지 않고. 철저한 기획을 통해 이 곡의 스타일을 어떻게 이미지화할 것인지 구체화시킨 다음, 곡을 내놓고 싶습니다. 기획 단계 없이 곡을 내놓고 싶지 않아요. 곡이 불쌍하잖아요.

Q. 불쌍한 것이 곡이군요
김바다 : 그런 단계 없이 내놓는 곡은 사라져요. 내고나면, 없어지는 거예요. 물론 팬들을 위해서야 내야겠지만, 좀 더 시너지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Q. 이 역시 굉장히 의외입니다. 노래가 좋아서 음악을 만들고 듣는 이들 상관없이 그냥 내놓을 것 같은데.
김바다 : 시기를 보면서 내볼까 계획하고 있어요. 한 곡은 시나위에 접목시켰어요. 방송에서는 금지가 될 것 같지만. 그런 곡들을 하나씩 서서히 풀 거예요. 다른 곡들은 모아 놨다가 새 음반을 만들고요.

Q. 김바다 씨에게 ‘마케팅’이란 말을 들이니, 굉장히 생소해요. 저만 그런가요.
김바다 : 음악은 스타일이 없는 스타일이에요. 이미지네이션을 통해 ‘이런 음악입니다’라고 하는 건데, 제 곡은 워낙 기존에 있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할 게 없어 설명하기가 힘든 거죠. 이런 모든 것들이 준비가 되면 발표할 생각이에요. 물론 궁긍적인 마케팅은 자기 자신입니다.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하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큰 마케팅, 이미지네이션이니까. 제가 저답게 잘해야죠.
김바다
김바다
Q. 음반이 늦어진 명확한 이유가 있네요
김바다 : 내는 곡과 음반을 세상이 받아주질 않아요. 이전까지 없던 스타일이니까. 그러니 공연도 없고, 그냥 사라져 버려요. 곡들이 불쌍해져서 그 뒤로는 내지 않게 된 거예요.

Q.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라고 봐도 될까요
김바다 : 민감해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하는,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트렌드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유행을 따라가고 대중을 쫓는 건 아니라는 거죠. 이런 스타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상황은 재미있고 새로워요. 흥분도 되죠.

Q. 김바다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방송 출연을 하는 거군요
김바다 : 김바다라는 가수가 있다는 걸 대중에게 알리는 도구죠. 하지만 방송에 나가는 것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상반됩니다. ‘복면가왕’ 등을 통해 저를 보고 관심을 갖고 공연에 오신다면, 놀라시겠죠. ‘이게 뭐지?’하고요.

Q. 그래도 ‘방송의 힘’은 느끼셨을 텐데요.
김바다 : ‘삐딱하게’ ‘서울의 달’,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불러도 내 목소리가 있어요. 이후 저를 궁금해하고 찾아보는 사람, 또 제가 그동안 작업했던 노래를 찾아서 들어보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참 좋구나’ 싶습니다.

Q. 놓을 수 없는 음악이지만, 하면서 힘든 점도 있겠죠.
김바다 : 유행이라고 하면 모두 다 그걸 쫓아가는 것이 힘들어요. 각자의 생각이 없이 유행이라면 모두 그걸 들려주려고 하죠. 문화가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가령 건물도 오래된 것만의 매력이 있는데, 하나같이 새것으로 지으려고 하잖아요. 지루하죠. 노래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서 랩 나오겠네, 여기서 고음 나오겠네 하는 것. 예상할 수 있는 예술은 재미없죠. 뒤통수를 맞는 기분, 기분 좋은 사기, ‘이런 것도 있네’하는 음악이 좋은데 말이에요. 그걸 사람들은 ‘어려운 음악’이라고 멀리하죠. 그래도, 다시 태어나도 이거 할 거예요(웃음).

Q. 공연을 할 때의 기분, 그게 음악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겠죠.
김바다 : 무대 위에 섰을 때는 세상에 나밖에 없는 느낌이에요. 아무도 없는. 공연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날은 저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죠. ‘세상에 나밖에 없어’라고 생각하고 무대 위에 올라가서도 그걸 유지하고.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무대에 올라갑니다. 마치고는 약간의 공허함 같은 것도 있지만, 금세 또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어요.

Q. 가수들은 관객들에게 힘을 얻는다고들 해요.
김바다 : 즐거워요.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거, 끝난 뒤에 공허함보다 공연을 하지 못 했을 때의 공허함이 더 크죠. 엄청난 에너지가 됩니다.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에너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 어떤 계산 없이 뮤지션의 음악이 좋아서 순수하게 즐기는 그 마음이 진짜 밝은 거죠. 공연이 끝나면 체력이 좋아져요.

Q. 음악을 하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군요
김바다 : 에너지를 받는다는 건 육체가 아닌 정신이죠. 음악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인데, 그걸로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웃고 울잖아요. 비틀즈의 ‘렛 잇비’를 듣고 전 세계가 열광하는 건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죠. 그래서 명반은 에너지의 기록인 거예요. 무형임에도 사람을 감동시키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게 좋은 일이죠. 가장 고차원적인 아트 아닙니까.

Q.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김바다 : 제가 못 했던 걸 누군가를 통해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언젠가는 제작, 후배 양성을 할 것 같습니다. 정말 나의 마음을 건드리는 센스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요. 눈에 띄어야죠. 지나가다 우연히 들었는데, ‘어?’ 할 수 있는.

Q. 자, 그럼 김바다의 음악은 올해 안에 볼 수 있나요
김바다 : 우선 시나위 두 곡은 녹음이 끝났습니다. 나머지 네 곡은 내야 할 것 같은데, 글쎄요. 멋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걸 만들어주길 팬들도 원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귀감이 되는, 큰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로커도 이럴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시원한 음악을 하나 써볼까 구상 중입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에버모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