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에이포 공찬, 산들(왼쪽부터)
[텐아시아=이정화 기자] 누군가 ‘아이돌 보증서’란 걸 만들어 눈앞에 들이민다면, 당장에라도 사인을 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특급’이란 말도 꼭 써넣어야 한다. 인성, 노력, 재능,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두 사람이었다. 산들과 공찬은 카메라 셔터가 눌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예상된 수준을 넘어선 열정을 드러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몫 이상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해내는 모습은 순수한 감동마저 자아냈다. 함께할 땐 ‘환상의 짝꿍’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좋은 ‘케미’를 유지했지만, 그렇다고 각자의 고유한 에너지를 잃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비원에이포로서 호흡을 맞춰온 그간의 시간이 어떠했을지 한눈에 그려졌다. 하나의 조화로운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던 데엔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여
게임을 하는 콘셉트에서 산들과 공찬은 잠시 회의에 들어갔다. 어떤 게임을 하는 게 좋을까 얘기를 주고받더니만 이내 (가상) 플레이. 두 사람의 눈앞에 있는 건 사진기자의 카메라 렌즈뿐이었지만, 너무나 실감 난 연기를 선보여 우리가 모르는 모니터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산들이 이기는 거로!” “공찬이 이기는 거로!” 사진기자가 상황을 연출할 때면 두 사람은 승자와 패자가 되어 역할극에 몰입했다. 심지어 산들에게 “이긴 걸 좀 더 극적으로!”라고 말했을 땐 순간적으로 흥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게임기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안 그래도 촬영 시작부터 내내 웃음바다였던 촬영장은 산들의 행동으로 웃음이 그칠 줄 몰랐다. 바로 이어 무서운 영화를 보는 콘셉트를 촬영했을 때에도 둘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촬영을 준비했다. 사진기자가 “좀비나 피 나오는 게 무섭지 않나?”라고 물으니 산들과 공찬은 한목소리로 “그런 건 무섭지 않다”며 “귀신!”이라 답했다. 공찬은 “여고괴담”이 무서운 영화라 흘리듯 얘기하곤 바로 연기에 집중했다. 결국, 둘이 어떤 영화를 (상상하며) 보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사진기자가 “산들이 방석 끌어안고!” “자, 과자 날아가고!” “눈 더 크게!” 등으로 리액션을 요구했을 때 이들이 굉장히 기민하게 반응했다는 점이다. 연기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인 두 사람이었다.
# 해피 바이러스, 산들
산들은 친근한 매력이 철철 흘러 넘쳤다. “엇, 괜찮아요!”라고 말했지만 말릴 틈도 없이 문밖에 세워져 있던 촬영용 흰색 보드판을 스튜디오 룸 안으로 들고 왔고, 처음 본 사람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넸으며,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을 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서서 자신의 근황을 알렸다. ‘이런 연예인, 처음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주변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 TV를 통해 접했던 밝고 활기찬 모습을 현장에서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공찬과 만화책을 보는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의 일이다. 그가 만화책 한 페이지를 보여주며 “근데 이거, 너무 잔인하다…”고 말하곤 싱긋 웃어 보였다. 그 페이지엔 여러 무리들이 한데 모여 싸우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의 감수성 깊은 보컬이 어쩌면 이토록 깨끗한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다. 개인 촬영 땐 레몬을 연달아 돌리다가 떨어지면 본인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쏜살같이 내려가 주워 오히려 이쪽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런 산들이 엄격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모두에게 인정받은 노래 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스스로에겐 냉철한 잣대를 내세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공찬에 대한 칭찬은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거듭했다. 정작 감정 표현엔 서툰 남자이면서 말이다. 동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 귀여운 반전남, 공찬
공찬은 인터뷰 때 밝힌 것처럼, ‘반전남’이 맞았다.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예의 바른 인사를 건넨 후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소품으로 준비해 둔 만화책 중 한 권을 집어 들곤 말없이 책에 집중했다. 헤어 메이크업을 다 마친 후엔 첫 번째 촬영을 진행할 소파로 가서 미리 앉아 있었다. 그랬기에 산들과 촬영하며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대반전이었다. 개구쟁이 같은 표정과 활기찬 기운은 예사 것이 아니었다. 산들과 함께 스튜디오가 떠나가라 웃던 얼굴은 절대 잊히지 않을 모습이었다. 이런 그가 개인 컷을 촬영할 땐 다시 웃음기를 싹 거른 채 카메라 렌즈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사진기자가 “치명적인 느낌!”이라고 말하며 웃자, 그제야 순간적으로 눈을 구기며 아주 잠깐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현장에서 몰입한 공찬이 빚어낸 아슬아슬하면서도 아찔한 에너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이런 공찬이 인터뷰 땐 귀여운 막내의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내내 옆에 앉은 산들의 팔다리를 계속 만지며 형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으며, 산들에 대한 칭찬을 추임새처럼 쉬지 않고 넣었다. 고전적인 남성미가 물씬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엔 섬세한 느낌이 감돌기도 했던 그의 외모처럼 정말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공찬이었다.
B1A4 산들&공찬, “10년 뒤에도 B1A4를 하고 싶다” (인터뷰) 보러 가기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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