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60초면 충분한 스토리 내 맘으로 넌 들어왔어’ 누군가가 눈 안에 ‘콕’ 들어오거나 가슴에 ‘콱’ 박히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다. 하루에도 수많은 연예인이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에서 웃고 울고 노래하며 우리와 만나지만, 그 중에서도 제대로 ‘필(feel)’ 꽂히는 이들은 손에 꼽힐 정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어느 순간 그야말로 내게로 와 꽃이 된, 꽂힌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편은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한인상 역으로 열연 중인 이준,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제시에게 랩으로 한 방 제대로 날린 래퍼 키썸, tvN ‘호구의 사랑’에서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강호구를 맡아 연기 중인 최우식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는 사랑 앞에서, 실력 앞에서, 갑이기도 했다 을이기도 했다 하며 힘의 균형을 찾아간다. 이 셋도 마찬가지다.

# 이준, 사랑 앞에선 절대 ‘찌질하지’ 않아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 중인 이준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 중인 이준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 중인 이준

이준의 변신이 놀랍다. tvN ‘갑동이’에서의 서늘한 사이코패스 태오가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다.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현대판 귀족 집안의 2세, 한인상 역을 맡은 그는 온실 속 화초로 자라 언뜻 겁 많고 유약해 보이지만, 사랑 앞에서만큼은 결코 ‘찌질하지’ 않은 캐릭터를 원래 자신의 모습인 것처럼 보이게끔 연기하고 있다. 그의 진가는 매 신마다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여자친구 서봄(고아성)의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사시나무 떨 듯하며 얼굴 근육을 일그러뜨리던 장면은 빼놓을 수 없다. 잘생긴 외모를 부각시키려는 욕심은 일찍이 내려놓은 채, 인상이 처한 상황에 고스란히 몰입했다. 그저, 열아홉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버거운 충격을 온몸으로 드러낼 뿐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절대적 가치이자 질서로 존재했던 부모님에게 “저희는 서로 사랑하는 게 제일로 좋다”며 목소리를 내던 장면도 놓칠 수 없다. 너무 많이 커버려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은 어른들을 향한 소년의 진심 어린 말이 그의 입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 키썸, 소녀 같은 외모에서 폭풍 랩이라니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 중인 래퍼 키썸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 중인 래퍼 키썸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 중인 래퍼 키썸

복숭아 향이 날 것 같은 고운 외모로 사정없이 랩을 뿜었다. 관계 전복의 미학. 온몸을 휘감는 쾌감이 전해졌다. ‘이게 바로 랩의 힘이구나.’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 중인 키썸이 한 방을 제대로 날렸다. 지난 5화에서 D.O의 트랙을 두고 제시와 벌인 랩 배틀에서 키썸은 육지담의 말처럼 ‘이를 갈고’ 등장했다. 제시를 향해 내뱉던 ‘절대 아니지 쫀 거 그냥 단지 노인 공경, 볼품없는 너 가진 거라곤 경력뿐, 너 빼곤 다 병풍, 떨지 마 같잖은 허풍, 내가 봤을 때 네 실력은 죄다 거품이야’란 가사는 실생활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얘기였다. 우리네 삶에 존재하는 ‘갑과 을’의 관계가 랩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살 것 같던 래퍼들 사이에서도 있었다. 언니에게 고분고분하기만 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 같던 키썸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랩이라는 무기로 사정없이 상대를 공격했다. 그리곤 ‘쇼미더 머니3’때부터 증명하고 싶던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일 수 있었다. 이젠 ‘청기백기녀’란 수식어 없이, 키썸으로만 불려도 좋을 만큼 성장 중인 그녀다.

# 최우식, 이런 착한 ‘호구’ 다신 없습니다

tvN ‘호구의 사랑’에서 강호구 역을 맡은 최우식
tvN ‘호구의 사랑’에서 강호구 역을 맡은 최우식
tvN ‘호구의 사랑’에서 강호구 역을 맡은 최우식

tvN ‘호구의 사랑’을 보고 있으면 ‘호구’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강호구 캐릭터를 연기한 최우식이란 배우 역시도. 영화 ‘거인’으로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던 최우식은 이번 드라마에선 천연덕스럽게도 또 다른 얼굴을 내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선 찾아보기 힘든 착한 남자의 순정을 섬세한 표정 연기로 드러내 많은 이들을 은근하게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놓치기 쉬운 찰나의 미세한 감정까지 모두 얼굴에 담아내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는 그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설득한다. 정말 이런 사람이, 이런 사랑이 있다고, 이럴 수 있다고. 그렇기에 코믹함이 요구되는 신에서조차 연기가 아닌 인물 그 자체의 삶 속에서 묻어나는 웃음처럼 여겨지게 하며, 애달프기만 해 보일 수 있는 짝사랑을 표현할 땐 단편적인 감정이 아닌 다양한 감정의 결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과장되지 않은 분위기를 지닌 덕에 도도희(유이)와 있을 때도 변강철(임슬옹)과 있을 때도 남다른 케미를 이루니, 참으로 매력적인 ‘호구’가 아닐 수 없다.

텐아시아=이정화 기자 lee@
사진제공. SBS, Mnet,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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