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텐아시아=오세림 인턴기자]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살면 어떨까? 우연히 만나 그들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이하 우옆엑)는 이런 엑소팬의 로망을 가득 담은 제목을 달고 야심찬 방영을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이 웹드라마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부러운 여주인공 연희(문가영)도, 까칠한 ‘츤데레’ 찬열도, 다정남의 정석 디오도, OST로 달달한 목소리를 자랑한 백현도 아니고 세훈이라는 것이다.

물론 세훈은 훤칠한 키에 조각 같은 얼굴로 눈에 안 띌 수가 없는 멤버지만, 상대적으로 무대나 방송에서 비중이 큰 멤버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이 웹드라마에서는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줄 몰랐다”는 평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실 ‘우옆엑’은 어찌 보면 판타지보다도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전개에서는 개연성을 찾기가 힘들고, 여주인공은 엑소의 팬이라기 보단 스토커와 민폐녀의 경계에 서있는 캐릭터 같다. 아이돌을 주연으로 한 웹드라마라는 걸 감안해도 아이돌 이전의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런 ‘우옆엑’에서 잔잔한 재미를 선사하는 세훈의 모습은 돋보인다.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생활연기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생활연기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생활연기

#마치 내 친동생인 듯, 오세훈을 연기하는 오세훈의 생활연기

‘우옆엑’ 속 세훈의 매력은 바로 내 주위에도 있을 것 같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세훈의 얼굴과 몸매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데, 그가 취하는 행동과 태도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이러한 둘 사이의 간극이 시청자를 즐겁게 한다. ‘우옆엑’ 2회에서는 자다 일어난 세훈의 모습이 등장한다. 정신없이 떠버린 머리카락, 몸은 일으켰지만 도저히 떠지지 않는 눈, 좋은 냄새에 트레이닝복 주머니에 손을 구겨 넣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모습까지. 모습은 세훈인데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주말 아침 남동생의 포스다. 이외에도 하나하나의 장면에서 세훈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가 돋보인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소파로 직행해 드러누운 세훈의 자태는 찬열이 연희에게 소리를 지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심심하다며 소파에 손을 걸치고 목을 뒤로 꺾다 연희를 발견하는 장면도 자칫 작위적일 수 있었던 상황을 부드럽게 넘겼다.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시선강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시선강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시선강탈

# 얼굴 때문은 아닌, 세훈의 ‘시선강탈’

물론 세훈은 그 자체로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나 ‘우옆엑’ 속 세훈은 조금 다른 의미로 시선을 빼앗는다. 1회의 마지막과 2회의 첫 부분에서 연희는 떡을 먹다 목이 막혀 물을 마시고, 그 순간 등장한 엑소에 놀라 제일 앞에 서있던 찬열에게 물을 뿜고 만다. 이때 세훈은 눈을 크게 뜨는 두 형 디오와 백현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다. 세훈의 성격이 드러나며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2회 초입에서 “침대가 없다”며 투정을 부리다 형들에게 혼난 세훈의 잠자는 모습 역시 시선을 사로잡았다. 노란 침낭 속에 파묻힌 애벌레 같은 모습이 애처로움을 선사한다. 3회에서는 선글라스를 낀 세훈이 문워크를 하듯 집 주변을 탐방한다. 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은 연희의 남동생 광수(장유상)의 기행과 합쳐지며 웃음의 시너지 효과를 발산한다.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한마디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한마디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한마디

#‘씬 스틸러’ 세훈의 결정적 한마디
‘씬 스틸러’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훌륭한 연기력이나 독특한 매력으로 ‘씬’을 사로잡는 조연을 뜻하는 말이다. ‘우옆엑’속 세훈은 이러한 ‘씬 스틸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별히 작중 세훈이 툭툭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곱씹어보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인 경우가 많다. ‘요’와 ‘여’ 사이 어딘가에서 끝맺는 세훈의 독특한 발음 역시 관전포인트다.

“예쁜 여자 많아?” 카이와의 영상통화에서 세훈이 제일 먼저 물은 것. 영상 속 카이의 어색함도 무색하게 장면에 현실성을 부여했다. (2회)

“아니 이건 또 언제 준비했대. 형들이 이런다고 내가 감동을 받았어. 좀 너무 받았어” 아침 식사시간에 형들에게 건넨 말.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3회)

“아 형, 고향이 뭐야 고향이. 만두야? 어휴 노친네” 뜬금없이 연희의 고향을 묻는 찬열을 패기 넘치게도 ‘디스’한 한마디. 하지만 ‘인천댁’이라는 호칭은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6회)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최고의 1분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최고의 1분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세훈 최고의 1분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최고의 1분, 친구협약

지금까지 등장한 세훈의 활약상은, 이 장면에 비하면 그냥 커피나 다름없다. 드립커피가 마시고 싶어 선글라스 차림으로 길을 나선 세훈은 연희의 동생 광수와 마주치게 된다. 웬 옷걸이와 사투를 벌이는 광수에게 말을 붙일 생각을 한 세훈은 드립커피 같은 것 파는 커피숍의 위치를 묻는다. 하지만 기인 광수는 커피숍을 알려주는 대신 맷돌에 원두를 갈아 진짜 커피를 만들어낸다. ‘맷돌 커피’에 감동받은 세훈은 “친구야. 우리 진짜 친하게 지내자”며 광수를 끌어안는다. 전설적인 ‘친구 협약’이 체결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생활 연기 세훈 매력의 모든 것이 등장하는 대목이다. 특유의 억양으로 내뱉는 말들은 하나하나 통통 튄다. 텐트에 앉아 다소곳하게 다리를 모은 모습은 지나치게 자연스럽다. 커피를 맛본 후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친구를 부르짖는 모습과 감정을 이기다 못해 광수를 끌어안는 장면은 ‘우옆엑’ 최고의 1분이다.

오세림 인턴기자 stellaoh@
사진. 네이버 TV캐스트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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