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 방송화면
‘하녀들’ 방송화면
‘하녀들’ 방송화면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하녀들’은 이야기로 승부한다.

7일 6회 방송을 앞둔 이 드라마는 오후 1시 20분 1회부터 5회까지 연속 방송을 전격 편성했다. 시청자들 사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이 드라마는 여타의 홍보 전략보다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청자를 설득시키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만큼 드라마의 작품성은 탄탄하며 몰입력도 상당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두 말할 것 없다. 아버지를 눈 앞에서 잃고 정인도 잃고 하녀로 전락하여 온갖 고초를 겪은 국인엽 역의 정유미는 지금껏 그가 보여준 그 어떤 연기보다 더 강렬하면서 은은한 캐릭터 표현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인엽의 보호자 아닌 보호자가 되어 점점 그녀에 대한 감정을 키워나가는, 그러나 남모를 비밀을 안고 있는 사내 무명 역의 오지호는 그 캐릭터 그대로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인엽을 지키기 위해 달려드는 무모함, 그러나 실은 누구보다 나약한 도령 은기 역의 김동욱 역시 먹먹한 눈빛으로 생살이 찢어지는 듯한 사랑의 아픔을 연기하고 있다. 이렇듯 주연 배우들의 몰입력 높은 연기와 함께, 조연 연기자들의 적재적소의 정확한 연기와 캐릭터 싱크로율이 드라마의 표현력을 높인다.

하지만 역시 이야기가 좋아야만 한다. 결국 이야기가 깊어야 배우들의 연기도 깊어지는 법이다. 조선 초기, 아직 어지러운 시기 양반이 노비가 되어 겪게 되는 온갖 고초와 그 안에서 다른 세상을 보게 되는 인엽의 성장담은 주변부에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 속에 촘촘하게 맞물려 긴장감을 전한다. 무명이 속한 고려 복권세력 만월당은 국인엽의 아버지의 죽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뿐만 아니라, 결국 은기와 인엽이 찢어지게 되고 인엽이 몰락하게 된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은기 아버지 김치권(김갑수)의 야욕이다. 그를 둘러싼 정치적 암투는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모르는 인간의 욕망을 암시하고 있으며 그 안에 희생된 젊음의 아픔이 절절해 높은 긴장감이 전해진다. 이토록 쫀쫀한 이야기 속에 배우들의 표정이 살아나는 것은 물론이다.

사극도 트렌디해야만 살아남는 시대, 판타지라는 미명 속에 사극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유행만 좇아 정체불명의 드라마로 둔갑하는 것인 흔해졌다. 역사적 사실을 절묘하게 섞은 픽션이라 할지라도 정통 사극의 색깔 가운데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반듯히 박아넣은 ‘하녀들’의 방식은 이제는 흔치 않아 도리어 더 트렌디해보이기까지 한다.

‘하녀들’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탄탄한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눈을 다른 곳에 돌리지 않고 오로지 이야기의 윤색에만 공들였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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