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최보란 기자]
먹방(먹는 방송) 열풍이 이리도 오래 갈 줄이야.

상반기 안방은 그야말로 ‘씹고 맛보고 즐기는’ 먹방 천지였다. 재작년께부터 TV 예능을 휩쓸기 시작한 먹방의 인기는 올 상반기 쿡방(Cook+방송)으로 진화하며 최고조에 달했다. 예능은 스타 셰프들이 장악했고, 드라마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들이 평정했다.

먹방은 단지 복스럽게 먹는 모습만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던 시기를 지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요리를 먹는 것으로 차별화 됐다. 이후에는 아예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쿡방으로 진화하더니, 예능으로 인기를 얻은 스타 셰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먹방 열풍은 드라마까지 이어져 요섹남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 1. 먹방에서 쿡방으로의 진화
먹방진화
먹방진화
먹방 열풍은 초기 ‘하정우 먹방’이나 ‘수애 먹방’ 등 영화나 드라마 속 일부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모았다. 인터넷 방송 등에서 먹방 전문 BJ가 등장하더니, TV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며 예능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후 군대 먹방, 정글 먹방과 같이 차별화된 먹방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는 군대에서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군대 음식 먹방이 펼쳐졌고, SBS ‘정글의 법칙’은 정글 속 희귀 재료들을 활용한 이색 먹방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은 다양한 지역별 먹거리로 침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육아 예능은 먹방의 산실이었다. ‘일밤-아빠 어디가’에서 아이들은 집을 떠나 아빠가 처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정을 쌓았다.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사랑과 삼둥이는 왕성한 식욕으로 시청자들의 엄마 미소를 유발했다.

이 같은 먹방 열풍은 점차 색다른 레시피와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자기만의 이색 레시피를 선보이거나, 요리에 능숙하지 않은 인물이 직접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호응을 얻었다. 요리(cook)와 먹방이 합쳐진 ‘쿡방’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

대표적인 예가 KBS2 ‘해피투게더’의 ‘야간매점’ 코너다. ‘야간매점’은 누구나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초간단 요리법을 알려줘 바쁜 현대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간단한 요리법이기에 따라 하기 쉽고 재료도 구하기 쉬운데다, 스타가 즐겨먹는 음식이라는 느낌이 더해져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tvN ‘삼시세끼’는 자급자족이라는 환경을 더해 쿡방을 한 층 업그레이드 했다. 출연진이 채소를 기르고 염소젖을 짜고, 낚시를 해서 얻은 재료를 가지고 직접 요리를 해 한상 차림을 차려낸다. 제목처럼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예능이 된 셈이다.

# 2. 스타 셰프 전성시대
쿡방 셰프
쿡방 셰프
이 같은 쿡방 열풍은 ‘스타 셰프’들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종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소재로 먹방과 쿡방이 다뤄졌지만, 올 상반기에는 전문 셰프들이 중심이 된 본격 요리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라 생겨났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셰프 예능의 대표적인 예.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안에 스타의 냉장고 속 재료만으로 요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현석, 샘킴, 정창욱, 미카엘, 이연복 등 셰프 출연진을 모두 스타덤에 올렸다. 전문 요리사는 아니지만 요리 오디션 출신인 박준우 프리랜서 기자와 김풍 만화작가, 요식업계 성공 신화로 인정받고 있는 홍석천 등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올 상반기에 새롭게 론칭된 tvN ‘집밥 백선생’, 레이먼 킴과 신제록이 출연하는 KBS joy ‘한끼의 품격’, 레오강이 출연하는 KBS2 ‘대단한 레시피’ 등이 전문 요리인들을 내세운 쿡방 예능이다. 요리 실력에 예능감까지 갖춘 스타 셰프들이 ‘쿡방’ 열풍과 더불어 TV에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타 셰프들이 팬덤을 형성하면서 요리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이들에 대한 러브콜이 점점 많아졌다. 이에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을 고정 출연진으로 삼거나, 특별 게스트로 초대해 ‘쿡방’을 활용하는 방식도 유행했다. 상반기 예능은 한 번쯤 셰프가 출연하지 않은 예능이 거의 없을 정도다.

‘정글의 법칙’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방송된 인도네시아 편 출연진에 레이먼 킴을 합류시켜 정글표 쿡방을 선보였다. 카다멈 게죽, 물소 숯불구이, 깐풍기 맛 뱀요리, 카사바 맛탕, 쥐킨 등 정글에서 구할 수 있는 색다른 재료를 활용한 이색 쿡방이 금요일 밤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했다.

샘 킴은 ‘진짜사나이’에서 취사병으로 변신했다. 샘 킴은 레스토랑 주방과는 확연히 다른 취사 환경과 대용량의 식사 준비에 초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군대에 적응, 57인분의 라면을 끓여내고 군대 최초 훈제요리를 선보이는 등 놀라운 군대 쿡방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스타 셰프들은 이벤트성 게스트로도 각광받고 있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이연복, 최현석이 출연한 셰프 특집을 선보였고, ‘해피선데이-1박2일’은 이연복, 레이먼킴, 강레오 등이 출연한 셰프 특집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셰프들은 KBS2 ‘해피투게더’의 단골 게스트이기도 했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는 ‘백주부’ 백종원의 방송이 매 회 정상을 차지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 3.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은 ‘요섹남’
요섹남
요섹남
드라마에서는 예능 속 스타 셰프에 대적할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SBS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완벽한 엘리트 셰프의 모습과 살인마의 이중 면모를 보여준 남궁민을 비롯해 MBC ‘맨도롱 또?’에서는 제주도에 힐링 레스토랑을 차린 유연석,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꽃미남 요리사 조정석이 등장하는 등 요리하는 남자 주인공들의 활약이 펼쳐지고 있다.

남궁민은 지난달 막을 내린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레스토랑 JAY의 대표인 권재희 역을 연기했다. 권재희는 연쇄살인마라는 정체를 화려한 스타 셰프의 명성 아래 숨기고 있는 인물로 등장해 반전을 선사했다. 남궁민은 날카로운 살인마와 섬세한 요리사를 오가는 연기를 모두 소화하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유연석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요리사 백건우로 여심을 훔쳤다. 유연석은 현재 방송중인 ‘맨도롱 또?’에서 레스토랑 오너 셰프 백건우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섬세하고도 거침없는 손길로 요리를 하는 그의 모습은 드라마 속 또 다른 볼거리다. 방송 말미에는 유연석이 극중 등장한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고 직접 요리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코믹 연기와 카리스마를 오가며 다양한 매력을 보여줘 온 조정석도 7월 방송하는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요섹남에 출사표를 던졌다. 조정석은 박보영이 남몰래 짝사랑하는 자뻑 스타 셰프 강선우로 분한다. 뛰어난 요리실력뿐 아니라 훈훈한 외모로 단번에 스타 셰프로 자리잡은 인물로, 자신이 만든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캐릭터다.

김승우는 오는 27일 첫 방송을 앞둔 SBS 새 토요드라마 ‘심야식당’ 주인공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주인장. 미스터리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의 주인장은 심야식당의 중심이자 요리로 힐링을 선사하는 존재다. 꽃중년의 매력을 지닌 김승우는 남궁민, 유연석, 조정석 등 젊은 배우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요섹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능 속 진짜 스타 셰프들의 맹활약에 이어 드라마 속에서 판타지를 자극하는 완벽한 꽃미남 셰프들의 등장까지. ‘쿡방’의 인기를 타고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열기는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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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란 기자 ran@
사진.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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