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 몬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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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이 홍대다워졌다. 항상 댄스클럽 앞에 이글이글대는 눈빛의 취객들 줄만 길었던 홍대. 4년 만에 ‘라이브 클럽 데이’가 부활한 지난 2월 27일 홍대 앞은 달랐다. KT&G상상마당, 클럽 타, FF 등 오직 뮤지션들의 공연만 열리는 클럽을 관객들이 삥 둘러쌌다. 정말 오랜만에 홍대 앞이 음악으로 뜨거운 하루였다.

이날 아침부터 ‘라이브 클럽 데이’를 보기 위한 관객들이 홍대앞 주차장에 마련된 부스에 몰렸다. 부산에서 밤차로 올라와 새벽부터 부스를 찾은 관객도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으로 줄이 들어서는 바람에 주최 측은 급하게 바리케이트와 난로를 설치했다.

국카스텐
국카스텐
국카스텐



공연 시작은 오후 8시였다. 국카스텐이 문을 연 KT&G상상마당은 약 400여 명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랜만에 홍대 앞 클럽 무대에 오른 국카스텐의 하현우는 “이런 의미 있는 축제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여러분 호흡곤란이 올 수 있으니 숨은 조금씩 나눠서 쉬자”라고 위트 있는 멘트를 던졌다. 관객들은 더욱 분기탱천해 뒷줄까지 제자리 뛰기를 해댔다.

다른 클럽들도 발 디딜 틈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오후 8시 반경 찾아간 클럽 FF 역시 클럽 입구까지 사람이 차 있었다. 최근 인디 신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혁오가 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혁오는 미발표 곡인 ‘큰 새’를 연주해주며 더욱 분위기를 띄웠다. 같은 시각 바로 옆에 있는 클럽 타도 분위기는 같았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공연을 입구 계단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COMPANY F_ LCD_ CHESTERPHOTOGRAPHY_ 클럽FF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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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원활한 공연을 위해 입장객을 제한했다. 주최 측은 “애초 현장 판매 수량은 각 클럽의 최대 수용 인원을 고려하여 500장으로 한정지었지만, 입장 하지 못한 관객들의 요청으로 입장이 가능한 클럽에 한해 200여장의 추가 티켓을 판매했다. 총 700장의 현장판매 분이 매진되는데 걸린 시간은 단 2시간”이라고 전했다.

차분한 공연도 이어졌다. 밤 9시경 벨로주에는 바로 전날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김사월X김해원의 공연이 열렸다. 김해원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들려주셨다는 장현의 ‘석양’을 멋진 편곡으로 들려줬다. 이와 함께 신인 리플렉스부터, 솔루션스 로큰롤라디오, 요조 X 임인건 등 다채로운 장르의 뮤지션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승열과 안녕바다는 함께 무대에 올랐다. 안녕바다의 나무는 “홍대에서 공연을 하며 가장 슬펐던 순간이 클럽쌤이 문 닫았을 때와 클럽데이가 없어졌을 때”라며 “이렇게 클럽데이가 다시 시작돼 무척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승열X안녕바다
이승열X안녕바다
이승열X안녕바다



옐로우 몬스터즈의 공연장에서는 관객을 머리 위로 올려 파도타기를 하는 등 열기가 대단했다. 관객들의 행렬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밤 12시 가까운 시간이 됐지만 관객들은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박종현이 공연 중간에 “여러분 지하철 끊길 때가 다 됐는데 안 돌아 가시나요”라고 말했지만 관객들은 음악에 빠져 공연을 즐길 뿐이었다. 이런 분위기 새벽까지 이어졌다.

2001년 3월 시작된 ‘클럽 데이’는 2007년 라이브클럽을 중심으로 한 ‘사운드 데이’와 결합해 규모를 넓혔다. 한때 매주 1만여 명의 방문객을 홍대 앞으로 끌어들이며 문화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클럽 데이’는 2011년 1월 117회를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약 10여 년간 클럽데이는 노무현 前 대통령 추모 기간을 제외하고 꾸준히 열렸다. 당시 ‘클럽데이’가 상업적으로 성과를 거뒀음에도 중단됐던 이유 중 하나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유사 클럽 및 밤의 유흥문화와 결합된 이태원 및 강남지역의 클럽들과 크게 차별화되지 못하고 경쟁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클럽문화협회 측은 “클럽 상호간에 선의의 경쟁을 부여하면서도 클럽문화를 함께 일구는 클럽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 치열한 내부논의와 반성을 거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클럽데이가 중단된 후 약 4년간 홍대 앞은 그야말로 ‘소돔과 고모라’의 현장이 돼버렸다. 때문에 이를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컸다. 이번에 새롭게 여섯 개 라이브 클럽(고고스2, 에반스라운지, 클럽에반스, 클럽 타, 프리버드(빅버드), 클럽 FF)과 네 개의 공연장(레진코믹스 브이홀, KT&G 상상마당, 벨로주, 프리즘홀)은 ‘라이브클럽협동조합’을 설립해 ‘라이브 클럽 데이’를 시작으로 홍대 앞 라이브 클럽과 인디 문화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할 예정이다.
COMPANY F_ LCD_ CHESTERPHOTOGRAPHY_ 스케치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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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존 라이브클럽협동조합장은 “새롭게 시작한 ‘라이브 클럽 데이’의 첫 회를 별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앞으로 이어지는 행사들도 공연 문화 발전을 위해 건강한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클럽 데이’를 둘러본 음악평론가 김작가 씨는 “부활한 ‘라이브 클럽 데이’는 이름만 바뀌어서 돌아온 게 아니라 모든 게 몇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며 “요 근래 이쪽 사람들 만나면 홍대 앞이 힘이 없다는 걱정을 종종 하곤 했다. 좋은 팀도 많고 좋은 앨범도 많은데 무브먼트가 없다는 얘기다. 오늘 이 클럽 저 클럽을 돌아다니며 어느 곳에나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생전 처음 클럽을 찾은 소년소녀들의 반응을 보며,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이 새로운 무브먼트의 자전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비슷한 것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컴퍼니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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