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미닛 허가윤
[텐아시아=박수정 기자]포미닛 허가윤의 본색(本色)에 빠져들고 있다.처음 포미닛 허가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0년 발표한 ‘허(Huh)’였다. 현아와 지윤이 강력한 도입부 뒤에 울리는 가윤의 미성을 듣는 순간, 귀가 밝아졌다고 할까. 안정감 있게 노래를 뒷받침하는 허가윤의 청아한 음색이 튀었다. 2013년 발표한 ‘이름이 뭐예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이 열리고 멋진 그대가 들어오네요’라며 가윤의 목소리가 시작되는 순간 톡 터지는 청량함에 반복 듣기 했던 시절도 있었다.
사실 허가윤의 본색은 강렬한 노래가 주를 이루는 포미닛 음악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허가윤도 “포미닛이 강한 그룹이라 고음이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현아와 지윤이가 강한데 내가 축축 처지게 부를 수 없다. 고음이라서 빌드업하는 느낌이다”며 포미닛 음악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전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는 포미닛의 노래에서 허가윤의 파트를 두고 강렬함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포미닛 음악에서 허가윤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3분 이상 계속되는 미친 강렬함에 쉽게 피곤함이 밀려올 것만 같다. 허가윤이 선사하는 청아함과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인해 포미닛의 음악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포미닛의 여섯 번째 미니앨범 ‘크레이지’ 타이틀곡 ‘미쳐’에서도 통했던 결과다.
사실 허가윤의 목소리에는 포미닛 음악과는 또 다른 서정성이 있다. ‘크레이지’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추운비’와 지난해 11월 허가윤이 공개했던 비스트 ‘12시 30분’ 커버에서는 허가윤 목소리가 가진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추운 비’의 경우, 처음부터 ‘허가윤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허가윤의 독보적인 목소리를 강조한 곡이다. 1번부터 5번트랙까지 ‘미쳐’와 결을 같이 하는 강한 콘셉트의 음악들이 계속되다 6번 트랙 ‘추운 비’가 주는 반전에서 허가윤의 목소리를 제대로 비교할 수 있다. 포미닛의 타이틀곡에서 고음을 맡거나 한 발짝 뒤에 서서 콘셉트를 서포트하는 역할이었던 허가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목소리 톤이 밝으면서도 라이브에서 들을 수 있는 허스키한 음색이 듣는 이에게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멤버들도 허가윤의 목소리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지윤은 “가윤이는 목소리가 타고 났다. 부모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전했으며, 소현은 “어떤 곡에도 다 잘 어울린다. 발라드, 댄스, 트로트 모두 가능하다”고 가윤을 칭찬했다.
여기에 더해진 7년차 포미닛의 연륜과 경험은 허가윤의 목소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허가윤은 “데뷔 초에는 녹음할 때 자신의 색깔을 뽐낼 수 없는 환경이었다. 신인이니까 작곡가에게 가르침을 받고 주문하기 느낌에 맞게 불렀어야 했다”며 “지금은 이야기도 많이 하고 내 색깔을 알게 되니 나에게 맞추게 된다. 점점 연차가 쌓이면서 나를 알게 된다”고 전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허가윤은 아이돌 메인보컬에게 안정된 보컬 테크닉이 요구되는 2옥타브 후반대와 3옥타브 초반대까지 무난하게 소화 해내는 가수”라며 “매력적인 목소리 캐릭터대로 힘 있게 3옥타브 중반대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안정된 가창력과 더불어 솔로 가수로써의 경쟁력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놀래 켜 줄 것 같은 느낌이다”고 전했다.
허가윤의 본색에 목소리만이 있으랴. 패셔니스타적인 면모도 허가윤의 또 다른 매력이다. 허가윤은 포미닛의 앨범마다 스타일 디렉팅에 참여했다. 공항패션의 창시자이기도 한 허가윤은 나노 발목을 비롯해 남다른 몸매와 패션 감각으로 화제몰이의 중심에 선 인물이기도 하다. 음악 외에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세련된 패셔니스타의 모습 속 허당 매력도 포인트다. 지난해 발표했던 ‘포미닛월드’ 앨범을 준비하면서 컴맹이었던 허가윤은 캡처하는 방법도 처음으로 배우고,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PPT까지 했다는 일화에서 세련된 21세기 여자 외모 가윤의 반전이다.
결정적으로 허가윤이란 인물에 빠지게 된 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발견한 영상 모음이었다. 해당 영상은 ‘포미닛의 트레블메이커’에서 허가윤 파트만을 모아놓은 영상이었다. 허가윤의 시원시원한 돌직구 화법이 웃음을 자아냈다. 지윤의 과잉 애교에 “니 얼굴을 못 쳐다보겠다”고 반응하고, 멤버들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현아에 “영화 찍고 있네”라고 답하는 등 예상을 뛰어 넘는 입담이다. 목소리에 담긴 서정성과 여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쿨함’의 끝판왕을 달리는 모습이 소위 말하는 ‘반전 매력’을 완성한다. 노래, 외모, 성격까지 매력으로 똘똘 뭉친 허가윤의 본색이다.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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