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들
[텐아시아=최보란 기자]임성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될 ‘압구정 백야’는 어떻게 마무리 될까.임성한 작가가 현재 방송중인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를 끝으로 안방극장에서 떠난다. ‘압구정 백야’는 임 작가의 10번째 작품으로, 이전부터 10편을 끝으로 은퇴 계획을 세워왔다는 것이 임 작가 측의 설명이다.
임성한 작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높은 시청률을 보증하는 스타작가로서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늘 뜨거웠다. 임성한 작가는 그간 작품 속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출연진이 줄줄이 돌연사해 하차하는가하면, 유체이탈에, 복근에 빨래를 하는 등 황당한 장면들이 등장해 매 작품마다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왔다.
그러한 임 작가는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최근 더욱 자극적이고 독한 설정이 난무하는 막장극들이 등장하며 임 작가의 아성에 도전해 왔다. 하지만 임 작가는 단순히 독하고 악에 받친 주인공들의 등장이 아니라, 드라마 속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설정들을 과감하게 써내려가며 차별화를 꾀했다.
임 작가의 이름을 알린 MBC ‘보고 또 보고'(1998~1999)에서 선보인 겹사돈은 당시로서 파격이었다. 친자매임에도 큰 딸만 금주만을 편애하는 비정상적인 가족 분위기와 한 형제를 사랑하게 된 자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는 흥미로웠다. 지금이야 겹사돈 정도로는 막장 축에도 못끼지만 당시에는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후 SBS ‘하늘이시여'(2005~2006)에서는 그보다 한 발 더 나가, 어릴 때 버린 친딸을 자신의 양아들과 결혼시켜 며느리 삼는다는 설정으로 또 한 번 안방극장을 놀라게 했다. MBC ‘보석비빔밥'(2009~2010)에서는 궁씨 집안 네 남매가 부모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참지 못해 이들을 쫓아 내는 장면이 등장해 구설수에 올랐다.
2011년 방송된 SBS ‘신기생뎐’에서는 현실을 뛰어넘는 판타지적 설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극중 아수라(임혁)가 귀신에 빙의, 눈에서 파란 레이저를 내뿜으며 투시 능력을 발휘해 상대방의 맹장염과 간염을 알아내 시청자들을 기함하게 했다. 2013년 방송된 MBC ‘오로라공주’는 마치 서바이벌 처럼 등장인물들이 차례차례 죽어 나갔다.
이번 ‘압구정백야’는 임성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임성한 작가의 전작들에서 봄직한 요소들이 총집합 된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시작부터 기상천외했다.
자기 할 말을 안 하고는 못 배기는 여주인공 백야(박하나) 캐릭터는 ‘오로라공주’의 오로라(전소민)을 떠올리게 했다. 모두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인생 철학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스타일이다. ‘오로라공주’에서 오로라가 세 명의 시누이들에게 무참히 당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백야가 시누이가 돼 올케의 행동을 사사건건 트집잡으며 시월드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오로라공주’의 떡대를 연상하게 하는 개 ‘왕비’가 등장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임성한 작가의 개사랑은 그간 작품 속에서 익히 드러나 왔다. ‘신기생뎐’에서는 남자 주인공 아다모(성훈)의 부친 아수라(임혁)이 아내나 외동아들보다 반려견을 더 사랑하는 독특한 캐릭터로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백야가 친모 서은하(이보희)의 양아들 조나단(김민수)와 결혼하는 설정은 친딸을 며느리로 삼았던 ‘하늘이시여’를 기억나게 했다. 조나단이 결혼 직후 병원에서 돌연사하는 장면은 ‘오로라 공주’의 악몽을 되살아나게 했다. 이처럼 ‘압구정백야’는 임성한 작가의 작품 세계가 축약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임 작가의 은퇴 선언이 알려진 지금, ‘압구정 백야’가 어떤 내용으로 마무리 될 지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위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독보적이라고 할만한 임성한 월드의 마지막은 어떻게 막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최보란 기자 ran@
사진. MBC, SBS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