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그래미, 비욘세 최고상 줬지만…K팝은 후보서도 외면 [TEN이슈]](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BF.32555144.1.jpg)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이하 그래미)가 열렸다. 이날 비욘세는 앨범 '카우보이 카터'(Cowboy Carter)로 시상식의 최고상인 '올해의 앨범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번 그래미에서 총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비욘세는 백인 아티스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최우수 컨트리앨범상, 컨트리듀오·그룹 퍼포먼스상도 거머쥐었다.
비욘세가 1997년 가수로 데뷔한 이래 그래미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욘세는 그동안 그래미에서 최다 부문의 후보로 오른 데다 32개의 트로피를 획득했지만, 최고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앞서 4차례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올랐으나, 매번 문턱에서 고꾸라지며 설움을 겪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그래미는 오랜 시간 이른바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 속에서 소수 인종과 여성 아티스트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몇 년에는 후보 선정 부분에서는 인종차별 이슈가 어느 정도 개선되는 등 비판을 수용하는 모양새였지만, 실제 수상 결과에서는 큰 변화가 없어 지속해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비욘세의 남편인 제이지는 지난해 그래미 공식 석상에 올라 '화이트 그래미'를 비판했다. 제이지는 비욘세가 그래미 최다 수상자이지만, 단 한 번도 최고상인 '올해의 앨범' 수상을 하지 못한 것을 언급하며 "어떤 사람은 상을 뺏겼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다"고 꼬집었다.
이번 그래미는 비욘세에게 최고상인 '올해의 앨범상'을 준 것에 이어 흑인 래퍼 켄드릭 라마에게 5관왕을 선사하는 등 확실히 비판을 수용한 모습이다. 라마는 히트곡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등 최고상 2개를 휩쓸었고, 랩 퍼포먼스, 랩 노래, 뮤직비디오상도 받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미국 내 인기 최고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올해 6개 부문 후보에서 단 하나의 트로피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올해의 앨범상'을 무려 4개째 들어 올리며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쓴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번 그래미는 해묵은 '화이트 그래미'의 이슈를 완전히 불식시켰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이 밖에도 블랙핑크,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이 스타디움 급 월드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음악적인 성과와 대중성을 고루 갖춘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후보조차 오르지 못한 것은 의도적으로 K팝을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그래미는 겨우 흑인 아티스트를 향한 편견을 내려놓은 듯하지만, K팝에 대한 배척은 개선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최고의 음악 시상식'을 자칭하는 그래미지만 이대로라면 '반쪽짜리'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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