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권석정 기자] 90년대에 처음 라디오를 접했을 때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해준 통로와 같았다. 배철수가 딱딱한 말투로 소개하는 레드 제플린, 너바나 등의 명곡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새티스펙션(Satisfaction)’이 나오면 늘 테이프를 카세트에 넣고 녹음기 버튼을 누를 준비를 했다. 하루 2시간. 개근상 받을 정도로 들었다.
10주년을 맞았던 2000년에는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음악캠프’ 10주년 기념공연에도 갔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들, 그리고 당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함께 최고의 팝스타 자리를 경쟁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축하 공연을 할 정도로 ‘음악캠프’의 위상은 대단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15년 음악계도, 방송가도 분위기가 많이 변했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좋은 음악처럼 변함없이.
“지난 25년 간 100%는 아니겠지만, 99%는 제가 아는 음악을 방송에 틀었어요. 제가 모르는 음악을 ‘한 번 들어볼까’하는 생각으로 소개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모르는 음악을 청취자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배철수는 매일 4시가 되면 MBC 스튜디오에 나와서 그날 ‘배철수의 음악캠프’(음악캠프)에 나갈 곡들을 미리 들어본다. 지난 25년간 쭉 그래왔다. 이런 성실함이 하루 2시간씩 만 25년, 총 1만8000시간의 동일 DJ로 국내 최장수 음악프로그램을 있게 했다.
‘음악캠프’로 인해서 배철수도, 청취자도, 또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도 함께 성장했다. 그는 트렌디한 음악을 틀면서도 60~70년대 팝의 고전들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령, 90년대에 너바나를 한 곡 틀면, 레드 제플린을 한 곡 트는 식이었다.
배철수가 생각하는 팝의 황금기는 언제일까? “20세기 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록이죠. 로큰롤이 처음 등장한 것은 50년대이지만 전성기는 60년대죠. 비틀즈, 롤링스톤즈와 같은 팀들이 다 그때 나왔잖아요.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가 록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해요. 물론 80~90년대에도 좋은 밴드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60~70년대에 나온 전설들을 뛰어넘긴 힘들죠. 지금도 훌륭한 음악가들이 꼐속 나오지만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를 뛰어넘진 못하잖아요. 비슷한 맥락으로 21세기에도 음악은 계속되겠지만 비틀즈, 롤링스톤즈를 능가하는 팀이 다시 나오긴 어려울 거예요.”
최근에는 이런 록의 고전을 틀어주는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교과서에 메탈리카, 퀸이 소개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정작 듣기는 더 어려워졌다. “요즘 친구들에게는 너바나, 펄 잼, 그린 데이도 멀게 느껴질 걸요? 그린 데이를 통해 록을 알게 되고 거꾸로 올라가서 레드 제플린을 알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예전 팝을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몇 년 전 그린 데이가 내한공연에서 중간에 ‘록 어라운드 클락(Rock Around Clock)’ ‘블루 스웨이드 슈즈(Blue Suede Shoes)’ 등 50년대 로커빌리를 메들리로 노래하는데 여기서는 떼창이 안 되더라고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봐도 요즘 곡을 부르지만, 과거 팝의 명곡들을 부르는 건 보질 못했어요. 안타깝죠.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음악캠프’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젊은 세대들이 음악을 듣는 환경은 25년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음악이 예전만큼 절실하지 않은 세상이 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요즘 젊은 청취자들에게 섭섭함은 없을까? “나이 먹어서 젊은 세대들에게 뭐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잘못이 있다면 기성세대에게 있는 것이죠. 저는 어떻게든 젊은이들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저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반드시 들어보고 왜 좋아하는지 이해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최신곡 듣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죠.”
‘팝(Pop)’이 지니는 의미에 대한 배철수의 생각은 확고하다. 단순히 영미 권의 대중음악을 넘어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첨단의 음악.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팝음악을 단순히 영국, 미국의 대중음악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말 옛날 생각이에요. 팝은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문화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잘 되고 있는데, 이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우리 영화가 발전하는 거예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활동하는 뮤지션, 연주자, 작곡가들은 팝을 듣고 자란 세대잖아요. 때문에 우리 음악도 발전할 수 있는 것이죠.
‘음악캠프’는 여전히 여러 코너를 다양한 팝을 소개하고 있다. “할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이제 새로운 코너를 만들기가 버거워요.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게 변해가는 거 같아요. 어떻게든 음악을 많이 다양하게 트는 게 좋아요. 예전에 ‘아티스트의 생애와 음악’ 이런 코너를 통해 음악을 무지 자세하게 소개하곤 했죠. 지금도 ‘아티스트 미니스페셜’이란 코너를 통해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몇 주에 걸쳐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시간 내내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시대별로 들으면 그 흐름이 체계적으로 느껴져서 좋아요. 평소에 안 듣던 음악을 듣게 되니까. 스팅을 들을 때 사람들이 신청하는 곡은 ‘잉글리시맨 인 뉴욕(Englishman In New York)’ 아니면 ‘필즈 오브 골드(Fields of Gold)’ 등 서너곡에서 뺑뺑 돌아요. 하지만 그 외에 좋은 곡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 숨은 곡들을 찾아들어야죠. 계속”
텐아시아=권석정 기자 moribe@
사진제공. MBC
10주년을 맞았던 2000년에는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음악캠프’ 10주년 기념공연에도 갔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들, 그리고 당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함께 최고의 팝스타 자리를 경쟁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축하 공연을 할 정도로 ‘음악캠프’의 위상은 대단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15년 음악계도, 방송가도 분위기가 많이 변했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좋은 음악처럼 변함없이.
“지난 25년 간 100%는 아니겠지만, 99%는 제가 아는 음악을 방송에 틀었어요. 제가 모르는 음악을 ‘한 번 들어볼까’하는 생각으로 소개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모르는 음악을 청취자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배철수는 매일 4시가 되면 MBC 스튜디오에 나와서 그날 ‘배철수의 음악캠프’(음악캠프)에 나갈 곡들을 미리 들어본다. 지난 25년간 쭉 그래왔다. 이런 성실함이 하루 2시간씩 만 25년, 총 1만8000시간의 동일 DJ로 국내 최장수 음악프로그램을 있게 했다.
‘음악캠프’로 인해서 배철수도, 청취자도, 또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도 함께 성장했다. 그는 트렌디한 음악을 틀면서도 60~70년대 팝의 고전들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령, 90년대에 너바나를 한 곡 틀면, 레드 제플린을 한 곡 트는 식이었다.
배철수가 생각하는 팝의 황금기는 언제일까? “20세기 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록이죠. 로큰롤이 처음 등장한 것은 50년대이지만 전성기는 60년대죠. 비틀즈, 롤링스톤즈와 같은 팀들이 다 그때 나왔잖아요.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가 록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해요. 물론 80~90년대에도 좋은 밴드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60~70년대에 나온 전설들을 뛰어넘긴 힘들죠. 지금도 훌륭한 음악가들이 꼐속 나오지만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를 뛰어넘진 못하잖아요. 비슷한 맥락으로 21세기에도 음악은 계속되겠지만 비틀즈, 롤링스톤즈를 능가하는 팀이 다시 나오긴 어려울 거예요.”
최근에는 이런 록의 고전을 틀어주는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교과서에 메탈리카, 퀸이 소개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정작 듣기는 더 어려워졌다. “요즘 친구들에게는 너바나, 펄 잼, 그린 데이도 멀게 느껴질 걸요? 그린 데이를 통해 록을 알게 되고 거꾸로 올라가서 레드 제플린을 알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예전 팝을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몇 년 전 그린 데이가 내한공연에서 중간에 ‘록 어라운드 클락(Rock Around Clock)’ ‘블루 스웨이드 슈즈(Blue Suede Shoes)’ 등 50년대 로커빌리를 메들리로 노래하는데 여기서는 떼창이 안 되더라고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봐도 요즘 곡을 부르지만, 과거 팝의 명곡들을 부르는 건 보질 못했어요. 안타깝죠.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음악캠프’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젊은 세대들이 음악을 듣는 환경은 25년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음악이 예전만큼 절실하지 않은 세상이 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요즘 젊은 청취자들에게 섭섭함은 없을까? “나이 먹어서 젊은 세대들에게 뭐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잘못이 있다면 기성세대에게 있는 것이죠. 저는 어떻게든 젊은이들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저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반드시 들어보고 왜 좋아하는지 이해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최신곡 듣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죠.”
‘팝(Pop)’이 지니는 의미에 대한 배철수의 생각은 확고하다. 단순히 영미 권의 대중음악을 넘어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첨단의 음악.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팝음악을 단순히 영국, 미국의 대중음악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말 옛날 생각이에요. 팝은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문화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잘 되고 있는데, 이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우리 영화가 발전하는 거예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활동하는 뮤지션, 연주자, 작곡가들은 팝을 듣고 자란 세대잖아요. 때문에 우리 음악도 발전할 수 있는 것이죠.
‘음악캠프’는 여전히 여러 코너를 다양한 팝을 소개하고 있다. “할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이제 새로운 코너를 만들기가 버거워요.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게 변해가는 거 같아요. 어떻게든 음악을 많이 다양하게 트는 게 좋아요. 예전에 ‘아티스트의 생애와 음악’ 이런 코너를 통해 음악을 무지 자세하게 소개하곤 했죠. 지금도 ‘아티스트 미니스페셜’이란 코너를 통해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몇 주에 걸쳐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시간 내내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시대별로 들으면 그 흐름이 체계적으로 느껴져서 좋아요. 평소에 안 듣던 음악을 듣게 되니까. 스팅을 들을 때 사람들이 신청하는 곡은 ‘잉글리시맨 인 뉴욕(Englishman In New York)’ 아니면 ‘필즈 오브 골드(Fields of Gold)’ 등 서너곡에서 뺑뺑 돌아요. 하지만 그 외에 좋은 곡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 숨은 곡들을 찾아들어야죠. 계속”
텐아시아=권석정 기자 moribe@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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