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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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장서윤 기자]올해 백상예술대상 최고의 반전은 비지상파 채널 예능 PD의 대상 수상이었다.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제5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TV부문에서는 케이블TV tvN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연출자 나영석 PD가 대상을 수상했다. 또 tvN ‘미생’이 남자 최우수연기상(이성민) 남자 신인상(임시완) 연출상(김원석 PD) 등 3관왕의 영예를 안았으며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은 예능 작품상과 남자 예능상을 거머쥐었다.

백상예술대상 또한 종편채널 방송사가 자회사로 있는 특정 언론사가 주관한다는 점에서 공정성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는 지점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결과는 비지상파 채널의 두드러진 활약세와 ‘스타 연출자’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에 이날 시상식에서는 주요 상부터 대상까지 케이블 채널의 두드러진 활약과 최초로 예능 PD가 대상을 받는 등 예상 밖의 결과가 연출됐다.

KBS 출신의 나영석 PD는 2013년 CJ E&M으로 이적,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 ‘삼시세끼’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2년간 승승장구 행진을 거듭해왔다. 이에 예능PD로는 이례적으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이라는 영예까지 안았다.

나영석PD는 “예능은 대자 들어간 상 받으면 잘 안 된다는 징크스가 있다. 이럴 기회가 많지 않아 하고 싶은 말 하겠다. 제가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사실 제가 만든게 아니다. 훌륭한 작가님들 스태프들과 같이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작가와 조연출 등 모든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PD들에게 이런 상도 힘이 되지만 무엇보다 큰 힘은 시청률이다. 이번주 KBS2 ‘프로듀사 ‘ 보시다가 혹시라도 루즈한 부분 보이면 바로 채널 돌리시면 박신혜씨 나오니까 많은 시청 부탁드린다”고 덧붙여 마지막까지 프로그램 홍보를 잊지 않는 예능 PD 다운 센스를 보였다.

나영석PD가 친정인 KBS에 남아 있었다면 이같은 행보가 가능했을까? 물론 가능했을 수도 있다. ‘1박2일’을 통해 특유의 따뜻하고 정감어리면서도 재치넘치는 연출력을 보여줬던 그다. 그러나 그가 CJ E&M으로 이적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제작 환경에 있었다.1년 52주를 매일같이 촬영과 편집에 매달리며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그는 몇년 동안 휴가 한번 가지 못한 채 쳇바퀴 도는 제작 일정을 소화해왔다. 방송사 내에서 시즌제 제작을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그는 여러 여건상 CJ 행을 선택했다.

이후 2년 동안 나 PD가 보여준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으면서도 섬세함이 어우러진 그의 프로그램은 방송가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주 고정된 시스템으로 예능 프로그램 생산을 고집해 온 지상파 방송사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것. 여기에 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지상파를 위협하는 케이블 채널의 공세가 이제는 몇몇 분야에서는 이미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봤을 때 나 PD의 대상 수상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 시점에서 예능 PD 사상 첫 대상이라는 기록을 되짚어봐야할 곳은 아마도 지상파 방송사인듯 싶다. KBS2 금토드라마 ‘프로듀사’가 ‘고스펙 허당’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홍보하듯, 지상파 방송사가 유능한 인력에 대한 지원과 설계에 대한 부족으로 ‘창의성’이 최대 덕목이라는 콘텐츠 시장에서 점점 우위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장서윤 기자 ciel@
사진.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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