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미도
[텐아시아=현정은 인턴기자]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미도가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개과천선을 암시했다.KBS2 수목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강순옥(김혜자)의 제자이자 의문스러운 인물 박은실(=박 총무) 역을 맡은 이미도가 뒤늦은 후회와 반성으로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앞서 박 총무는 현숙과 격렬하게 대립하며 숨겨왔던 본성과 참아왔던 열등감까지 모두 폭발시켰던 상황이었다. 새 메뉴 개발 중 현숙에게 도움을 청한 손길이 거절당하자 자신이 갖지 못한 현숙의 재능을 향한 질투와 현숙의 남편 구민(박혁권)을 향한 갈 곳 없는 마음이 낳은 울분이 모두 터져 나온 것이다. 마치 모차르트를 시기해 평생 열등감을 안고 살았던 비운의 인물 살리에리처럼 천재를 향한 시기심이 낳은 이인자의 비참한 눈물이었다.
악에 받친 박 총무는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박 총무는 거짓 댓글과 세금 관련 제보가 자신이 저지른 일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 순옥에게 신고할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잡아떼거나, 순옥의 요리 노트를 몰래 훔쳐가는 등 끝없이 악행을 저지르며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폭주하는 박 총무에게도 진심은 남아있었다. 순옥의 요리 노트를 훔쳐 간 범인으로 의심을 받자 박 총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도주를 선택했다. 발길을 서두르며 현숙(채시라)과 종미(김혜은)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넘기던 중 박 총무는 우연히 순옥이 보낸 음성 메시지에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요리 노트는 내가 주는 선물이다. 새 메뉴가 준비되면 언제든지 돌아오고. 넌 아주 훌륭한 제자였다.”라는 순옥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한마디가 자격지심과 잘못 익힌 생존 본능으로 똘똘 뭉쳐 그저 굳게 닫혀만 있던 박 총무의 비뚤어진 마음을 녹인 것이다.
어쩌면 오랜 시간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랐던 박 총무의 상처투성이 마음을 순옥이 이제야 어루만진 것인지도 모른다. 박 총무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었던 현숙을 향한 질투로 악에 받쳐 섧게 울던 살리에리의 그것과는 180도 다른 눈물이었다.
이처럼 이미도는 극 초반에 보여준 늘 생글생글 웃으며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박 총무의 가면뿐 아니라 악랄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소름 끼치는 악녀, 나아가 뒤늦게 알게 된 스승의 진심에 눈물을 흘리며 반성을 하는 안타까운 모습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박 총무를 생생하게 화면으로 옮기며 눈부신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느 것 하나 개연성을 잃지 않아 더욱 얄밉고 더욱 안쓰러웠다.
‘이미도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이미도는 주위에 있을 법한 현실 악녀 연기로 시청자들의 분노와 연민을 자극하며 극 후반 인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뜨거운 피를 가진 3대 여자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명랑한 대답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현정은 인턴기자 jeong@
사진제공.‘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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